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불이 오신다는 56억7천만 년은 숫자라기보다 종교적 은유다. 천년의 신라왕국이 쇠퇴하자, 핍박받던 고구려·백제 망국민들의 메시아 기대심리가 후삼국을 탄생시켰고, 그중에도 영리했던 궁예는 석가모니 가신지 불과 천오백 년에 스스로 미륵불의 현신임을 선언하였다. 신정(神政) 일치의 천년제국을 꿈꾸며 철원으로 도읍을 옮기고 궁전에 쇠기둥을 썼건만, 불과 10여 년에 무너진다. 곧고 탐욕이 없으며 카리스마와 애민정신은 넘치는 한편, 인내심·친화력·융통성이 없어, 복속해온 신라인을 모두 죽였다. 오만이 하늘을 찔러 말년에는 스스로 불경을 쓰고, 관심법으로 마음속을 뚫어본다며 법봉(法棒)으로 신하를 때려죽이는 등 악행을 일삼다가, 부하 왕건을 받들고 일어선 부하들의 쿠데타로 쫓겨났다. 법도가 아니라 자의적인 적폐청산으로 일관하여 민심과 나라와 목숨 모두를 잃었다. 고공 행진하는 지지율을 업고 법치주의를 우회하려는 일부 ‘얼라’들에게, 자기성찰의 계기가 될 고사(古事)다. 고대 아테네에서 독재적 지배자인 참주(僭主)의 출현을 막기 위하여, 지지율이 너무 높아지면 도편추방제도(Ostracism)를 시행하지 않았던가? 지정문화제 278호인 동숭동 옛 서울대 본부건
“이래 뵈도 내가 왕년에...”는 노화의 신호요, 이를 자꾸 반복하면 치매의 시작이라는데, 문맥상 신상발언을 좀 해야겠다. 우리 61학번은 고3 때 4·19의 선봉이었고(대전고 3·8 의거), 김정남 수석을 위시하여 6·3사태의 주력이었다(1964-65). 서울공대를 나와 기술고시에 합격한 이진구는 경부고속도로 공사에 구간책임자, 어수걸 양한호는 중동 건설현장 책임자였다. 베트남에서는 드물게 장교 전사자가 나왔고, 자수성가하여 현재도 회사 CEO가 여럿이다. 아직은 젊은 피가 용솟음치던 30대 초반 서슬 푸른 유신의 철퇴를 맞으면서, 민주화투쟁의 횃불은 다음세대로 넘어가, 부마사태와 유신의 종말로 이어진다. 과거사 얘기를 반복하는 이유는, 우리가 민주화와 산업화는 본시 한 뿌리임을 증거 하는 산 증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광주의거를 누르고 막강하던 5공도 말기에는 힘이 빠져(단임 약속), 대학생들은 강의실을 박차고 거리에 나선다. 결국 박종철·이한열의 희생으로 6·29선언을 끌어내지만, 양 김씨는 밥 빌어다 죽 쒀서 노태우에게 진상하였다. YS 중반 정치판에 데뷔한 6·29의 주역들을, 언론은 386세대(60년대 출생 80학번의 30대)라고 이름 짓고,
가슴에는 장구를 등에는 북을 메고 걸음마다 둥둥, “왔어요, 왔어요, 둥둥 북 구리무가 왔어요!” 외치던 거리의 명물이 있었다. 얼마 지나니까 원숭이 한 마리까지 가세하여 관중을 모아놓고, “벌떡 벌떡, 남자들 기운에 좋아!”하는 보약으로 바뀐다. 동네사람 모여드는데 영양가 있는(팔아줄) 어른은 손에 꼽을 정도요, 코 흘리게들 만 쪼그려 앉아 있어, 질펀한 외설을 늘어놓기도 민망하다. 그래서 마이크는 외친다, “가라가라, 얼라들은 가라!”가판 화장품은 국민소득 100달러 때 얘기, 수상한 보약은 천 달러 대 시절이다. 5공 당시 피스톨 강(12·12 행동대장? 사실 아님)으로 오해받은 초선의원 강창희는 말끝마다 외쳤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소득 5천 달러는 되어야 합니다.” 쉽게 풀은 JP의 ‘항산에 항심’이다.다섯 살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니 5학급 통틀어 가장 작고 어렸다. 부반장을 해도 통솔 불가능으로 일주일을 넘기지 못했다. 5학년 때(1953) 이승만 대통령 지시라며 ‘자치회’가 생겨 회장을 맡았다. 선거로 뽑고 논리로 설득하는 자치회는 덩치와는 하등 관계가 없었다. 우리는 이렇게 아장아장 민주주의의 첫걸음을 떼었다. 반만년 동안 민주의 ‘
