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의시절 신상문제로 이름을 바꿔야한다며 어머님이 올라오셔서, 당시 이름난 내자동 김봉수 작명소를 찾았다. 예약을 했어도 두 시간을 기다려 사주를 넣으니 즉석에서 처방(?)을 내린다. 뚫을 철(徹)을 상서 상(祥)으로 바꾸라는 것이다. 무슨 상중(喪中)도 아니고 난색을 표했더니, 가족 간에 가끔 불러만 주면 된단다. 한국식 이름 석 자에서 성 떼고 돌림자 떼면 달랑 한 글자 남는데, 그걸 바꿔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하기야 믿음의 문제이니 누가 감 놔라 대추 놔라 하겠는가? 얼마 전 막내 손녀 이름을 지으러 청전 선생을 찾았다. 솔깃한 덕담 끝에 안식구가 지불한 복채는, 3대째 단골(?)이라서 20만원만 받는단다. 여자이름에 단 한 글자이니 해답은 예상 그대로였지만, 그래도 적이 편안하고 마음이 놓인다. 목포 자살골로 탈당한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서운한 속내를 비쳤다. 당을 위해 이름과 슬로건을 지어준 공으로 보아, 당은 “나에게 빚진 게 많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음주측정도 아니고, ‘더 불어’가 좋은 이름인지는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 정권을 잡았으니 큰소리 칠만도 하다. 내 욕심 같아서야 백만 원도 눈에 안 차겠지만, 명색이 단골이요 소속 당 할인
환갑잔치가 쑥스러워 대신 오붓한 부부만의 여행을 계획했는데, 말이 나자 삽시간에 친구 30여 명이 모였다. 최소한 보름 이상으로 잡고, 나이가 더 들면 비행기 30여 시간에 고산지대 여행은 무리라고 하니, 장소를 중남미로 잡았다. 당연히 머릿속에서는 마추픽추와 이구아수폭포와 아르헨티나 탱고가 춤을 추고 있었다(2003). 갑자기 아르헨티나에서, 우습게 알던 사스의 ‘미 감염 증명서’를 요구해 당황했는데, 고맙게도 S 병원이 선뜻 서류를 발부해주었다 (Sars; 국내 발병자 3, 사망 0). 당시 “원주민을 내쫓고 세운 세계경제 7위의 백인 천국이, 나치 잔당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포퓰리즘으로 나라를 말아먹더니, 꼴값 떨고 있네.”라고 생각했는데, 신종 플루·메르스·우한(武漢)의 우환을 겪으면서 이제는 충분히 이해한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을 축하한다. 그러나 필자는 본 칼럼에서 “마치 두개의 영화를 억지로 붙여놓은 것처럼 몰입의 깨어짐”을 말한 바 있다. 마음에 드는 영화는 두 번 이상 보는데, 이 영화는 전·후반 일관성을 못 찾아 포기했다. 관객을 잡으려고 60년 전 2류 만화 마블의 소재를 재탕하고, 한편으로 스트리밍 전문인 Netflix의 명장면
역성(易姓)혁명에 성공한 이성계는 즉위 후에도, 도읍까지 정해준 무학 대사와 예사로 농담을 주고받았다. “내 눈에 대사는 살찐 돼지로 보이오.” 묵묵부답... “대사 눈에 짐은 어떠하오?” 대사가 입을 연다. “폐하는 부처님 같습니다.” “아니, 짐의 말은 농이었거니와, 부처님이라니?” “본시 부처님 눈에는 모두가 부처님으로 보이는 법이지요.” 말투는 극히 공손하지만, 결국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는 말이다. 미국은 일본의 진주만 기습으로 태평양전쟁에 끌려 들어갔고, 일본계 시민을 ‘격리수용’까지 했다. 해리스 주한 미 대사의 모친은 일본계지만, 그는 아나폴리스를 나온 정통 해군장교로서, 하버드·옥스퍼드·조지타운 대에서 행정학·국제정치학·안보학을 공부한 엘리트 중에 엘리트다. 별 네 개를 달고 태평양함대 사령관을 역임한 뒤, 전역하면서 콧수염을 기른 것으로 안다. 비행장교로 시작하여 태평양을 안방처럼 누빈 그에게, 문대통령 신년사가 정상으로 들렸을까? 핵과 미사일 공갈을 일삼는 북한 제제를 풀어 경제협력을 추진, 개성공단 재가동, 남북한 철도와 고속도로 건설, 금강산관광 재개, 외국인 여행지원을 시작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동맹국대사로서 한마디 하지 않을
