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말까지 길거리 불심검문이 흔했다. 군대를 안간 기피자(draft-dodger) 적발이 목적이었다. 휴전(1953) 직전까지 매일 수백 수천 명이 죽고 다치는 상황을 지켜봤고, 종전이 아닌 언제 또 터질지 모를 휴전상태(cease-fire)에서, 누가 입대하고 싶겠는가? 힘 있고 돈 많으면 외국유학을 가고, 서민들은 모 정치인처럼 오른손 검지(방아쇠 손가락)를 자르거나, 머리 깎고 중이 되어 기피를 했다.고은 시인이 일초라는 승명으로 절에 있던 시기와 일치한다(1951-62, 18-29세). 동년배들이 생사를 걸고 군에 복무하는 동안, 미당 서정주의 추천을 받아 등단하고(1958) 남다른 편애까지 받았으니, 결초보은해도 모자랄 은혜였다. 환속하고 독재에 맞서 재야의 길을 걸으며, 육군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거쳐 “참여시인”이 된 것은 본받을만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미당이 서거하자(2000. 12. 24) 한 해도 지나기 전에 에세이 “미당담론”을 발표하여(2001. 5. 23), “역사의식 없이 권력에 안주” 또는 “미당의 시적 성취가 기만성에 바탕을 두고” 등, 듣기 거북한 비난을 쏟아낸 것은 유감이다.순수문학이냐 참여문학이냐의 결정도 스승 미당
나는 클래식음악을 좋아한다. 그런데 우리 집 아이들은 학교 다닐 때 주로 듣는 음악이 팝송 아니면 가요를 즐겨 듣는 듯 했다. 그러나 한 번도 그들의 음악 취향에 대해 간섭하거나 내가 좋아하는 음악 쪽으로 강요해 본적도 없다. 그런데 요즘 와서 모두가 클래식 음악의 신봉자(?)가 되어 있는 게 아닌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내가 그 나이에 음악을 좋아했었던 모습과 비슷한 모습을 자식들에게 발견하면서 세삼 신기하고 놀랍기도 했다.아버지의 유전인자를 닮아서 인가? 아님, 아버지의 문화를 모방하거나 문화적 유전을 한 것인가? 하기야 요즘의 생물학적 견해에 의하면 문화의 전달도 진화의 형태를 취하고 마치 유전자 전달과 똑같은 과정을 그친다고 한다. 유전자는 복제되는 것이 특징이다. 문화의 전달도 유전자처럼 복제기능이 있다는 것이다.문화를 전달 또는 모방하는 사회적 관습의 단위를 밈(meme)이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진화생물학자 리처드디킨스(Richard Dawkins)이다. 유전자가 정자, 난자를 통해 하나의 신체에서 다른 신체로 건너뛰어 퍼지는 것과 똑같이 밈(meme)도 모방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한 사람의 뇌에서 다른 사람의 뇌로 건너뛰면서 퍼져
“인쇄매체(일간지)의 사망”을 점치는 예언이 사이비종교의 종말론처럼 무성하다.그러나 맬서스의 식량위기도 녹색혁명과 GMO로 넘어가고, 석유 고갈을 전제로 한 에너지 위기도 원자력과 각종 대체에너지 등 위태롭지만 잘 비켜가고 있다. 이런 예언들은 선구자적인 경고로 인류의 극복의지를 자극하여, 문제 해결은 물론 학문으로서 “미래학”의 정립을 앞당겼다. 라디오가 보급되자 발 빠른 현장감과 실시간 보도의 장점으로 신문에 큰 위기가 예상되었으나, 사건의 핵심을 정리하고 심층보도하며 지속적인 추적으로 기록을 남겨, 일회성인 방송과 서로 보완하면서 오히려 더 성장하였다.TV가 등장하자 신문보다 영화계가 먼저 질식하리라는 예언이 나왔지만, 대형 스크린과 Blockbuster 및 안방이 기피하는 장르영화 등으로 진화한 영화계는, 제2의 황금기를 누리고 있다. 