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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치협 선거가 갈수록 재미없어지는 이유

'선관위도 후보들도 지나치게 경직됐다'

치협 선거관리위원회가 급기야 공정선거, 클린선거를 당부하고 나섰다.

선관위는 오늘자 보도자료를 통해 ‘선거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문제들로 인해 후보자 상호 간 규정 위반에 대한 문제제기가 빈번할 뿐 아니라 선관위의 중립성에 대한 불신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일까지 빚어지고 있다’면서 ‘이번 선거가 공정선거, 클린선거가 될 수 있도록 후보자를 포함한 모든 관계자들이 선거관리규정을 철저히 준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도 싶지만, 이 같은 혼란은 선관위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우선 선관위는 선거관리 주체로서의 위엄을 세우지 못했다. 선거관리란 행정적, 절차적 관리도 중요하지만, 선거운동 기간 동안 수시로 발생하는 규정위반 사례들에 대해 믿을만한 심판관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이 기준에서 신뢰가 흔들리면 어떤 후보도 선관위의 결정에 승복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선관위는 두 가지 규정위반 사례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나는 김철수 후보캠프의 전화설문조사 건이고, 다른 하나는 이상훈 후보캠프의 선거인단 치과명 노출 건이다. 이 두 사안은 공히 시정명령이라는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결정을 받았지만 사실 위반의 정도나 중요도로 따지면 차이가 크다.

 

 

흥행 바란다면 좀 더 너그러워져야

 

전화설문조사의 경우 선거관리규정이 분명하게 금지하고 있는데다 외부 기관에 선거인단의 개인정보를 넘긴 자체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더구나 시정명령 이전까지 진행된 조사의 규모와 내용에 대해서도 선관위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시정명령은 단지 ‘선거인단을 짜증나게 하는 ARS 전화설문조사를 당장 중단하라’는 명령일 뿐 이미 진행된 조사 내용을 파기하거나 공유하라는 명령은 아닌 것이다.

이상훈 후보 측이 억울해 하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대학 동문들만 보는 SNS에 동문 선거인단의 면허번호, 이름, 치과명을 담은 사진을 올린 건이 선관위 결정만으론 ARS전화설문과 똑같은 주요 위반행위로 취급된 것이다.

근래 가장 뜨거웠던 쟁점은 최남섭 후보의 경기지부 정책발표회 건이다. 이 건은 경기지부가 최 후보의 발표회 참가를 당부하는 단체문자를 소속 회원들에게 뿌린 것이 문제가 됐다. ‘중립을 지켜야 할 지부가 특정 후보를 위해 회원 연락망을 이용한 것은 명백한 관권선거라는 것이 경쟁 후보들의 주장이었다.

결국 행사는 취소됐고.., 어쩌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었을 이 건은 최 후보측과 경기지부가 경쟁 후보 측 주장에 대응해 이런저런 해명을 내놓으면서 오히려 복잡해진 측면도 있지만, 선관위가 이 사안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또 하나 G신문이 실시중인 설문조사에 대해서도 선관위는 ‘중단하길 바란다’는 의견을 냈지만 조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다만 결과 발표를 선거 이후로 미룬다는 것인데, 여기에 대해서도 선관위는 분명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내용과 발표시기가 조정됐으므로 계속해도 무방하다’든지 아니면 ‘발표시기와 상관없이 선거에 관한 설문조사는 규정에 따라 중지해야한다’든지 뭔가 최종 입장이 있어야 할 듯싶다. 선거와 관련한 사항에서 선관위의 결정이 먹히지 않는다는 인식을 회원들에게 공공연히 심을 필요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도 안 돼, 저것도 안 돼’ 지나친 규제도 문제

 

선거가 진행되면서, 앞으로 훨씬 더 복잡한 상황과 마주치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마다 앞에 나서 중재하고, 조정하고, 결정하는 선관위의 모든 기준들이 명쾌하게 상황을 정리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선거상황은 결국 후보들과 유권자들이 만들어 간다. 앞서의 이상훈 후보 건은 구태여 징계라는 이름으로 처리할 필요도 없는 사안이다. 규정 위반일 수 있으니 사진을 내리라고 하면 그만이다. ‘그걸 해서 누가 얼마나 이득을 볼 건가’를 생각하면 징계 자체가 싱거워진다.

다시 말하지만, 눈에 불을 켜고 상대방을 노려보다가 옳다구나 선관위에 고발부터 하고 보는 행태는 전체 선거 분위기를 가라앉힐 수도 있다. 그래서 누구에게 이익일지를 생각해보면 일단 각 후보 캠프부터 좀 더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

그런 바탕 위에서라야 선관위도 제대로 중심을 잡을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