각설이타령에서 잃어버린 한 구절. “오하요 곰방와 사라지자, 할로 오케이가 웬 말이냐/ 게다짝 소리에 골치를 앓더니, 껌 씹는 소리만 짝짝짝.” 일제강점기에 이어 미군정, 다시 미군의 참전과 원조로 김일성 남침을 견디어낸 민초의 애환이 물씬하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가‘기즈가 났다.’로 ‘스크래치(scratch) 갔다.’ 로 격상된(?) 것도, 들온 말(외래어) 침략의 역사다. “상처를 입었다.”는 말 자체가 낯 선 수동(受動)태로 일제 잔재이니, 적폐청산 차원에서 없애자는 돌 아이도 있으나, 일본 수동태는 겸양의 의미가 크고(내 본심이 아니라는 뜻), 영어의 수동형은 과학적이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났다.”와 “He was born in Seoul.”을 비교해보면,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친 부처님도, “내 스스로 태어났다.”고 우기실 수는 없을 터이다. 태어남은 의미상 자동사 아닌 타동사니까. 일본어 – 라시이나 – 요우다의 잔재라는‘같아요’ 또는 -적(的)이라는 말은 절제해야 하지만, 어느 야구 해설위원처럼 “생각되어진다.” 정도만 아니라면, 수동태는 오히려 우리말의 성장과 과학화에 기여 할 것이다. 엘리트 레전드 패러다임처럼 잘못 옮기면 뜻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는, 중국어 어순과 문법이 우리말과 너무 달라, 백성들이 제 뜻을 펼치기 어려움을 통찰한 깊은 뜻에서 출발하였다. 그러나 거란과 몽골 등 오랜 타민족의 지배와 기방 끈 짧은 주원장의 명나라를 거치면서, 엉망이 된 한자발음을 정비하려는 의도였다는 설도 있다. 이름부터 말·글(語文)이 아닌 바른 ‘소리(正音)’다. 시작이 한자의 ‘발음부호’였다 하더라도, 백성이 쓰기 쉬운 글로 만들어 반포한 큰 뜻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마오(毛)가 현대화의 미명하에 간화체를 만든 것은 좋으나(1952), 발음 보완을 위해서 병음(倂音; 1958)이 추가된다. 영어에서 쓰는 발음기호는 말 그대로 ‘만국’ 공통이다. 같은 라틴 부호를 쓰면서 중국만의 유별난 발음을 고집한 병음은, 국제사회 룰을 깨뜨린 반칙이요, 아쉬운 너희가 따라오라는 폭거이며, 외국인의 중국어 학습을 어렵게 하는 오만이다. 당명(黨命)에 의해 첩이(簡話體) 정실이 되자,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이 본처가 오히려 번자체(繁字體)로 밀려난다. 당시 중국학자들은 현지 출장을 포함, 한자 권 3개국인 한국 일본 베트남 옛 언어를 집중연구 했다고 한다. 다만 그들은 이두(吏讀)나 가타카나(片仮名)가
비긴 어게인밴드는 한류의 뛰어난 감성을 또 다시 온 세상에 떨쳤다. R & B 20년 경력을 헤아리는 박정현의 애드립과 감정표현... 베로나에서 샹들리에도 절창이었지만, 1971 그룹 브레드가 발표한 노래 ‘If’의 감성은 가슴을 파고든다(191025). “If the world should stop revolving, spinning slowly down to die, I’d spend the end with you. And when the world was through, then one by one the stars would all go out. And you & I would simply fly away.” “지구가 회전을 멈추고, 느리게 돌며 죽어간다면. 난 그대와 함께 마지막 날을 보낼래요. 그리고 세상이 끝나면 별들은 하나하나 사라질 테고, 그대와 난 그저 저 멀리 날아가면 그만이죠. - 이상은 오리지널 번역. 60년대 필자의 졸시(拙時) ‘밤과 시계(시집 짝사랑)’에서 “밤하늘의 가로등이 켜질 때부터, 그 별이 하나 둘 꺼질 때까지: From the time the stars begin to turn on, until they