이제 다시 메이저 TV방송사는(한국의 공중파 포함), CNN 이래로 전문화된 방송 내지 케이블 TV와 광고시장을 다투면서, 심각한 비상체제로 들어갔다. 최근에는 생사가 갈리는 분쟁의 현장에서, 핸드폰으로 찍은 X-등급의 동영상이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뉴스 매체가 신문 - 라디오 - TV - 케이블(전문) TV - SN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 눈이 쌓이고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몇은 감기에 쿨럭이고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침묵해야 한다는 것을모두들 알고 있었다오래 앓은 기침소리와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그래 지금은 모두들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귀향] '사평역에서'는 올해 환갑을 맞은 곽 시인이 스물하나에 쓴 시입니다. 그 나이에 무슨 호명할 '그리웠던 순간들'이 그렇게 많았을까 싶겠지만, 소위 문학을 한다는 청년들은 보고 느낀 것들을 안으로만 쌓아두는 버릇이 있거든요.1976년 겨울, 군입대를 앞둔 그를 위해 문학동아리 선후배들이 마련한 환송회에서시인은 27행의 이 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밥상 위의 삼치는 기껏해야 고등어 사이즈만한 놈입니다. 대개 구이나 조림으로 먹는데 기름이 좔좔 흐르는 고등어에 비해 인기가 떨어집니다. 물론 삼치도 고등엇과이기 때문에 외형은 고등어처럼 생겼지만, 맛은 상당히 다르다고 할 수 있지요. 삼치 제철은 요즘 같이 추운 겨울인데 지방이 오르는 겨울까지 기다리지 않고 잡아버리니 1m 내외의 '대삼치'는 전라도 고흥이나 여수까지 내려가야 제 맛을 즐길 수가 있습니다.삼치에 관한 기록은 손암 정약전 선생의 자산어보에도 나옵니다. 그러나 실제 손암 선생이 삼치를 직접 잡았거나 드셔보시고 그런 기록을 했는지는 불확실합니다.(자산어보를 보면 인어(人魚)에 관한 기록도 있다니까요) 일단 8~9자 길이에 둘레는 3~4뼘이라 하시니 200년 사이에 돌연변이로 인하여 난쟁이 물고기가 되지 않은 다음에야 다른 어종을 착각하여 삼치라 기록을 했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게다가 그 맛도 신맛이 짙고 텁텁하여 좋지 않다 하셨으니, 거문도 사람들이나 남도 사람들이 들으면 무척 섭섭하지요.거문도 출신 소설가 한창훈은 거기에 의문을 품고 추적을 했습디다. 해양학자의 조언을 들어본 결과, 자산어보의 삼치는 동갈삼치라고 추측을
유희영 이종상 김인중 이철주, 네 화백의 공통점은? 대전고등학교 출신에 50년대 후반 ‘루브르 동인회’ 회원이며, 김철호 선생님 제자다. 이후 십년간 대전고 황금기에는, SKY 대학 진학률이 전국 3위권으로, 뛰어난 인물을 많이 배출하였다.그 배경에는 훌륭한 스승들이 계셨고, 그 중에 박관수 교장·음악 김종석·미술 김철호 이 세 분을 으뜸으로 꼽는 데에 동문 간에 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김철호 선생님을 회상해본다. 대전공고를 나와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하고, 중등교원 검정고시로 미술선생이 되어, 40년을 평교사로 봉직한 후 정년퇴임 하셨다. 말수 적고 체수도 아담한 선생님은, 땅만 보고 걸을 만큼 행동도 조신했는데, 미술반 지망생이 의외로 많았다. 그중에는 화가로 대성하기도 하고, 평생 그림을 벗으로 삼은 의사 판검사도 많다. 인상파·후기인상파 화가를 입에 달고 살아 별명이 고흐요, 미술반이 아니었던 필자조차, 해바라기(고흐)·생트 빅투아르 산(세잔느)·타히티의 여인(고갱)을 여러 번 모사(模寫)하여 지금도 그 이름이 생생하다. 시험공부만 하는 것보다 음악과 미술을 잘 이해하는 학생이 성적도 우수하다는 정설을 새삼 확인한다. 선생님은 불모지 대전·충남에 현
