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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변화하지 않고 누릴 수 있는 성공은 없다'

두게임 만에 끝난 브라질 월드컵이 주는 교훈

4년을 기다린 한국의 월드컵은 야속하게도 단 두 경기 만에 끝이 났다. 러시아와 비겼을 때만 해도 경기내용은 맘에 들지 않았지만 ‘상대가 러시아니까’ 하고 위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알제리 전을 보면서 국민들은 뭔가 석연찮은.., 너무나 또렷한 결점들을 하나하나 짚어내기 시작했다.

 

첫째, 우리 선수들은 왜 우리 진영에서만 열심히 볼을 돌릴까?

둘째, 우리 수비 진영은 왜 찌르면 찌르는 대로 빈곳이 될까?

셋째, 3골을 먹도록 선수도 전술도 그대로인 건 도대체 무슨 배짱일까?

 

경기장에서, 벤치에서 당사자들이 느낀 감정이야 물론 훨씬 복잡했겠지만, 위기에서도 달라지지 않는 우리 팀을 보고 국민들은 절망하고 말았다. 그래서 ‘남은 기간 잘 준비해 벨기에 전에 사활을 걸겠다’던 홍 감독의 발표를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그 인터뷰를 보면서 국민들은 이미 ‘내일은 잠이나 편히 자야겠다’고 마음들을 굳히고 있었다.

한국 축구가 이처럼 몰락한 이유는 무얼까? 여러 가지 분석이 따랐지만, 결국은 ‘세계의 추세를 따라가지 못한 안이와 자만’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른 채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에 매달려 쥐뿔도 없이 16강이니 8강이니 큰소리만 쳤다’는 거였다.

 

 

홍 감독의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빅 리그를 가진 스페인도 영국도 떨어진 16강인데, 한국쯤이 무슨 호들갑이냐’고 나무랄 수도 있겠지만, 그건 경기를 보지 않았을 때의 얘기이다. 이기고 지고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싸웠는지가 더 중요할 때가 있는데, 이번이 바로 그런 경우인 것이다.

세계축구가 이미 수비를 탄탄히 하면서 빠른 역습으로 카운터를 날리는 쪽으로 가고 있음에도 한국은 여전히 점유율 축구에 매달려 빙글빙글 열심히 공을 돌리기만 했다. 그러다간 공격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상대에게 커트를 당해 역습을 허용하는 식이다. 실제 조별 리그 세 경기에서 한국은 볼 점유율에선 늘 상대를 앞섰다.

심지어 4:2로 무기력하게 무너진 알제리 전에서조차 점유율에선 52:48로 우리가 우위였다니 말 다했다. 우리 팀은 그저 게임이 끝날 때까지 ‘어디 한번 천천히 들어와 봐, 내가 보여줄 것이 있어서 그래..’ 라는 주문이라도 받은 듯 이리저리 볼을 돌리며 천천히 들어가다가 상대팀이 역습으로 득점하는 장면을 보여줄 수 있도록 돕곤 했다.

마찬가지로 이번 월드컵에선 스페인의 티키타카도, 일본의 정교한 패스플레이도 힘을 쓰지 못했다. 그들도 우리처럼 옛 성공에 집착해 자멸을 맞은 것이다.

옛 성공에 매달리다 자멸한 대표적인 경우로 업계에선 흔히 코닥과 노키아를 든다. 이 두 거대 기업은 이미 형성된 시장에 안주해 새로운 뭔가를 시작하길 주저하다 경쟁업체들에게 시장 전체를 내주고 말았다.

우리 축구도 이번 월드컵에서 이들 공룡기업과 똑 같은 길을 따라 걸었다. 2002년의 성공과 2010년의 16강. 그리고 런던올림픽에서의 메달이 검증되지 않은 변화를 거부한 것이다.

홍명보 감독은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골을 넣은 박주영을 논란을 무릅쓰고 두 경기에 선발기용 했다. 박주영 뿐만 아니라 런던에서 영광을 함께 했던 추억속의 멤버들을 15명이나 월드컵에 다시 불렀고, 이들의 부진과 함께 홍 감독은 물론 한국 축구도 단 두 경기 만에 몰락하고 말았다.

 

 

‘적어도 알제리처럼은 해야 산다’

 

변해야 사는 세상이다. 추세를 거슬러 얻을 수 있는 성공은 없다. 치과도 마찬가지다. 옛 영광에 도취해 변화를 거부하다 스스로 어려움에 빠지는 치과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우리와 맞붙은 알제리가 그랬듯 1차전과 다른 상황, 다른 상대를 맞았으면 2차전에선 다른 선수, 다른 전략을 준비하는 것이 백번 옳다.

우리의 홍 감독처럼 상대가 달라졌고, 상황이 달라졌음에도 ‘러시아전에서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해 전술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면 결국 보여줄 수 있는 거라곤 쓰디 쓴 실패뿐이다.

그러므로 치과계가 이번 월드컵에서 얻을 교훈은 ‘환경의 변화를 느꼈다면 스스로 어떻게 바뀌는 게 좋을지 부터 먼저 생각하라’ 정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