서재를 새로 꾸미면서 숙제 하나를 풀었다. 뿔뿔이 헤어진 사전 20여권을 동쪽으로 난 창(東窓) 선반 위에 한데 모았다. 거대자료의 바다라는 인터넷은, 때로는 진위(眞僞)가 아리송하고 더러는 깊이가 없다. 환갑이 다된 웹스터(1960년)를 버리고 온 건 속상하나, 랜덤하우스 영한대사전(2002년, 2719쪽)이 아쉬운 대로 위로가 되고, 어문각 우리말 큰 사전(1995년, 총 5496쪽)은 만져만 봐도 든든하다. 랜덤은 우리말에 비해 올림말도 많지만(등재 낱말 31만 대 16만), 그보다 15만의 보기 글(用例: Usage)이 뛰어난다. 한글 문학의 역사가 짧고 역사를 꿰뚫는 걸출한 문호(文豪)가 드문 까닭에, 보기 글의 보고(寶庫; thesaurus)를 장만하는 일은, 우리 문학의 정체성 세우기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영어의 쉐익스피어, 불어 위고, 독일 괴테, 이탈리아 단테, 스페인 세르반테스, 톨스토이가 각각 나라말 본세의 길잡이가 되고, 그것이 민족정신을 키워내지 않았는가. 들온말(외래어)을 털어내고 우리고유 낱말만 뽑은 겨레말 갈래 큰 사전(1993년, 박용수·서울대)도 귀중한 참고자료다. 수강(受講) 도중 갑자기 통역을 맡은 것이 40대 때였는데
만년동 S 설렁탕은 그런대로 옛 맛을 지키고 있는 몇 안 되는 노포다. 몇 개월 전 문을 닫고 크게 수리를 하더니, 입식 의자에 혼 밥이 편하도록 바꾼 것까지는 좋은데, 왠지 국 맛이 심심해졌다. 한식집 탕과 일식 오뎅 국물은 잠시라도 불을 꺼뜨리면 안 된다더니, 시간이 좀 지나면 옛 맛을 되찾겠지... 며칠 전 새벽, 옆 테이블에 막 퇴근(?)한 듯 보이는 세 여성이 앉았다. 한 여인이 “국에 넣는 파 좀 더 주세요.”하니까 옆에서, “얘는 뭘 넣는 걸 그렇게 좋아해.” 다함께 까르르 웃는다. ‘파’ 여성이 되받는다. “너는 빨아 먹기를 좋아 하지 않아?” 다시 까르르... 김치 깍두기가 곱다는 말은 고춧가루를 나우 버무려 색깔이 붉다는 뜻이니, 매콤한 김치 깍두기를 물에 헹궈 먹는다는 말인가 보다. 누가 듣거나말거나 홀이 떠나가게 거침없이 떠드니, 세상 참말로 좋아졌다. 한물간 아재 개그 한 토막. 설렁탕집에 약간 얽은 사내가 화장 짙은 앳된 여인을 데리고 들어섰다. 주문을 받는데, “갈비탕 하나에 곰탕 하나, 보통으로.” 주인이 주방을 향하여 큰소리로 복창한다. “3번 테이블에 갈보 하나, 곰보 하나!” 그러고 보니 세상이 마냥 좋아진 것만은 아니다.
휴전 전후 철없던 코흘리개 시절, 동네아이들 간에는 병정놀이가 유행이었다. 구멍가게마다 널렸던 장난감 계급장을 사서 달고, 양키모자는 신문을 접어서 썼다. 계급순서에는 묵시적인 합의가 있어서, 대략은 장비(?)를 척척 사주는 ‘있는 집’ 아이 우선이었다. 동물세계에서 외적방어는 수컷의 몫이기에, 남자아이에게 장래 희망을 물어 ‘소방관 또는 군인’이라고 대답하면, 그 사회의 앞날은 밝다. 대한민국이 과연 그럴까? 아무리 우스개라도 희망 일호가 ‘임대 주(賃貸主)’라던가? 전후(前後)에 어렵던 시절은 그랬다 쳐도, 중진국이라는 오늘날 그 옛날 천민(賤民) 의식이 오히려 더 증폭되었다면, 그야말로 ‘헬 조선’을 증명하는 인증서 아닐까? 어쨌든 군 제복에 대한 남자들의 로망은 원초적이어서, 마니아급 수집가가 꽤 많은데, 특히 이차대전 당시 독일군장이 인기라고 한다. 전 세계를 상대로 두 차례나 대전을 치른 깡(?)과 전투능력 덕분도 있지만, 영화에서 보는 군복은 그자체가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멋지다. 전쟁은 ‘멋’과는 거리가 먼 지옥이요, 15세 아이에서 65세 노인까지 남자인구 1/3 을 동원하여 8백만 전사자를 낸 히틀러는 악마였지만, 독일군(軍: Wehrmac
무대와 바닥은 최고급 단풍나무, 벽면은 체리목으로 마감한 3백석 남짓의 금호아트홀. 비르투오소의 연주를 만나면, 마치 장인이 만든 악기 속에 들어간 듯 아늑함을 느낀다. 이날 신시내티 심포니 플루트 부수석 재스민 초이의 연주가 그랬다. 청아한 대금·안데스 팬 플루트·클라리넷 등 팔색조와 같은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온다. 그녀는 플루트 자체의 한계와 앞서가는 진화에 도전하고 있다 (070818). 악기의 여왕 바이올린 소나타를, 별다른 편곡 없이 훌륭하게 풀어낸 프랭크에서, 엄청난 기량의 업그레이드를 실감한다. 현대 클래식처럼 신비롭고 난해한 윤이상의 ‘가락’에서, 마치 마술을 시연하듯 선보인 다양하고 창조적인 주법은, 반만년 ‘피리 민족’의 내공을 보여준다. 공연리뷰의 제목을 ‘마술피리’라고 이름지은 이유다 (대전예당 앙상블 홀: 100402). 당돌 발칙한 “이럼 안 되나? (Why Not)?”라는 공연 제목이 말하듯 팝·재즈와 어울린 마당놀이를 보면서, 관현악 가운데 플루트의 지위격상은 물론 대중에 친근하게 다가가기까지, 끊임없이 노력하는 최나경(재스민의 본 이름)의 뛰어난 천재성과 열정을 읽는다(대전 CMB 아트홀: 110604). 이처럼 20년 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