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는 전환점에 놓여 있습니다. 암과의 전쟁에서 시작의 끝과 끝의 시작을 맞고 있죠. 몇 년 안에 큰 예측치로 모든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기보다는 우리가 처음으로 암을 충분히 이해하게 된 것입니다.”(피터 레어드 남가주대 후성 유전체센터 소장, KBS 스페셜 ‘암의 천적, 킬러바이러스’ 중에서)
암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치료하려는 시도가 시작된 지 40년이 지난 지금, ‘암과의 전쟁’에서 얻은 수확은 ‘암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비록 40년이 걸린 암과의 전쟁 제 1라운드는 실패로 끝났지만, 암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발견은 제 2의 시작을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작의 한 가운데는 항암바이러스 치료법이 있다.
지난 10일(일) 방영된 KBS 스페셜 ‘암의 천적, 킬러바이러스’에서는 치과의사 출신인 부산대학교 황태호 박사팀을 중심으로 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집중 조명해 큰 호응을 받았다.
이 방송에서는 황 교수팀이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항암바이러스 연구결과가 구체적으로 소개됐다.
무한 증식하는 암을 역시 더 빠른 속도로 무한 증식하는 바이러스를 통해 잡는 항암바이러스 치료법은 치료속도 및 예후(통증)에서 기존의 항암치료에 비해 효과가 뛰어났다. 흡사 초정밀 유도탄과 같은 원리로 몸 속 구석구석에 있는 암 세포들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항암바이러스 치료로 완쾌된 환자의 피 속에서 항체가 발견돼 항체를 통한 치료가능성까지 열린 것이다.
방송에서는 황 박사팀 주도로 신장암 말기였던 최 모씨에 대한 항암바이러스 치료가 중단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암이 괴멸되는 것에 주목, 최 씨의 몸 안에 생성된 항체를 발견하는 과정이 자세히 설명됐다.
이어 최 씨의 혈액에 있는 항체를 다른 신장암 세포에 넣었을 때 암 세포가 죽고, 동물실험에서도 항체를 투여한 토끼군에서 암세포가 더 이상 증식하지 않는 등 항체를 이용한 암 치료 효과를 증명하는 내용이 공개됐다.
연구진은 항체를 투여하지 않은 토끼의 경우 암세포가 크게 자랐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은 2013년 2월 10일 네이처 메디신지에 게재되기도 했다.
황태호 박사는 방송에서 “현재의 기술로 암의 완치는 힘들지만, 면역기능이 상당히 만들어진 환자에게서 완치를 직접 관찰했기 때문에, 향후 연구를 통해 어떻게 하면 환자에게 면역적인 기능을 더 일깨워 줄 수 있는가에 대한 더 많은 지식을 알게 된다면 암도 완치할 수 있는 시기가 온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 말미에는 전세계에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 환자의 혈액을 분석해 미국 FDA에 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기관인 신라젠(부산대신약개발 R&D센터 내 소재)이 소개되기도 했다. 현재까지 글로벌수준의 신약 개발이 불가능했던 우리나라에서 이 회사에 퀄리티랩으로서의,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의 허브로서의 가능성과 기대를 담는 것으로 방송은 마무리됐다.
이번 방송과 관련 신라젠 관계자는 “방송 당일 오후까지 방송국과 내용을 일일이 검토하고 감수했었다"며 "이제 이 방송을 통해 우리 국민들은 물론 세계 각국이 '항암바이러스를 이용한 새로운 암치료 패러다임'이라는 메시지에 얼마만큼 귀 기울이게 하는가가 중요하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 아울러 '현재 미FDA를 통해 진행되고 있는 임상시험 이후 머지않아 항암바이러스치료제가 세상에 공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