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엔 꽤 많은 비가 쏟아졌습니다. 한동안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오래된 노래 한 곡이 생각났습니다. Gazebo가 1983년 발표한 ‘I Like Chopin’. 이 노래를 기억하는 분이라면 아마 ‘Rainy days’로 시작하는 그 익숙한 후렴구부터 떠올리실 겁니다. Gazebo는 이탈리아 싱어송라이터 Paul Mazzolini의 예명으로, 1980년대 유럽을 휩쓴 이탈로 디스코를 대표하는 뮤지션입니다. 그를 세계적으로 알린 ‘I Like Chopin’ 역시 유럽 여러 나라에서 차트 정상에 오르며 크게 히트했죠. 제목부터가 재미있습니다. ‘나는 쇼팽을 좋아해.’ 그런데 정작 이 노래에는 쇼팽의 음악이 한 소절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쇼팽의 선율처럼 느껴지는 인상적인 피아노도 작곡가 Pierluigi Giombini가 만든 멜로디입니다. Gazebo는 훗날 이 노래가 ‘쇼팽과 프랑스 작가 조르주 상드의 사랑’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노래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묘한 낭만이 흐릅니다. 쇼팽과 조르주 상드, 피아노와 비, 그리고 지나간 사랑. 실제 쇼팽의 음악은 등장하지 않는데도 ‘Chopin’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곡 전체가 어느새 낭만적인
영웅이 전쟁에서 승리하면 대부분의 영화는 막을 내린다. 하지만 영화 ‘오디세이’에선 바로 그 순간부터 진짜 싸움이 시작된다. ‘오디세이’는 고대 그리스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을 마친 뒤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까지의 길고 험난한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10년에 걸친 전쟁을 치른 그는 다시 10년 동안 바다를 떠돌아야 했다. 전쟁에 나선 때부터 고향으로 돌아가기까지 무려 20년. 그래서 그의 귀향은 단순히 바다를 건너는 모험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며 맞닥뜨리는 유혹과 절망, 분노와 희망, 그리고 끝내 포기하지 않는 의지를 담아낸 장대한 서사로 다가온다. 트로이 전쟁의 승리를 이끈 오디세우스는 누구보다 뛰어난 전략가였다. 하지만 신들의 노여움을 사면서 그의 귀향은 끝없는 시련으로 이어진다. 거대한 폭풍과 괴물, 아름다운 유혹, 사랑하는 동료들의 죽음까지….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또 다른 절망이 그를 기다린다. 그 시간 고향 이타카의 삶도 만만치 않았다. 아내 페넬로페는 남편이 죽었다고 믿는 수많은 구혼자의 압박을 견디고, 아들 텔레마코스는 얼굴조차 희미해진 아버지를 기다리며 성장한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고향에서조차 아무도 자신을 기다리지 않을 것처럼
성장기 교정치료 분야의 대표 임상서인 '성장기 아동의 공간부족,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가 영문판 'Space Deficiency in Growing Children: Clinical Approaches'로 출간됐다. 2017년 초판과 2021년 제2판을 거치며 꾸준히 사랑받아온 스테디셀러를 해외 독자들도 접할 수 있도록 번역한 것이다. 이 책은 성장기 I급 부정교합 환자의 공간 부족 문제를 예방과 치료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다룬 임상서로, 대표적인 6가지 악궁 확장 장치의 적용 증례와 공간 관리(Space Supervision) 과정을 중심으로 실제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진료 노하우를 풍부한 증례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특히 한국성장기치과교정연구회 프리콩그레스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된 만큼, 임상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술식과 증례를 중심으로 설명하면서도 근거 중심(Evidence-based) 접근을 함께 제시해 이해도를 높였다. 제2판에서는 저자들의 임상 경험을 반영해 증례를 추가·보완했으며, 영문판 역시 이러한 내용을 충실히 담아냈다. 구성을 보면 ▲성장기 예방교정의 개념 ▲대표적인 악궁 확장 치료 증례 ▲악궁 확장 시 고려사항 ▲기능성 교합 이상
