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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세월호에 드러난 '사람의 문제'를 피하려면..

[편지] 치협 선거인단 K 원장님 귀하

 

나라에 큰 슬픔이 있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슬픔은 삽시간에 다가와 빠른 속도로 사람들 사이를 번져 나갔습니다. 그렇지만 다들 어쩌지 못하고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물살 때문에.. 시계 때문에.. 파도 때문에.. 장비 때문에... 그 긴 무력감이 어찌 학부모들만의 것이었을까요. 할 수 있다면 뭐든 하고 싶었던 안타까운 시간들이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을 더욱 슬프게 만들었습니다.

세월호 사건을 원장님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기회가 되면 저는 이렇게 정리해야지 하고 마음먹은 게 있습니다. 그건 사람에 관한 문제입니다. 사람은 만들어진 모양대로 제 역할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준석 선장도, 직위해제 된 공무원도, 고 남윤철 교사도 갑작스레 맞닥뜨린 위기 상황에서 오랜 기간 준비한 만큼 행동했을 뿐입니다.

이건 아주 정확해서 요행을 바랄 수도 없는 일입니다. 타이타닉호의 선장과 이준석 선장을 비교하다니요. 그건 애초에 말이 되지 않습니다. 스미스 선장은 타이타닉을 위해 준비된 사람이지만, 이 선장은 500여명의 승객을 위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그저 적으나마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을 위해 세월호에 오른 사람입니다. 제일 먼저 구조돼 자신이 누구란 것도 잊고 모포를 뒤집어 쓴 채 팽목항을 어슬렁거리던 그의 모습을 보면 금방 알 것 아닙니까.

우리의 시스템이 욕을 먹는 건 이준석 선장처럼 자리에 맞지 않은 사람들이 도처에 늘려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시스템이 욕을 먹는 건 고 남윤철 교사 같은 양식 있는 인품을 더 많이 길러내지 못한 때문입니다. 우리의 시스템이 욕을 먹는 건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의연하게 가동될 국가적 위기관리능력을 키우지 못한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나라를 움직이는 시스템이 언급되기 시작하면 아무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대통령까지도 잘못된 시스템의 일부가 될 테니까요. 이 마당에 누가 누구를 단죄하겠습니까. 침몰하는 난파선 위에 선 우리 모두가 가해자이자 희생자인걸요. 

 

이제 치과계 얘기를 좀 해야겠습니다. 대학병원이든 개원가든 치과계가 어려워진 것만은 확실합니다. 직접 원장님들의 얘기를 듣지 않더라도 기공소나 치재업체를 통해 그런 어려움은 충분히 감지가 됩니다. 때문에 선거 때마다 후보들은 동네치과 살리기를 외칩니다. ‘이차저차 해서 여차저차 하면 동네치과를 살릴 수 있다’고들 주장합니다.

하지만 말하기는 아주 쉽습니다. 말 뒤에 숨은 무엇을 찾아내지 못하면 치과계 또한 금방 시스템론에 휘말리게 됩니다. 양식 있는 지도자를 뽑지 못한 잘못, 필요한 자리에 필요한 사람을 앉히지 못한 잘못, 그리고 외풍에 맞설 위기관리능력을 갖추지 못한 잘못.

설사 그렇더라도, 이 모든 게 집행부나 제도권의 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원장님은 TV 앞에 앉은 국민들처럼, 하염없이 출렁이는 화면 속 물결 위로 어쩌지 못할 탄식이나 실어 보내고 말건가요? 아닙니다. 치과계는 제도권의 것이 아닙니다.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지요. 더욱이 치과계의 대표를 뽑을 선거인단이면 10명 우량회원들의 권리까지 위임받은 귀하신 몸입니다. 당연히 목소리를 내야지요.

이런 의미에서 전 ‘누가 돼도 그게 그거’라는 시니컬한 태도엔 동의하지 않습니다. 의협사태를 보십시오. 지도자가 벌일 수 있는 일의 크기와, 지도자가 동원할 수 있는 힘의 크기와, 지도자가 만들 수 있는 파장의 크기를 생각하면 ‘누가 돼도 그게 그거’라는 말씀은 절대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때문에 내일 오후 4시, 원장님이 계셔야 할 곳은 The K- 서울호텔의 투표장 입니다. 그곳에서 똑바로 보고 똑바로 뽑으시기 바랍니다. 그런 후보야 안 계시지만, 행여 애초에 뭘 할지도 모르는 세월호의 얼치기에게 3만명이 승선한 대 치협함의 조타를 맡길 순 없지 않겠습니까.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습니다만 저녁 무렵엔 여전히 쌀쌀합니다. 오시는 먼 길, 감기 들지 않도록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내일 반갑게 뵙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