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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무·정책

폭로전으로 드러난 신·노 후보의 '맨 얼굴'

서치 2차.. "정책이 빠진 날것의 토론이 훨씬 흥미로웠다"

 

서울시치과의사회 회장단 선거 2차 정책토론회는 무척 아이러니한 장면을 남겼다. 토론회의 형식은 분명 ‘정책’을 전제하고 있지만 정책을 거논할 때 양 후보는 좀처럼 말을 섞어가지 못했다. 반면 정책과 무관해 보이는 주제에서의 질의와 응답은 오히려 가장 싱싱하게 파닥였다
두 후보가 내놓은 정책공약은 '회비 인하' 같은 파격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익숙한 것들이었다. 시덱스 운영 개선, 불법 광고 및 덤핑치과 대응, 회원 권익 강화 등등.. 구호 자체만 놓고 봐도 새로운 구석이 없는데다 정작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한 꺼풀만 벗기고 들면 곧바로 바닥을 드러낼 만큼 준비가 빈약했기 때문이다. 재정 구조를 어떻게 손볼 것인지, 법·제도적 장벽은 무엇인지, 실행 과정에서의 비용과 위험은 어디까지 감수할 것인지 같은 구체적 질문이 나오면 답은 대개 원론으로 되돌아갔다. “검토하겠다”, “노력하겠다”,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가 반복되면서 각자의 정책은 단단하게 형체를 갖추기는 커녕 토론이 진행될수록 속절없이 무너져내렸다.
정책 토론의 한계를 스스로 드러낸 꼴이다. 서로의 공약을 비교·검증하기에는 재료가 턱없이 얇았으므로, 질문이 깊어질수록 토론은 공회전에 가까워졌다. 정책이 구체적이지 않으니 정책을 놓고 다툴꺼리가 별로 없는 그야말로 '정토인듯 정토 아닌, 정토 같은' 구차한 정책토론회의 실체만 드러내고 말았다.


흥미로운 장면은 오히려 그 다음에 등장했다. 상대의 회무 이력, 의사결정 과정, 과거 발언과 실제 기록 사이의 간극을 짚는 순간, 토론은 갑자기 구체성을 띠기 시작했다. 숫자가 등장했고, 날짜와 인원, 금액이 오르내렸으며, 당사자의 표정과 말투까지 흔들렸다. 질문을 받은 쪽은 당황한듯 답변이 길어졌고, 공방 그 자체로 '이런 일이 아니면 회원들은 평생 몰랐을 많은 정보들'을 풀어냈다. 유감스럽게도 정책보다 훨씬 현실적이었고 훨씬 실제적이었으며, 훨씬 재미있었다.
이 웃픈 장면을 두고 애둘러 ‘네거티브’라 매도하기엔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왜냐하면 유권자들은 학맥이 아니더라도 후보를 평가할 마땅한 기준 하나쯤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정책이면 더욱 좋겠지만, 말이나 태도, 신뢰성, 책임감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이날 토론회를 본 유권자들은 아마 마음속에서 '음~' 하는 표정으로 뭔가를 결심했을 수도 있다. 그들은 이미 맨얼굴에 가까운 후보들의 본 바탕을 확인했을 터이므로..

 


어쩌면 우리는 정책 토론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에 지나치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지도 모른다. 겨우 구호 수준으로 나열된 공약(정책)을 놓고 형식만 정책으로 묶어둘 때 토론은 필연적으로 다른 길로 흐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흐름이 반드시 잘못됐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토론의 목적이 유권자의 변별력을 높이는 데 있다면, 그 판단에 도움이 되는 정보가 후보자의 정책이든, 회무이력이든, 정직성이든 굳이 선을 그을 이유는 없다는 의미이다.
토론회 도중 '지난 선거전에서의 신 후보의 신뢰성'을 들추는 노형길 후보의 질문에 신동열 후보측이 '정책이 아닌 인신공격성 질문'이라며 중단을 요청하자 신화섭 선관위원장은 이런 대답을 내놨다. "정책 토론에선 규정에 따라 어느 후보든 질문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반대로 질문을 받은 후보는 그 질문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질문이 합당하지 않으면 '합당하지 않다'고 답하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회원들은 어느 쪽이 더 합당한지 충분히 파악하신다. 질문에 성실히 답변하시기 바란다."
이 장면만 놓고 보면 이번 토론회의 승자는 줄곧 상대를 몰아부친 삭발투혼 노형길 후보쪽이다. 물론 당락을 좌우할 만큼의 차이는 아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