멜로디보다 장면으로 기억되는 노래가 있습니다. The Verve의 ‘Bitter Sweet Symphony’도 그런 곡입니다. 뮤직비디오 속 리처드 애쉬크로프트(Richard Ashcroft)는 런던 거리를 묵묵히 걸어갑니다 사람들과 계속 어깨를 부딪히며. 누군가는 짜증을 내고, 누군가는 뒤돌아봅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습니다. 사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누군가를 공격하지도 않으면서 그저 앞으로 걸어갑니다. 참 이상한 장면입니다. 분명 앞으로 가고는 있는데 어딘가 도착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1997년 발표된 이 곡은 브릿팝 시대를 대표하는 명곡으로 꼽히지만, 가사는 생각보다 훨씬 냉소적입니다. '돈의 노예가 된 채 살아가다 죽는다'는 직설적인 표현까지 등장합니다. 사람은 변화를 꿈꾸지만 결국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반복되는 삶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이야기일 겁니다. 요즘의 치과계를 보면 가끔 이 노래가 떠오릅니다. 우리는 늘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개원 환경은 어렵다고 하고, 의료 질서는 무너진다고 말합니다. 과잉 경쟁과 저수가, 플랫폼 문제와 불법 의료광고, 보기에도 민망한 선거 문화까지 매번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됩니다. 누군가는 '이번엔 정말
치과 임상에서 실제로 마주하는 외과적 상황과 소수술 술기를 한 권에 담아낸 '구강 내 소수술백서 - 술기와 임상적 통찰의 접점을 찾아서'가 군자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이번 도서는 이용권·오세목·박수진·천경준·오한솔 원장이 공동 집필했으며, 발치와 임플란트, 상악동거상술, 구강 내 소수술, 응급상황 대응 등 실제 임상 현장에서 필요한 외과 술기와 판단 기준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 특징이다. 책은 단순한 술기 설명에 머물지 않는다. 창상치유와 해부학, 약물학 등 기초 이론부터 전신질환 환자 관리, 국소마취, 지혈, 항생제·진통제 사용, 수술 후 수액요법, 보험청구와 법적 대응을 위한 차트 기록 방법까지 폭넓게 다뤘다. 특히 “수술은 간단하고 빠르게”라는 임상 철학 아래 복잡한 외과 술식을 실제 진료 흐름에 맞춰 쉽게 풀어낸 점이 눈길을 끈다. 저자들은 '20여 년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진료 현장에서 마주하는 문제와 합병증 예방, 환자 상태에 따른 유연한 접근법 등을 함께 담아 실용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초심자에게는 기초를 다지는 길잡이로, 숙련된 임상가에게는 자신의 술식을 점검하고 확장하는 참고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것. 이 책은 총 2
사람은 늘 무언가를 움켜쥐고 살아간다. 명예일 수도 있고, 권력일 수도 있으며, 때론 자존심이나 승부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고 나면 그것들이 얼마나 허망한 것이었는지를 뒤늦게 깨닫곤 한다. Dust in the Wind는 바로 그런 노래다. 1977년 발표된 이 곡은 화려한 기타 솔로나 폭발적인 고음도 없다. 대신 어쿠스틱 기타 위에 담담한 목소리 하나가 조용히 흐른다. 마치 누군가 늦은 밤 인생 이야기를 혼잣말처럼 꺼내는 그런 느낌으로. 'All we are is dust in the wind..' 사실 이 노래를 만든 Kansas의 케리 리브그렌은 처음엔 그저 기타 연습용 핑거스타일 패턴을 만들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내가 멜로디를 듣고 “노래로 만들어 보라”고 권했고, 거기에 삶의 허무에 대한 가사가 붙으면서 뜻밖의 명곡이 탄생했다. 흥미로운 건 이 노래가 슬프면서도 이상하리만치 담담하다는 점이다. 체념이라기보다 성찰에 가까운데, 인간은 영원할 것처럼 싸우고 다투지만 결국 시간 앞에서는 모두 먼지가 된다는 사실을 조용히 읊조린다. 그래서인지 젊을 때보다 나이가 들어 다시 들으면 훨씬 마음에 깊이 와닿는다. 요즘의 치과계를 보다 보
치과의사와 의사 간 협력진료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교재 성격의 신간 「의사를 위한 치의학」이 대한치의학회 주관으로 출간됐다. 이번 도서는 52명의 필진에 19명이 감수를 맡아 완성도를 높였다. 구강악안면 외상과 감염, 두경부암, 악안면보철, 구순구개열 등 선천성 기형 치료부터 타액선 질환, 약물 관련 악골괴사증, 노년 구강관리, 항암·방사선 치료 및 장기이식 전후 구강 감염관리까지 치의학과 의학의 접점은 이미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돼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의과대학생을 위한 치의학 교육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1992년 대한의학회는 전국 의과대학 치과학교육의 표준화를 추진하며 학습목적과 162개 학습목표를 정립했고, 이를 바탕으로 1997년 「의과대학생을 위한 치의학개론」이 출간돼 교재로 활용된 바 있다. 이후 약 30년 만에 새롭게 선보인 이번 도서는 그 연장선에서 현대 치의학의 흐름을 반영해 재정리된 결과물이다. 책은 기초 치의학의 원리부터 각 임상 분야의 핵심까지를 체계적으로 담아냈다. 따라서 치과의사에게는 학문적 기반과 임상 판단을 되짚는 계기를, 학생과 전공의에게는 치의학 전반을 조망할 수 있는 안내서 역할을 하
