3시간쯤 서늘해지고 싶다면, 영화 ‘오디세이’
20년만의 귀향.. 그리고 인간이라는 이름의 위대한 항해
영웅이 전쟁에서 승리하면 대부분의 영화는 막을 내린다. 하지만 영화 ‘오디세이’에선 바로 그 순간부터 진짜 싸움이 시작된다. ‘오디세이’는 고대 그리스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을 마친 뒤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까지의 길고 험난한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10년에 걸친 전쟁을 치른 그는 다시 10년 동안 바다를 떠돌아야 했다. 전쟁에 나선 때부터 고향으로 돌아가기까지 무려 20년. 그래서 그의 귀향은 단순히 바다를 건너는 모험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며 맞닥뜨리는 유혹과 절망, 분노와 희망, 그리고 끝내 포기하지 않는 의지를 담아낸 장대한 서사로 다가온다. 트로이 전쟁의 승리를 이끈 오디세우스는 누구보다 뛰어난 전략가였다. 하지만 신들의 노여움을 사면서 그의 귀향은 끝없는 시련으로 이어진다. 거대한 폭풍과 괴물, 아름다운 유혹, 사랑하는 동료들의 죽음까지….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또 다른 절망이 그를 기다린다. 그 시간 고향 이타카의 삶도 만만치 않았다. 아내 페넬로페는 남편이 죽었다고 믿는 수많은 구혼자의 압박을 견디고, 아들 텔레마코스는 얼굴조차 희미해진 아버지를 기다리며 성장한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고향에서조차 아무도 자신을 기다리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오디세우스에게 귀향은 자신의 삶을 되찾는 마지막 사명이자 삶을 붙드는 가장 절실한 이유가 된다. 따라서 이 영화의 감동은 거대한 전투 장면보다 한 사람의 ‘흔들리지 않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수많은 블록버스터가 더 강한 적과 더 화려한 액션을 경쟁하듯 보여주지만, ‘오디세이’는 오히려 가장 오래된 이야기를 통해 가장 현대적인 울림을 전한다. 영상미 역시 압도적이다. 스크린을 가득 채운 끝없는 바다와 신비로운 섬, 거대한 자연의 위용은 관객을 고대 신화 속으로 끌어들인다. 하지만 이 화려한 장면들마저 결코 이야기를 앞서 나가진 않는다. 모든 영상은 결국 오디세우스라는 한 인간의 감정과 그가 견뎌야 했던 시간을 더욱 선명하게 비추는 도구가 된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영화가 ‘영웅’을 완전무결한 존재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디세우스는 두려워하고 실수하며, 때로는 자신의 지혜를 과신해 오만해진다. 그는 그 대가를 치르면서 조금씩 변해가고, 긴 항해를 통해 자신이 돌아가야 할 곳의 의미를 깨닫는다. 그래서 그의 여정은 신화 속 영웅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처럼 다가온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이타카가 있다. 어떤 이는 가족을 위해, 어떤 이는 꿈을 위해, 또 어떤 이는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기 위해 긴 항해를 계속한다. 수없이 길을 잃고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는 이유는 결국 돌아가야 할 곳이 있기 때문이다. ‘오디세이’는 그 오래된 진실을 웅장한 스케일 속에서 잔잔하게 들려준다. 그러므로 관객들은 이 영화에서 화려한 전투씬보다, 수많은 절망과 유혹을 이겨내고 끝내 돌아가고야 마는 한 인간의 의지를 더욱 또렷하게 기억하게 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으며, 오디세우스 역은 맷 데이먼, 아내 페넬로페는 앤 해서웨이, 아들 텔레마코스는 톰 홀랜드가 연기했다. 러닝타임은 17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