석가모니 열반 후 56억7천만 년이 지나면 아미타불의 세계는 끝나고, 미륵불이 사바시계에 출현하여 중생을 구제한다고 하니, 미륵은 미래의 부처요 불교는 희망의 신앙이다. 논산군 은진면 관촉사의 미륵불이 보물지정 55년 만에 국보323호로 승격했다는 보도를 듣고 반세기만에 다시 찾았다. 삼등신의 과분수(過分數)에 투박하고 기괴한 고려불상은, 못생겨서 죄송한 게 아니라 보면 볼수록 정이 든다. 이왕 온 김에 10킬로쯤 떨어진 황산옥 본가에 점심 예약을 했다. 5월 초라서 아슬아슬하게 별미 우어 회를 건졌다. 식감이 가자미 세꼬시를 살짝 닮은 회무침은, 소주가 너무 술술 넘어간다는 게 유일한 단점(?)인데, 5월 중순을 넘기면 가시가 억세서 못쓴다.카운터에서 우어 젓을 사서 한 달을 즐겼다. 상치에 더운 밥 한술 그 위에 우어 젓 한 젓가락을 얹으면, 꼭꼭 씹으려고 아무리 애써도 대여섯 번을 못 버티고 꼴깍 넘어간다. 짭짜롬 하기는 어리굴젓 조개젓의 중간이요, 식감은 멸치젓 아가미 젓 사이쯤이다. 중독성이 강하니까 계절의 풍미로 일 년에 딱 한 병만 즐기시라. 신문이나 TV나 사방이 먹 방이다. 뉴스는 넌덜머리가 나고 드라마는 막장이며 연예가 스캔들이나 격투기
트럼프 후보의 모자에서 “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는 구호를 읽었다.모노그램은 MAGA, 되게 발음하면 ‘막가’인데, 그의 막가는 말과 행동은 상상을 초월 한다. “다시 위대하게”라면 현재는 초라하다는 뜻이고, 이유는 오랜 우방인 영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모든 나라가 미국에 빨대를 꽂아놓고 단물을 빨아먹기 때문이며, 나만이 이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세 개 구문이 모두 틀렸다.1960년대 초 다이제스트가 인용한 통계에 의하면, 미군 한사람 유지비가 타이완 군 25명분이라 했다. 전후 서유럽이 재건되고 일본과 한국이 밤샘을 하며 미국의 첨단기술을 열심히 따라가는 동안, 미국은 베짱이의 부와 여유를 누리며 안주하고, 주기적으로 장내정리 비까지 챙겼다. 엔화의 강제 절상 직전에는 미국장관이, 일본정부는 국민 편의시설에 더 투자하라고 경고했다. 사회간접자본과 복지에 많은 돈을 쓴다면 그처럼 값싼 제품을 수출할 수 있겠느냐는 ‘내정간섭’ 이었다. 일본은 이런 수모에도 고분고분하게 지시를 따랐고, 결국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 미국은 동남아 제국이 같은 방식으로 산업화 할 때까지도 버텼으나, 인구 네 배의 중국이 엄청난 속도로
대전고는 1960년 전국 취주악(Brass band) 경연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김종석 선생님 지도 아래 도서관 뒤 공터에서 피나는 연습을 하여, 우리 동기들은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1882 초연)과 시벨리우스 교향시 핀란디아(1899 초연) 멜로디를 줄줄 외웠다. 국민의 가슴을 뛰게 하는 웅장한 애국 음악이다. 소 강국 핀란드에서 시벨리우스는 세종대왕만큼 추앙을 받는다. 1812년은 나폴레옹이 쿠트초프의 초토화 작전에 꺾여 퇴각한 러시아 승리의 해다. 차이코프스키는 이 곡으로 부와 명예를 함께 얻었다.유럽이 전화에 휘말린 틈을 타서, 미국은 영국 연방인 캐나다를 정복하려고 침략을 하지만, 모든 우세에도 불구하고 전투마다 죽을 쑨다. 캐나다의 1812년 백악관 방화는 침략전쟁이 철퇴를 맞은 한 장면일 뿐이다. 설령 트럼프가 조금 모자란 악역일지라도, 결코 말해서는 안 되는 적반하장의 망발이었다. 최근 “존경하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트럼프의 메시지가 SNS에 퍼지고 있다. 내용은 북미회담 및 6·13 지방선거 결과에 실망한 어느 아재가 분하고 속상해서 만든 것 같은데, 우리가 과거 능동적으로 행동해본 적이 있느냐는 지적은 정곡을
칼럼 ‘돌아온 건 맨’에서 단골 악당으로 잭 팔란스와 헨리 실바를 꼽았는데, 내빌 브랜드와 엘라이 월락도 만만치 않았다. 비 호감 마스크에 비열한 행동, 한 마디로 무자비한 무법자(Ruthless Outlaw)다. 반대로 정의의 편인 ‘용감한 사나이(Brave Man)’는 필자의 애청곡으로, 1953년 뮤지컬 ‘Red Garter’에서 로즈마리 클루니가 노래했다. 위험 앞에서 물러설 줄을 몰라서 새벽의 결투 끝에 쓰러지는 사나이, 명예를 지켜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창조주를 만나게 될, 믿음직한 영웅이다.현존 인물 중에서 앞의 네 악당 역할에 필적할 정치지도자를 찾아보자. 트럼프 두테르테 푸틴 에르도안 등등. 아베 시진핑 김정은 트리오는 동양적인(?) 마스크 때문에 아웃이다. 무자비하기로는 소개한 순서와 반대방향이고, 무법자라면 순서 그대로다. 국내 인물들은 지면관계로 생략한다. 미국 독립전쟁(1775-1783) 때 독립군은 편제도 애매한 2만여 명의 민병대로 시작했다.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가 차례로 도와주었으나, 25,000 전사자 중 병사(病死)가 17,000 명이었다. 영국군은 정규군 42,000에 독일 용병이 3만이었다. 양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은 프