비는 늘 같은 방식으로 내리지만, 듣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스며든다. 어떤 날의 비는 배경이 되고, 어떤 날의 비는 기억을 끌어올리는 장치가 된다. Uriah Heep의 'Rain'은 후자에 가깝다. 내리는 비를 그저 바라보는 게 아니라, 그 비를 통해 스스로의 상황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가사는 여백이 많은 수묵화 같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rain’이라는 단어, 그리고 그 비를 맞으며 서 있는 화자. 묘하게도 이런 단순함이 오히려 가슴을 깊게 파고든다. '비를 맞고 있다'는 건 피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고,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상태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곡은 굳이 슬픔을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그 자리에 서 있게 할 뿐이다. 피아노 위에 얹히는 보컬 역시 비교적 건조하다. 울음을 참는 사람처럼 좀체 감정선을 터뜨리지 않는데, 그런 절제가 오히려 슬픔을 더 크게 느끼게 한다. 때문에 'It’s raining'의 반복은 어떤 선언이기보다 체념에 가깝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것 같은, 그래서 이 구절은 더욱 쓸쓸한 읊조림이 된다. 그림을 한번 그려보자. 우산도 없이 비를 맞고 서 있는 사람.
임플란트와 CAD/CAM이 치과 진료의 중심이 된 지금도, 보철치료의 출발과 완성은 결국 정확한 교합 재건에 있다. 이 책은 보철치료의 핵심 도구인 교합기를 중심으로 교합 이론의 역사적 흐름부터 현대 임상에서의 구조와 활용까지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교합 이론서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교합기의 구조와 하악 운동을 저자가 직접 그린 정밀한 일러스트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기존의 사진이나 단편적 도해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내용을 직관적으로 정리했고, 초기 교합 이론에 등장한 교합기 역시 논문과 특허 자료를 바탕으로 재해석해 그림으로 복원했다. 현대 교합기는 실제 사용 과정을 기반으로 사진과 일러스트를 병행해 설명하며 이해도를 높였다. 이 책은 교합을 단순한 이론이 아닌 ‘이해하고 적용해야 할 원리’로 접근한다. 교합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앞서 왜 그렇게 움직이는지를 설명함으로써, 임상과 기공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사고의 틀을 제시한다. 치과의사와 치과기공사는 물론, 교합 이론을 처음 접하는 치의학·치기공학과 학생들까지 폭넓게 참고할 수 있는 실질적인 안내서다. <교합기 사용 도해서 / 조홍규 저 / 나래출판사 간 / 214×297mm, 304p
1993년 9월, 고대 그리스의 신전 위에 피아노가 놓였습니다. 야니가 그토록 꿈꿨던 공연 'Live at the Acropolis'는 그렇게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밤, 가장 먼저 하늘을 울린 곡은 'Aria'였습니다. 이 곡을 처음 듣는 사람은 누구나 놀랍니다. 언뜻 오페라처럼 들리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언어, 두 명의 여성 보컬이 서로에게 건네는 듯한 감미로운 대화. 사실 이 곡은 이탈리아의 테너 페루치오 탈리아비니의 아리아 ‘Un Amore Cos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편곡곡입니다. 야니는 이 고전적 멜로디를 전자 피아노와 스트링, 그리고 코러스의 숨결로 다시 빚어냅니다. 원곡의 정서는 사랑의 절절함에 가까웠지만, 야니의 ‘Aria’는 그보다 더 광대한 어떤 감정을 품고 있습니다. 마치 바람, 시간, 기억 같은 이름 붙일 수 없는 그런 감정들 말이죠. 곡의 중심을 이루는 두 명의 소프라노는 샐리 달링(Sally Dworsky)과 린다 로지(Linda Lee Lawley)입니다. 이들은 실제 가사보다 그 감정을 더 선명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고, 언어는 ‘무의미한 가사’를 얹은 가성의 아르페지오로, 순수하게 음성 자체의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방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