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는, 중국어 어순과 문법이 우리말과 너무 달라, 백성들이 제 뜻을 펼치기 어려움을 통찰한 깊은 뜻에서 출발하였다. 그러나 거란과 몽골 등 오랜 타민족의 지배와 기방 끈 짧은 주원장의 명나라를 거치면서, 엉망이 된 한자발음을 정비하려는 의도였다는 설도 있다. 이름부터 말·글(語文)이 아닌 바른 ‘소리(正音)’다. 시작이 한자의 ‘발음부호’였다 하더라도, 백성이 쓰기 쉬운 글로 만들어 반포한 큰 뜻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마오(毛)가 현대화의 미명하에 간화체를 만든 것은 좋으나(1952), 발음 보완을 위해서 병음(倂音; 1958)이 추가된다. 영어에서 쓰는 발음기호는 말 그대로 ‘만국’ 공통이다. 같은 라틴 부호를 쓰면서 중국만의 유별난 발음을 고집한 병음은, 국제사회 룰을 깨뜨린 반칙이요, 아쉬운 너희가 따라오라는 폭거이며, 외국인의 중국어 학습을 어렵게 하는 오만이다. 당명(黨命)에 의해 첩이(簡話體) 정실이 되자,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이 본처가 오히려 번자체(繁字體)로 밀려난다. 당시 중국학자들은 현지 출장을 포함, 한자 권 3개국인 한국 일본 베트남 옛 언어를 집중연구 했다고 한다. 다만 그들은 이두(吏讀)나 가타카나(片仮名)가
비긴 어게인밴드는 한류의 뛰어난 감성을 또 다시 온 세상에 떨쳤다. R & B 20년 경력을 헤아리는 박정현의 애드립과 감정표현... 베로나에서 샹들리에도 절창이었지만, 1971 그룹 브레드가 발표한 노래 ‘If’의 감성은 가슴을 파고든다(191025). “If the world should stop revolving, spinning slowly down to die, I’d spend the end with you. And when the world was through, then one by one the stars would all go out. And you & I would simply fly away.” “지구가 회전을 멈추고, 느리게 돌며 죽어간다면. 난 그대와 함께 마지막 날을 보낼래요. 그리고 세상이 끝나면 별들은 하나하나 사라질 테고, 그대와 난 그저 저 멀리 날아가면 그만이죠. - 이상은 오리지널 번역. 60년대 필자의 졸시(拙時) ‘밤과 시계(시집 짝사랑)’에서 “밤하늘의 가로등이 켜질 때부터, 그 별이 하나 둘 꺼질 때까지: From the time the stars begin to turn on, until they
서재를 새로 꾸미면서 숙제 하나를 풀었다. 뿔뿔이 헤어진 사전 20여권을 동쪽으로 난 창(東窓) 선반 위에 한데 모았다. 거대자료의 바다라는 인터넷은, 때로는 진위(眞僞)가 아리송하고 더러는 깊이가 없다. 환갑이 다된 웹스터(1960년)를 버리고 온 건 속상하나, 랜덤하우스 영한대사전(2002년, 2719쪽)이 아쉬운 대로 위로가 되고, 어문각 우리말 큰 사전(1995년, 총 5496쪽)은 만져만 봐도 든든하다. 랜덤은 우리말에 비해 올림말도 많지만(등재 낱말 31만 대 16만), 그보다 15만의 보기 글(用例: Usage)이 뛰어난다. 한글 문학의 역사가 짧고 역사를 꿰뚫는 걸출한 문호(文豪)가 드문 까닭에, 보기 글의 보고(寶庫; thesaurus)를 장만하는 일은, 우리 문학의 정체성 세우기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영어의 쉐익스피어, 불어 위고, 독일 괴테, 이탈리아 단테, 스페인 세르반테스, 톨스토이가 각각 나라말 본세의 길잡이가 되고, 그것이 민족정신을 키워내지 않았는가. 들온말(외래어)을 털어내고 우리고유 낱말만 뽑은 겨레말 갈래 큰 사전(1993년, 박용수·서울대)도 귀중한 참고자료다. 수강(受講) 도중 갑자기 통역을 맡은 것이 40대 때였는데
만년동 S 설렁탕은 그런대로 옛 맛을 지키고 있는 몇 안 되는 노포다. 몇 개월 전 문을 닫고 크게 수리를 하더니, 입식 의자에 혼 밥이 편하도록 바꾼 것까지는 좋은데, 왠지 국 맛이 심심해졌다. 한식집 탕과 일식 오뎅 국물은 잠시라도 불을 꺼뜨리면 안 된다더니, 시간이 좀 지나면 옛 맛을 되찾겠지... 며칠 전 새벽, 옆 테이블에 막 퇴근(?)한 듯 보이는 세 여성이 앉았다. 한 여인이 “국에 넣는 파 좀 더 주세요.”하니까 옆에서, “얘는 뭘 넣는 걸 그렇게 좋아해.” 다함께 까르르 웃는다. ‘파’ 여성이 되받는다. “너는 빨아 먹기를 좋아 하지 않아?” 다시 까르르... 김치 깍두기가 곱다는 말은 고춧가루를 나우 버무려 색깔이 붉다는 뜻이니, 매콤한 김치 깍두기를 물에 헹궈 먹는다는 말인가 보다. 누가 듣거나말거나 홀이 떠나가게 거침없이 떠드니, 세상 참말로 좋아졌다. 한물간 아재 개그 한 토막. 설렁탕집에 약간 얽은 사내가 화장 짙은 앳된 여인을 데리고 들어섰다. 주문을 받는데, “갈비탕 하나에 곰탕 하나, 보통으로.” 주인이 주방을 향하여 큰소리로 복창한다. “3번 테이블에 갈보 하나, 곰보 하나!” 그러고 보니 세상이 마냥 좋아진 것만은 아니다.
