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3월 대전광역시 치과의사회장 임기를 마치는 대의원 총회에서, 치과의사 신용협동조합(이하 신협)을 창립하라는 명을 받았다. 준비 위원회 구성과 발기인대회와 연수원 합숙훈련(5박 6일)을 거치는 한편, 자본금적립과 직원채용 및 임원진 구성까지 바쁜 날을 보내고, 12월에 재경부 인가가 나왔다. 시작부터 나름대로 몇 가지 원칙을 갖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운영비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치과용 합금 구판사업이었다. 신협 설립의 목표가 회원(조합원)들이 수입제품 비중이 높은 치과기자재 공급업자들의 담합과 독점에 휘둘리는 것을 막는 일이요, 그러면서도 군소업자들의 생업에 지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이었기에, H 합금이 독점 거래하는 다른 신협들과는 달리, D 합금과 동시에 계약을 했다. 정주영 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하여 금강산관광 사업을 트자, DJ 는 이를 돕기 위하여 관공서와 대기업에 관광객을 할당(?)하였다. 현시점에서 보아도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LG 금속 산하인 H 합금은 이 행사에 주 고객인 치과신협 이사장 및 실무책임자들을 초청하였다. 선상(船上) 세미나에서 C 상무와 A 팀장의 프레젠테이션을 보면서, 아차! 그동안 귓전으로 흘려들
베이징대 린젠화 총장이 개교기념식에서, 기러기와 고니를 뜻하는 홍곡(鴻鵠)을 홍호(浩)로 잘못 읽어 구설에 올랐다. 총장은 즉시 사과를 했다. 초중학생 시절에 문화대혁명을 겪어, 기초교육이 불완전하고 체계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대협 출신들이 대학생활 대부분을 거리에서 보낸 탓으로, 머리가 텅 비었음은 공공연한 국가기밀이라던가? 사실 표의(表意)문자인 한자는 획수가 많고 복잡한데 글자 수도 많아서 익히기 어렵다. 넓은 땅에 방언도 많아 진시황의 갱유분서(坑儒焚書)가, 통일국가로서 문자통일과 사상정리를 위하여 불가피했다는 학설도 있다. 공산중국이 탄생하면서 마오(毛)의 결단으로 한국과 베트남을 본 따서 만든 간자체는, 문맹퇴치에는 성공했으나, 표의문자의 품격마저 망가져 글자도 못 읽는 총장이 나온 것이다.오리지널 번체(繁體)에는 상형(象形)문자가 많아서, 전서 예서 해서(篆書 隸書 楷書) 등 서예가 발달하였거니와, 글씨가 아름다움은 물론 초서는 거의 추상화의 경지에 이르렀는데, 제 눈에 안경인지 몰라도 중국이나 일본보다는 한국 붓글씨가 가장 보기가 좋다. 또한 중국과 일본은 간(簡)자와 약(略)자가 판을 치니까, 고전을 연구하려면, 언젠가는 원형이 가장 잘
쉬는 날 아내와 걷다가 제목도 안 보고 들어가 본 영화가 ‘메이즈 러너’였다.왜들 무작정 뛰는지 감정이입도 안 되고, 불이 켜져 나가라는데 끝났는지도 모를 만큼, 불친절한 스토리였다. 얼마 전 3편을 보고야 대충 흐름을 알았는데, 실은 제임스 데시너의 동명 소설 시리즈를 영화화한 것이란다. 태양활동으로 파괴된 미래(Virus 감염되면 좀비로 변함)의 디스토피아를 무대로 한 SF로서, 동물처럼 주어진 운명에 안주하느냐 도전하느냐(미로 탈출)의 선택(자유)을 제시하는데, 도전자는 가공할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책임)는 설정이다. 자유 민주시민으로 성숙하는 일종의 성장소설을, 부담 없이 즐기는 공상과학물로 교묘하게 위장(?)하고 있다. 바로 이런 점이야말로 자유세계(미국) 대중문화의 저력이며, 제목을 심리학 연구용인 미로학습(Maze Learning)에서 빌려온 재치가 돋보인다. Runner와 Learner... 미로학습의 최고 학습수준을 넘어, 진일보한 미로설계까지 가능한 유일한 동물이 인간이다. 단순한 시행착오(trial error)의 동물적 기억을 넘어, 잘못(error)을 반성 할 줄 아는 대뇌를 장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뇌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타인
