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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지력고갈과 윤작 (地力枯渴 輪作)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234>

 

   인류사회의 발전을 이끌어온 엔진은 개방적·적극적인 서구문명이요, 그 요람은 그리스 문화를 이어받아 서방세계를 제패한 로마제국이었다.  반대로 고대문명의 쌍두마차였던 중국문화는, 명-청(明·淸)에 들어와서도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정책을 고집하다가, 선두주자의 지위를 빼앗기고 삼류로 전락하였다.  이제 ‘박정희 식’ 개발모델을 빌려다가 G-2 까지 성장하자, 찬란했던 옛 영화를 되찾겠다며, 사드배치관련 3불(三不)정책 강요처럼 무례한 반칙을 동원하여 전 방위로 떼를 쓰고 있다.
 그러나 구시대의 전제군주국가 보다 더 무자비하고 원시적이요, 중국 특유의 선민의식(中華)에 오염된 공산주의 마인드를 버리지 않는다면, 무리한 욕심은 스스로를 자멸로 이끌 것이다.  주변국들로부터 왕따와 집단성토를 자초할 것이기 때문이다.

 

   로마는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여 인류를 믿음의 세계로 인도하였으나 가톨릭이 강요한 ‘신앙 과잉’으로 서구문명은 암흑시대를 맞는다.  유일신(唯一神)의 질투와 배타성은, 다신교(Polytheism)에 길들여진 유럽에서 마찰을 피할 수가 없었으니, 마녀사냥 같은 무리한 정책의 부작용 또한 예정된 코스였을 것이다.  역사에는 의외성이 높다.  첫째 Pax Romana가 보장해준 안전한 무역통로는 상업과 금융업의 융성으로, 계획에 없던 부유한 상인계급, 신 권력을 탄생시켰다.  둘째, 교회가 불러들인 암흑기에 이슬람의 이교도문화가 과학과 예술을 지켜준 덕분에, ‘그리스·로마의 문화유산’이 그나마 전해진 것은 전화위복이었다.  교회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 여유가 생긴 시민들에 의하여, 신(神)을 인간의 모습으로 노래하고 그리며 조각하던 로마시대를 선망하는, 르네상스(문예부흥)의 사조가 싹튼다.  거대한 ‘인간 복권(復權)’의 흐름이었다.  성화(聖畫)는 아름다운 인간의 누드를 그리면서 ‘외설시비’를 피하려는 핑계(Excuse)였다던가?  인류 문화예술의 미래라는(미켈란젤로·레오나르도 다빈치·라파엘로) 삼대천재의 탄생, 이들의 후원자는 다름 아닌 금융업계의 큰 손, 피렌체(꽃의 도시 Florence)의 메디치 가문이었다.   

 

   로마인은 15세기까지 인류역사의 3대 도약인 현대문명의 기원·기독교 세계화·르네상스를 선도했으나, 이후 여러 지방 국가로 갈라져, 종교개혁·민족적 자각과 통일·산업혁명·식민지 경영 등 중요한 변혁에서는 사사건건 지각하였다.  스승인 그리스가 가난한 발칸반도·유럽의 화약고로서 2천년 넘게 편할 날이 없었던 것처럼, 로마도 화려한 전성기에 뒤따르는 지력 고갈(地力枯渴)로 쇠퇴한 것은 아닌지.
 로마 천년제국을 뒷받침해준 두 기둥은 ‘세습’이 아닌 훌륭한 지도자의 선출과 강력한 로마군단이라고 한다.  신라 천년도 초중반까지 3성(三姓) 중에서 지도자를 뽑았다.  역사적으로 군주국가조차도 세습의 한계는 길어봐야 2백년 정도로 보인다.
 로마군단의 특징은, 밀집 진(陣)에서 등을 돌리면 뒤에 선 동료에게 찔리는 정규 시민군과, 같은 6천명으로 편성되어 장기복무 후 시민권이 약속된 속주군(屬州軍)의 용맹성이라고 한다.  시민에게 주는 엄청난 혜택과, 이를 지키려는 필사적인 용기.
 오현제 시대가 끝나고 황제 ‘세습화’ 이후 로마는 기울기 시작한다.  시민권이 휴지가 되자 시민군은 용기를, 속주군은 목표를 상실하였다.  로마를 함락시킨 것도 군단을 속속들이 잘 아는 속주 군이었다.  농민이 윤작(輪作)을 하듯, 지도층의 주기적인 교체와 시민과 소통하는 끊임없는 혁신은, 지력의 탈진과 인물 고갈을 막는다.
 임진왜란 때 조선조가 끝나고 새 왕조가 섰다면, 구한말의 치욕은 없지 않았을까?
 21세기 대명천지에 3대가 세습하는 평양의 괴물집단과, 황제 식 일당독재를 답습하려는 중국의 뒤끝은 어찌될까?  백년을 집권하겠다는 불통 정당의 앞날은?

 

 

 

: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전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