휴전 전후 철없던 코흘리개 시절, 동네아이들 간에는 병정놀이가 유행이었다. 구멍가게마다 널렸던 장난감 계급장을 사서 달고, 양키모자는 신문을 접어서 썼다. 계급순서에는 묵시적인 합의가 있어서, 대략은 장비(?)를 척척 사주는 ‘있는 집’ 아이 우선이었다. 동물세계에서 외적방어는 수컷의 몫이기에, 남자아이에게 장래 희망을 물어 ‘소방관 또는 군인’이라고 대답하면, 그 사회의 앞날은 밝다. 대한민국이 과연 그럴까? 아무리 우스개라도 희망 일호가 ‘임대 주(賃貸主)’라던가? 전후(前後)에 어렵던 시절은 그랬다 쳐도, 중진국이라는 오늘날 그 옛날 천민(賤民) 의식이 오히려 더 증폭되었다면, 그야말로 ‘헬 조선’을 증명하는 인증서 아닐까? 어쨌든 군 제복에 대한 남자들의 로망은 원초적이어서, 마니아급 수집가가 꽤 많은데, 특히 이차대전 당시 독일군장이 인기라고 한다. 전 세계를 상대로 두 차례나 대전을 치른 깡(?)과 전투능력 덕분도 있지만, 영화에서 보는 군복은 그자체가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멋지다. 전쟁은 ‘멋’과는 거리가 먼 지옥이요, 15세 아이에서 65세 노인까지 남자인구 1/3 을 동원하여 8백만 전사자를 낸 히틀러는 악마였지만, 독일군(軍: Wehrmac
무대와 바닥은 최고급 단풍나무, 벽면은 체리목으로 마감한 3백석 남짓의 금호아트홀. 비르투오소의 연주를 만나면, 마치 장인이 만든 악기 속에 들어간 듯 아늑함을 느낀다. 이날 신시내티 심포니 플루트 부수석 재스민 초이의 연주가 그랬다. 청아한 대금·안데스 팬 플루트·클라리넷 등 팔색조와 같은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온다. 그녀는 플루트 자체의 한계와 앞서가는 진화에 도전하고 있다 (070818). 악기의 여왕 바이올린 소나타를, 별다른 편곡 없이 훌륭하게 풀어낸 프랭크에서, 엄청난 기량의 업그레이드를 실감한다. 현대 클래식처럼 신비롭고 난해한 윤이상의 ‘가락’에서, 마치 마술을 시연하듯 선보인 다양하고 창조적인 주법은, 반만년 ‘피리 민족’의 내공을 보여준다. 공연리뷰의 제목을 ‘마술피리’라고 이름지은 이유다 (대전예당 앙상블 홀: 100402). 당돌 발칙한 “이럼 안 되나? (Why Not)?”라는 공연 제목이 말하듯 팝·재즈와 어울린 마당놀이를 보면서, 관현악 가운데 플루트의 지위격상은 물론 대중에 친근하게 다가가기까지, 끊임없이 노력하는 최나경(재스민의 본 이름)의 뛰어난 천재성과 열정을 읽는다(대전 CMB 아트홀: 110604). 이처럼 20년 넘게
인류사회의 발전을 이끌어온 엔진은 개방적·적극적인 서구문명이요, 그 요람은 그리스 문화를 이어받아 서방세계를 제패한 로마제국이었다. 반대로 고대문명의 쌍두마차였던 중국문화는, 명-청(明·淸)에 들어와서도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정책을 고집하다가, 선두주자의 지위를 빼앗기고 삼류로 전락하였다. 이제 ‘박정희 식’ 개발모델을 빌려다가 G-2 까지 성장하자, 찬란했던 옛 영화를 되찾겠다며, 사드배치관련 3불(三不)정책 강요처럼 무례한 반칙을 동원하여 전 방위로 떼를 쓰고 있다. 그러나 구시대의 전제군주국가 보다 더 무자비하고 원시적이요, 중국 특유의 선민의식(中華)에 오염된 공산주의 마인드를 버리지 않는다면, 무리한 욕심은 스스로를 자멸로 이끌 것이다. 주변국들로부터 왕따와 집단성토를 자초할 것이기 때문이다. 로마는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여 인류를 믿음의 세계로 인도하였으나 가톨릭이 강요한 ‘신앙 과잉’으로 서구문명은 암흑시대를 맞는다. 유일신(唯一神)의 질투와 배타성은, 다신교(Polytheism)에 길들여진 유럽에서 마찰을 피할 수가 없었으니, 마녀사냥 같은 무리한 정책의 부작용 또한 예정된 코스였을 것이다. 역사에는 의외성이 높다. 첫째 Pax Romana가