여자는 사흘에 한 번은 맞아야... 여자와 북어는 두들길수록... 여자 목소리가 담을 넘어가서야... 암탉이 울면 집안이... 이런 악담이 자연스럽게 오가던 시대가 있었다. “여인도 성불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이 있었고, 카톨릭에 여성 신부는 어림없었으며, 여성 목사는 여전히 드물다. 무슬림여성의 인권은 말할 것도 없다.그렇지만 조부모님부터 필자 10남매에 2세들까지, 부부간 손찌검은 물론 대화에 “해라”도 들어보지 못했다. 보통사람들은 거의 다 그렇게 산다. 인생은 고해라 하니, 겉으로는 멀쩡해도 누구에게나 몇 번쯤 버거운 고비가 온다. 삶은 정(靜)적인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숨 쉬고 반응하는 상태요 과정이기 때문이다. 배려하고 협력해야 버티어내니까, 부부간에 ‘인내와 상호존중’은 생존의 전략이기도 하다.시민사회가 형성되자 ‘세기말 현상’이라는 용어가 탄생한다. 20세기 말 월가의 무한자본주의에 따른 천문학적 부의 쏠림이 ‘증오와 분노’로 폭발하고, 무수한 파편이 우박처럼 쏟아지고 있다. ‘미투’에 벌집을 쑤신 듯 초대형 연쇄반응이 뒤따르는 첫째 이유는, 세기말적인 분노의 증폭현상에 있다고 본다. 둘째, 미투는 ‘남녀관계’에 엉뚱한 ‘갑을관계’가 끼
서울시장에 출마한 박원순 후보에게 기자가 물었다. “공약을 실천하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들 텐데요?” 대답은 간단하다. “기업에서 협찬을 받으면 됩니다.”공적 예산을 ‘삥 뜯기’로 마련한다는 발상은, 세금 걷어 월급 주면서 일자리라고 우기는‘퍼주기’와 거기서 거기다. 우리가 그런 세상에 산다. 해롤드 로빈스(1916–1997)는 베스트셀러만 25권에 총 7억5천만부가 팔린 인기작가로서, 전에 ‘벳씨’를 소개한 적이 있다(소비자 보호; 1978). 소비자 정보지를 만든다며 메이커를 등치고 삥 뜯는 고수얘기다.또 하나의 베스트셀러 ‘외로운 숙녀(the Lonely Lady; 1976)’에서 제릴리는 아카데미 대본(Best Screenplay)상을 받는다. 수상소감과 감사의 멘트. “내가 한 일은 제작자 배위에 올라타기, 남자주연의 그곳 애무하기와 감독 마누라의 거시기 뽀뽀였고, 이 모든 분에게 영광을 돌리려고 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목 뒤의 매듭을 풀자 드레스가 흘러내리고, 알몸 한복판에 거꾸로 그린 황금빛 오스카상이 선명하다. 오스카의 머리는 치모(恥毛)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영화계의 하비 와인스틴을 예고하고, 숨죽인 미투를 고발한 첫 소설이다. 첫
골프 장타대회에서(World Long Drive, Nevada)에서, 여성은 342야드(Chloe Garner) 남성은 436야드(Ryan Liswick)로 각각 우승했다. 남녀 맞수대결에서는, 대략 파 3는 30 파 4는 60 파 5는 120야드 정도, 여성이 앞에 나가 치도록 한다. 체격 즉 근골(筋骨; 2, 30%)의 격차를 보정해주는 것이다. 남자대회에 나간 장타의 미셀위는 컷오프 당했고, 전설의 소렌스탐은 아예 출전을 포기하였다. 존경받는 테니스의 마가렛 코트여사가, “여자 프로에 왜 그리 레즈(동성애자)가 많은지.”라며 혀를 찼다.빌리 진 킹은 좀 덜하지만 나브라틸로바의 용모나 체격은 남자 중에도 상 남자다. 올림픽약물검사는 주로 근육강화제(Anabolic Steroid)를 찾는데, 시작은 여자선수에게 남성호르몬을 투여하는 공산국가의 부정행위였다. 제 버릇을 못 고친 러시아는 여전히 올림픽에서 찬밥 신세다. 1·4후퇴로 헤어져 도쿄 역에서 13년 만에 눈물의 상봉을 한 신금단 부녀를 기억하는가? 북한 단거리육상선수로 세계신기록 11개 국제대회 금메달 28개를 자랑했던 신금단의 용모와 체격은 천상 남자, 조금 에누리를 해도 중성이었다. Frailt
아주 흔한 유머 하나. 한 남자가 알몸으로 여탕에 들어갔다. 신고 받고 출동한 순경의 체포 죄명은 불법무기 소지죄인데, 재판장은 무죄를 선고한다. 판결이유는 물총은 흉기가 아니라는 것.1960년대에 의치대나 법대에는 여학생이 2, 3% 정도였다. 하느님은 한 사람에게 두 가지 선물을 주시는 데에 무척 인색하시니, 그분들의 미모는 상상에 맡긴다. 천지가 개벽하여 요즘 판검사 임용 보도를 보면 여성이 보통 3, 40%다. 남녀불문으로 공부 잘하는 친구가 인물까지 훤하다. 헐리웃에서 불어온 ‘미투’바람을 한국에 도입한 서지현 검사도 “검사 맞아?”할 만큼 뛰어난 미모다. 권력기관에 있는 분일수록 권력에 약한 법인데, 비록 8년이 지난 일이라도 조직의 상관을 고발한 용기에, 사회 곳곳에서 반응이 뜨거웠다. 