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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서부의 악역 1 : Rogue of the West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79>


   칼럼 ‘돌아온 건 맨’에서 단골 악당으로 잭 팔란스와 헨리 실바를 꼽았는데, 내빌 브랜드와 엘라이 월락도 만만치 않았다.  비 호감 마스크에 비열한 행동, 한 마디로 무자비한 무법자(Ruthless Outlaw)다.  반대로 정의의 편인 ‘용감한 사나이(Brave Man)’는 필자의 애청곡으로, 1953년 뮤지컬 ‘Red Garter’에서 로즈마리 클루니가 노래했다.  위험 앞에서 물러설 줄을 몰라서 새벽의 결투 끝에 쓰러지는 사나이, 명예를 지켜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창조주를 만나게 될, 믿음직한 영웅이다.

 현존 인물 중에서 앞의 네 악당 역할에 필적할 정치지도자를 찾아보자.  트럼프 두테르테 푸틴 에르도안 등등.  아베 시진핑 김정은 트리오는 동양적인(?) 마스크 때문에 아웃이다.  무자비하기로는 소개한 순서와 반대방향이고, 무법자라면 순서 그대로다.  국내 인물들은 지면관계로 생략한다.


   미국 독립전쟁(1775-1783) 때 독립군은 편제도 애매한 2만여 명의 민병대로 시작했다.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가 차례로 도와주었으나, 25,000 전사자 중 병사(病死)가 17,000 명이었다.  영국군은 정규군 42,000에 독일 용병이 3만이었다.  양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은 프랑스에 대한 보은의 참전, 또 나치에 대한 응징으로 독일군과 피를 흘리며 싸웠다.  1920년대 금주령은 값싼 독일 맥주를 막으려는 것이었다.

 트럼프의 조부인 프리드리히는 1885년 칼슈타트에서 뉴욕으로 이민했다.  트럼프의 새 이민법에 따르면 영어를 못하고 미국 경제에 도움 되지 않는 조부는 쫓겨 갔어야 옳다.  지난 6월 8, 9일 케나다 퀘벡에서는 2018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렸다.  트럼프는 철강·알루미늄에 무자비한 관세부과 이유로 적국에나 적용할 ‘국가 안보’를 들먹이고, 캐나다의 트뤼도 수상이 격하게 항의하자 난데없이 1812년 전쟁을 들어, “당신들은 백악관을 불태우지 않았느냐?”고 받아쳤다. 

 이건 농담이 아니라 ‘무식(無識)’이다.  회담장소가 프랑스나 진배없는 퀘벡이고 캐나다와 미국은 순망치한의 동반자임을 차치하더라도, 2백여 년 전 전쟁 때문에 적대국이라면, 독립전쟁과 이민과정과 세계대전에 비추어 볼 때, 트럼프는 미국에 공적(公敵) 1호의 반역자 집안이다.  자신이 누워서 침을 뱉고 있는 줄도 모른다. 


   미국 GDP가 영국을 추월한 것이 남북전쟁 이후였으나, 슈퍼 파워로 자타가 인정한 것은 1차 대전 후다.  추축 3국을 상대로 전 세계가 휩쓸린 2차 대전에서 미국은 전쟁 경비를 거의 단독 부담하고 인명피해도 막심하였다.  전후 살림이 거들 난 유럽의 재건도 마샬 플랜 덕분이다.  자유민주주의의 독립정신에서 시작하여, 윌슨 민족자결주의와 루즈벨트의 4대 자유 선언에 기반 한 미합중국의 헌신과 봉사는, 자유를 지키는 세계경찰로서 자격과 도덕성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보면, 자유는 공짜가 아니었다(Freedom was not free).   영화 대부에서 마피아의 젊은 보스가 가난한 동족(이탈리아 이민)들로부터 정기 상납을 받는(Rip off; Protection money) 악덕 경찰을 처단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차 대전 종전을 앞두고 브레튼우즈 협정에서, 미국의 주도로 IMF와 IBRD가 창설되고, 금 태환을 전제로 달러는 세계의 통화를 기속하는 기축화폐가 된다(1944).  이후 냉전체제의 미국은 인류사의 오점인 공산주의 팽창을 막는 자유세계 맹주로서 엄청난 인적 경제적 출혈을 감당했지만, 한편 그것은 달러가 지배하는 소위 ‘나와바리 지키기’였다. 

 여러 가지 이유로 적자가 쌓이자 닉슨은 태환중단을 선언하지만(1971) 기축화폐의 기득권은 놓지 않았다.  적자가 다시 늘자 플라자 협정으로 일본에 엔화 강제절상을 요구한다(1985).  미국은 주기적으로 보호 비를 꼬박꼬박 챙긴 셈이다.


* 경찰 아니면 어차피 마피아가 뜯어갈 돈이니, ‘대부’는 밥그릇 싸움을 미화한 작품일 수도 있다.





: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