스페인 순례 길의 종착지 콤포스텔라에 야고보의 유해가 있다면,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성당에는 마가(Marko)의 유해가 있다. 로마에서 순교한 야고보는 신도들이 몰래 수습하여 모셔왔고, 마르코는 상인들이 알렉산드리아에서 옮겨(훔쳐)왔다고 전해진다. 석가모니의 진신사리가가 봉안된 적멸보궁이 다른 절과는 격이 다르듯, 성인의 유해는 범할 수 없는 존경과 숭배의 대상이다. 인민의 행복과는 동떨어진 사이비 이념의 공산국가들이, 비싼 방부(防腐) 처리와 관리 경비를 무릅쓰고 선임 독재자의 ‘시체장사’를 하는 행태는, 독재유지를 위하여 무신론자들이 종교를 흉내 내는 이율배반이요 자기기만이다. 왜 자연으로 돌려보내지를 못하는가? 산마르코 광장을 내려다보는 커피숍(Caffe Florian)에서 커피를 마셨다. 1720년에 문을 열어 괴테와 바그너도 마시고 갔다는 곳. 두 잔에 이탈리아에서는 조금 비싼 17유로인데, 2.5 x 2 + 음악 감상요금 12란다. 한국 호텔에 비해 ‘바가지’는커녕 너무 싸다. 가면 쓴 카니발의 원조 베네치아... 사육제가 끝나면 열 달 뒤 사생아가 무수히 태어나, 빨간 머리의 신부 비발디가 고아들을 거두어, 여성 오케스트라를 편성했단다.
아프레게르(Apres-Guerre; 前後派)는 일차대전 이후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새로운 예술사조로서, 전쟁 전의 표현파-추상파-초현실파를 총칭하는 아방게르에 대(對)한다. 6·25 직후 정비석의 소설 ‘자유부인(1954)’에 나오는 사치와 퇴폐의 여성상을, 아프레와 여성을 합성한 ‘아프레걸’이라고 불렀다. 사실은 아프레와는 거리가 멀고, 엄청난 파괴·살육 뒤에 겪는 ‘허무주의’일 뿐이었다. 첫째 해방과 정부수립 각각 5년 2년도 채 안된 세월에 의미 있는 문화가 성숙할 겨를이 없었다. 전전(戰前)이 없는데 무슨 전후? 둘째 아방게르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상과 인물을 비웃는 의미로도 쓰였으므로, 아프레 완장은 꽤 유효한 무기였다. 상대를 친일파 꼰대로 몰아가는 낡은 수법처럼... 셋째 문제의 본질은 갑작스러운 양키문화 습격사건이다. 가난하고 희망 없는 폐허에서 미국 원조물자로 연명하면서, 미국영화의 환상에 빠졌다. 자유분방한 민주국가 이면에 숨어있는 엄중한 질서와 준법정신은 아직 모르니까, 화려한 겉모습과 방종한(?) 남녀관계를 전부로 착각했다. 영화 자유부인에서 장 교수는 치과의사 박암이 열연했다. 지적 남성미가 물씬한 사나이였다. 긴장 풀린 사회에서
“지지 않겠다, 자력갱생하자?” ‘자력갱생’은 평양 백두 김가네 전매특허다. 말이 좋아 자력이지 고난의 행군 당시(1994–97), 백만은 못 되지만 실제로 33만 명이 굶어죽었다고 한다. 대약진운동(1958–61) 정책실패로 1,800만 – 4,200만을 아사시킨 마오(毛)에 비하면 김정일은 부처님이다. 후유증 사망을 합쳐 61만 명이라니, 인구비율로 따져 남한에서 130만이 목숨을 잃고, 거의 전 인구가 왜소·병약(矮小·病弱)화한 셈이다. 굶기를 밥 먹듯 하던 사람은 이골이 나서, 피죽만으로 석 달을 버틸지 몰라도, 잘 먹고 살던 우리는 사흘을 못 견딘다. 자력갱생은 그저 한 번 웃자는 실언으로 치고, 멀쩡한 동맹국끼리 난데없이 ‘지지 않는다.’는 건 또 뭔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요 그야말로 ‘평지풍파’ 아닌가? 무형의 국가권력을 받쳐주는 것은 정권의 정당성이다. 야당과는 물론 당내에서도 심각했던 ‘불통’ 탓에, 주류에서 밀린 한국당의 내부자들이 ‘촛불작전’에 앞장섰으니, 외침보다 내홍(內訌)이 더 무섭다. 승자 스스로 촛불‘혁명’이라하니, 총칼만 안 들었지 탈법적인 헌정중단과 정부전복임은 인정한 셈인데, 쉬쉬 해야지 자랑삼아 내밀 카드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