그것도 잠시, 문학·연극계에 옮겨 붙은 불씨가 역풍을 타고 문화계 전반에 번지자, 뜬금없이 음모론이 떴다. 꼴뚜기인지 망둥이인지 항상 헷갈리는 딴지일보 김어준이, “문재인 정부의 진보적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기회다.”라고 주장한다. 흔히 진보적 좌경 인사가 성적 절제력이 흐릿하다는 통념 탓에 제 발이 저렸는지, 여권 일각에서도 상당수가 음모론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짓궂은 사육사가 침팬지에게 자위행위를 가르쳤더니, 한 번 쥐면 놓지를 않아, 시름시름 앓다가 석 달 만에 죽었단다. 믿거나 말거나하는 얘기지만, 다큐 ‘동물의 왕국’에는 짝짓기를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수컷들이 약방에 감초 격이다.맹수는 수정도 어려워 수사자는 하루에 수십 번 사정을 하고, 성질 급한 호랑이는 체구 작은 암컷을 물어 죽이기도 한단다. 이처럼 DNA를 남기려는 수컷의 눈물겹고 필사적인 투혼이 없었더라면, 대부분의 동물은 일찌감치 멸종했으리라. 짐승 가죽을 몸에 두르고 조잡한 곤봉을 든 원시인이 나오는 미국만화가 있었다. 몽둥이는 본래 사냥용인데, 여자 뒤통수를 때려 기절시킨 뒤 끌고 와 짝짓기 할 때도 쓴다.비록 만화다운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강한 남자만 DNA를 남기고 근친교배도 예방하는 일석이조, 약탈혼(掠奪婚)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문명이 발달하여 밀집생활 하는 사회가 되자, 인간은 도덕과 질서를 학습하고, 세상이 평등해지자 드디어 힘없는 짚신도 짝을 찾는다. 그러나 잠복했던 수컷의 공격본능은 애써 훈련한 자제력을 뚫고, 가끔 불쑥 불쑥 튀어 나온다. 통제(도덕·질서)를 벗어난 수컷의 공격성은, 힘이 사회적인 서열로 대체된 세상
“만약 워털루에서 나폴레옹이 승리했다면,” 이런 역사의 가정법은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라고 한다. ‘나만 옳을까?’라는 칼럼 세 편의 글 머리였다(2014. 7).1편은 그해 8월에 실리고 함께 보낸 2·3편이 나오기까지 근 2년이 걸린 이유를, 편집인의 실수라고 둘러대지만, 필자는 살아있는 문학권력에 대한 비판을 꺼리고 노벨문학상 기대주인 작가를 배려한 것으로 본다. 바로 시인 고은 얘기다. 첫 편 ‘과거사 청산’에서는 많은 한국인이 부러워하는, 나치 부역자에 대한 프랑스식 청산을 살폈다. 프랑스는 제1차 대전 패전국 독일에 지독한 배상금을 부과하여 히틀러의 집권을 도왔고, 마지노 방어선만 믿다가 불과 40여일 만에 나치의 탱크에 무릎을 꿇어(1940. 6. 22), 전쟁 내내 무대에서 쫓겨난 굴욕과 무력감을, 나치에 협력한 동포들에 대한 분풀이로 투사하였다. 5년 간 독일군 사상자 815만에 포로 185만 명, 악에 받힌 나치의 유태인 학살과 열 명 스무 명씩 프랑스 국민을 무작위로 공개처형하는 공포의 광기 속에 벌어진 부역행위다. 제 손으로 지켜주지 못해 독일군 현지처가 될 수밖에 없었던 제 누이들의 머리를 깎고 조리를 돌리는 등 전국적인 린치(私刑)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 같은 느릿한 저음. 사형대계단을 오르내리는 듯한 3단음의 반복이, 정점에 이르러 흠칫 멈췄다가, 순간 추락하여 여운처럼 길게 깔린다.억눌린 격정을 음표로 써내려간 의태어(擬態語)다. “난 이미 죽어있을 거에요.그리고 내 눈동자는 자연스럽게 당신을 향해 열려있을 거에요. 우울한 일요일에”찬바람의 슬픈 외침 속에 죽은 여인이 남긴 시는 이 선율과 만나, ‘죽음의 후크 송, 자살에의 초대’를 완성한다. Laszlo의 노랫말에 Rezso가 곡을 붙이고 프랑스 다미아가 부른 ‘우울한 일요일’은, 헝가리에서 발매 8주 만에 악단 전원, 그 외에 187명의 연쇄자살을 불러와(1933), 유럽에서는 노래를 금지시키고 판을 회수하였다.예측 못한 무서운 음악의 충격이, 두 세계대전 사이 유럽사회에 만연했던 우울증의 뇌관에 불을 댕긴 것이다. 같은 해에 히틀러는 수상이 되고 의회가 ‘전권위임 법’을 통과시켜, 세계적인 ‘전체주의의 광풍’이 불어 닥친다. 자살률 세계1위인 대한민국에, 거래자의 60%가 2030이란다. ‘김치 프리미엄’ 나라에 ‘비트코인 블루’라는 신종 우울증이 발병하고, 국내외 규제로 시세가 반 토막 나자(검은 금요일: 2월 2일),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