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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기상 이변 (氣象異變)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233>


   스페인 순례 길의 종착지 콤포스텔라에 야고보의 유해가 있다면,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성당에는 마가(Marko)의 유해가 있다.  로마에서 순교한 야고보는 신도들이 몰래 수습하여 모셔왔고, 마르코는 상인들이 알렉산드리아에서 옮겨(훔쳐)왔다고 전해진다.  석가모니의 진신사리가가 봉안된 적멸보궁이 다른 절과는 격이 다르듯, 성인의 유해는 범할 수 없는 존경과 숭배의 대상이다.  인민의 행복과는 동떨어진 사이비 이념의 공산국가들이, 비싼 방부(防腐) 처리와 관리 경비를 무릅쓰고 선임 독재자의 ‘시체장사’를 하는 행태는, 독재유지를 위하여 무신론자들이 종교를 흉내 내는 이율배반이요 자기기만이다.  왜 자연으로 돌려보내지를 못하는가?
 산마르코 광장을 내려다보는 커피숍(Caffe Florian)에서 커피를 마셨다.  1720년에 문을 열어 괴테와 바그너도 마시고 갔다는 곳.  두 잔에 이탈리아에서는 조금 비싼 17유로인데, 2.5 x 2 + 음악 감상요금 12란다.  한국 호텔에 비해 ‘바가지’는커녕 너무 싸다.  가면 쓴 카니발의 원조 베네치아...  사육제가 끝나면 열 달 뒤 사생아가 무수히 태어나, 빨간 머리의 신부 비발디가 고아들을 거두어, 여성 오케스트라를 편성했단다.  오늘 따라 비발디가 더 아름답다.  53년만의 홍수로 광장에 가슴팍까지 물이 찼다는 뉴스를 듣고 잠시 추억에 잠겼다.  2017 UN 기후변화 컨퍼런스는, 지구온난화로 2100년 해수면이 현재보다 6.4m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였다.

 

   샌프란시스코 남쪽에는 실리콘밸리가 있고 동쪽에는 나파밸리가 있다.  프랑스 와인과 블라인드 테스트 대결에서 5위까지를 독점한 와인단지다.  건조하고 뜨거운 태양과 추운 밤이 교차하는 드넓은 농장은 가도 가도 포도나무요, 와이너리에 줄지어 선 이탈리아산(産) 오크통에서는 포도주가 익어간다.  유명한 소살리토 식당에 맛있는 해물요리를 예약해둔 까닭에, 오후 네 시 시음장에서 단 넉 잔밖에 마시지 못한 건 두고두고 억울하다.  다녀온 지 한 달 뒤 태양이 이글대는 캘리포니아에, 때마침 기상이변으로 불어온 강풍을 타고 산불이 번져, 큰 피해를 입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우리가 방문한 몬다비(Mondavi) 와이너리에는 피해가 없었다고 한다.  유목의 나라 몽골에서는 사막화로 초원이 사라져, 징기스칸의 후예들이 가축사육을 포기하고, 올란바토르 외곽 빈민촌에 몰려가 살고 있단다.

 

   1991년 당시 유럽공동체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자며, 화석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부과하는 ‘탄소세’ 도입에 합의하였다(1991. 12).  오바마가 주도한 파리 UN 기후변화협약 총회는(2015), 배출량 줄이기 협약에 195개국이 서명하였다.  첫날 정상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기조연설’로 회의를 리드하였다.
 선거 때부터 기후변화는 ‘허구’라며 탈퇴를 주장했던 트럼프는, 지난 11월 4일 탈퇴를 공식 선언하였다.  분담금도 덜 내고 공공보건 보다 산업이익에 눈먼 트럼프에게, 다시 한 번 국제적인 매도가 쏟아지고 있다.  배출량이 20%로 세계 2위인 미국에서, 화석에너지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원자력발전 퇴출이 목표인 대한민국도, 탄소배출량 줄이기에 역주행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화재가 무섭다고 생쌀을 씹을까?  좁은 땅에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가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에 불리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화력발전은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배출의 주범이다.  태양광발전을 늘렸다가 썩지도 않는 반사판이 수명을 다하면 어찌하며, 그늘에 가린 넓은 땅과 기후가 20년 뒤에 과연 건강할까?  후손들에게 베네치아나 나파밸리처럼 멋진 유산을 물려주지 못할망정, 엄청난 폐기물·척박한 땅과 뿌연 먼지·이상기후에 더하여, 빚더미라는 덤터기까지 씌우지 않을까 걱정이다. 

 

 

 

: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전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