개그우먼 김영희씨가 학부형으로 교무실에 불려와 수선을 떠는 여배우 역할을 맡았다. 지적을 받으면, “메소드, 메소드 연기에요.”하며 깔깔깔 웃는다. 이러한 전문직 종사자들의 현장 은어(jargon)는 생소할뿐더러 번역도 힘들다. 이제는 일상적인 용어가 됐지만, 미장센(mise-en-scene)을 ‘무대 짜임새’라고 번역을 해봐도, 1/3 쯤 아쉬움이 남는다.영화 ‘몬태나’에서 조셉 대위 역을 맡은 크리스찬 베일(다크 나이트)을 흔히 메소드 연기의 신이라고 일컫는데, 작년 말에는 아예 제목이 메소드인 한국영화가 개봉되었다. 완벽한 연기를 추구하는 중견 배우(박성웅)가, 성적 소수자 역을 맡은 젊은 후배(오승훈)를 몰입으로 이끌어가면서, 자신도 빠져드는 연극인의 세계를 그렸다. 현실과 연극 또는 진·위 자체가 혼란스러운 채 끝나는, 어렵고 불친절하여, 마치 수익을 포기한 독립영화 같은 작품이다. 어느 러시아 연출가의 이론에서 왔다는 메소드는, 주어진 역할에 완벽하게 몰입하는 개성 강한 연기법으로, 역시 우리말로 옮기기가 마땅치 않다. 자나 깨나 서나 앉으나 자신을 잊고, 배역의 인물로 변신하여 말하고 생각하는 연기라면, 조금 험하지만 ‘몰빵 연기’가 딱 맞는
1990년대 초반 월간‘치과계’에 칼럼 ‘영화 속의 치과’를 두어 편 쓰다가, 아예 고정 난을 만들자하여, ‘치과인의 영화감상’ 연재를 시작하였다. 영화는 필자가 소장한 레저디스크에서 고르고, 소니카메라로 여섯 컷씩의 스틸을 캡처 했다. 명화 100선(選)이 목표였으나, 치과 관련 영화 세편을 장르별로 고르기가 어려워, 30여 편에서 그쳤다. 세계영화시장의 대세는 미국이요 미국영화의 견인차는 서부영화이므로, 평원아(Plainsman; 1937), 황야의 결투( My Darling Clementine; 1947)와 오케이목장의 결투(1957)를 먼저 뽑았다. 미국의 역사는 수탈과 굶주림을 면하고 신앙의 자유를 찾아, 두려움과 설렘 속에 신대륙을 찾아온 이민들의 개척과 정착과 성공의 역사다. 그 과정에서 먹고사는 문제와 신변 안전에 본국은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었는가? 그들이 의지할 것은 손에 쥔 총 한 자루와 때로는 집단방어를 위하여 스스로 뭉친 민병대(militia; 독립전쟁 때는 minuteman)였다. 그 흔한 ‘묻지 마 사살’과 년 15.000명의 총기사망에 불구하고, 230년 전 수정헌법 제2조의 저항권(총기소지 권)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다. 서부영
2000년 봄 곤지암 CC에서 전국치과의사골프대회가 열렸다. 사이렌(본래는 총소리)에 맞춰, 40팀 150여명이 18개 홀에서 동시에 출발하는 샷건(Shotgun) 스타트는, 서부영화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장관이다. 회장단 팀의 점 5천 원짜리 지하경제에 말려든 만년핸디 18의 필자는, 당연히 엄청난(?) 부채를 졌는데, 설상가상으로 난이도 높은 마지막 홀(레이크 9번 파 5)에서 티샷을 잠수(潛水)시켰다. 동반자 셋이 모두 희색을 감추느라 어쩔 줄 모른다. 제4타에도 한참 멀었는데, 자포자기로 그저 폼생폼사 친 공이 그린에도 못 미치더니, 통 통 빙그르르 홀컵으로 빨려 들어간다.파! 입이 딱 벌어진 세 사람은 보기와 더블을 하고, 계산은 당연히 따-따블이니, 한방에 진 빚을 다 갚고도 남는 장사였다. 진짜 경사는 마운튼 코스 1번 파5에서 경기지부 모 회원이 친 세컨드 샷이 그대로 들어간 것. 소문으로만 듣던 전설의 알바트로스다. 샷건이 늘 그렇듯 라커룸도 식당도 도떼기시장인데, 시상(施賞)까지 지각이다. 알고 보니 일요일이라서 일찍 퇴근한 사장님이 알바트로스 패를 주려고 다시 정장을 하고 부리나케 달려오고 있단다. 골프장 개장 8년 만에 첫 경사라니 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