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하게 살아가기란 보통 사람들에겐 무척 힘이 듭니다. 의도하든 않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위에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하며 살아갑니다. 때문에 오히려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훨씬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정직한 후보'도 그런 경우를 설정해 한 중견 정치인을 무척 당혹스런 상황 속에 몰아 넣습니다.
이 영화는 어느날 갑자기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된 정치인이 겪는 낭패에 관한 얘기입니다. 주상숙은 4선으로 가는 선거를 코 앞에 둔 현역 국회의원입니다. 그는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지역구를 누비며 가는 곳마다 선의를 가장한 거짓말들을 천연덕스럽게 날립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럴 때마다 청중들은 환호를 보내고, 그의 거짓말도 점점 덩치를 키웁니다. 서민 아파트로 퇴근을 했다가 한밤중에 몰래 보좌관 차를 타고 호화 맨션으로 진짜 귀가를 하는가 하면, 멀쩡히 살아있는 할머니를 죽은 사람으로 만들어 장학사업을 떠벌립니다. 경쟁 후보와도 낮에는 서로 비방하지만, 밤이 되면 고급술집에서 협잡을 나누고 뒷풀이로 껄떡지게 어울려 놀기도 합니다.
보다 못한 할머니가 촛불을 켜고 기도를 올립니다. '우리 상숙이 제발 거짓말 안하게 해 달라'고. 정성이 통했는지 그 기도가 거짓말처럼 먹혀 상숙은 어느날 아침에 깨어 보니 거짓말을 아예 못하는 환자(?)가 되어 있습니다. 시어머니 한테 '재수없는 할망구'라고 하고, TV 토론에 나가서는 국회의원 후보가 '대통령은 꼭 한번 해먹어야죠'라고 말합니다. 4선 전선에 빨간뷸이 켜진거죠.
선거판이 난장판이 되자 캠프는 울며겨자먹기로 '거짓말을 1도 못하는 정직한 후보'로 주상숙의 이미지를 만들어 갑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주상숙은 입만 열었다하면 핵폭탄을 쏟아내고, 대중들은 가슴이 뻥 뚫리도록 시원한 주 의원의 핵사이다 발언에 점점 열광합니다. 그는 마침내 정치인들의 일탈과 거짓을 담은 영상 'JOO'를 폭로하고, 청중들에게 자신있게 소리칩니다. '솔직한 게 죄입니까 여러분~"
하지만 모든 거짓 상황은 언젠간 제자리로 돌아가게 마련입니다. 그의 거짓말대로 할머니가 시의적절하게 돌아가시고, 정직의 가치를 깨닫은 주상숙도 '강제 정직'의 마법에서 풀려납니다. 그리고 영화는 이번엔 서울시장에 출마한 주 후보를 보여 주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물론 이 영화는 코미디이지만 코미디가 전부는 아닙니다. 웃자고 마음먹고 카메라를 들이밀면서도 한편으론 묘한 카타르시스를 자극하니까요. 그게 뭐냐면.., 바로 말과 표정속에 감춰진 누군가의 진짜 속마음에 대한 궁금증입니다. 그런 궁금증을 숨김없이 드러내 강제로나마 그걸 확인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희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 영화에서 정작 정직한 이는 거짓말을 못하는 주 후보가 아니라 런닝타임 동안 눈치볼 것 없이 카타르시스를 만끽하는 관객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치과계도 선거를 치르는 중입니다. 4명의 후보들이 있고.., 그들의 속마음이 슬그머니 궁금해지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