소설이나 영화에서 우리들의 미래의 삶에 대한 예측이나 생각들을 소재로 많은 작품들이 발표되고 있다. 그 작품들의 내용이 정말 실현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여부는 제쳐두더라도 언제가 매우 세련되고 발전된 기술문명들이 배경이 되고 있는 환상적이고 유토피아를 추구하는 경향이 짙게 깔려 있는 것이 추세인듯하다. 그러나 그 속에 출연하는 인간상들은 왠지 우울하고 긴장되고 심각하여 행복해 보이지 않는 반 유토피아적인 상태로 표현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지금 21세기를 출발한지 꽤 지난 시점에서 앞으로 50년 후쯤에 우리에게 어떤 변화의 세계가 펼쳐질 것인가에 대한 여러 분야에서 여러 학자들에 의한 논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리가 미래에 직면하게 될 일반적인 상식적인 변화에 대한 예측은 어느 정도 가능해 지고 있는 것 같다.우리 인간은 점점 기계화되어 일상적으로 기계에 적응하는 것과 똑같은 기술적인 대상이 되어 우리 육체에 적용되는 기술(의술도 포함)과 물질에 적용되는 기술이 같아지는 일반화가 이루어질 거라는 예측이다. 우리는 이미 50년 동안 분자 생물학의 분석 자료를 공학적 자료로 변화시키는 작업을 했다. 그래서 생명자체를 가장 근본적인 단위수준에서 조작할
샹송(chanson)은 현대 프랑스의 대중음악, 주로 서민의 노래다. 국민성을 닮아 다양하지만, 멜로디는 이탈리아처럼(canzone) 너무 밝거나 포르투갈처럼(fado) 애처롭지 않고, 일상의 대화처럼 높지도 낮지도 않은 음역으로 푸근하게 낭송(朗誦)한다.그 위에 특유의 비브라토와 비음(鼻音) 섞인 노랫말이, 일단 빠져들면 헤어나기 어려운 중독성과 이국적인 매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바로 이 매력 포인트가 절대음감, 나아가 클래식 음악과 친하기 힘든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프랑스에는 이탈리아나 독일, 심지어 오스트리아보다 훌륭한 작품이나 뛰어난 작곡가가 적고, 공연장이나 교향악단의 지명도도 뒤떨어진다, 라는 생각이 필자의 편견이었다. 대한민국을 한 단계 올려놓자는 ‘88 서울 올림픽 전야, 온 나라가 관광객 유치에 한편으로는 북한 테러 위협에 잠을 설치는 시점에, 흘러간 프랑스 육체파 배우 브리짓 바르도의, “개를 먹는 국민” 발언이 재를 뿌렸다. 당연히 이에 맞선 항의와 비난이 쏟아졌다. 영화의 원조이면서도 스크린 쿼터의 울타리 뒤에 숨어 국산영화를 보호하고, 이에 편승한 배우·감독은 평생 기득권을 즐기는 나라. 훌륭한 작품도 많지만 화려한 구도
와인 모임이 하나 있습니다. 첫 시작은 우아한 와인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알딸딸해지면서 종국에는 주종불문 들이붓게 되고, 결국 인사불성인 채로 귀가하게 되는 그런 모임입니다. 멤버 구성도 매우 다양해서 각자가 속한 세상사 이야기 하면서 술을 마시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지요.그러기를 벌써 수년째인데, 그간 송년회다운 송년회를 해보질 못했습니다. 하여, 올해는 작정하고 거사를 치르기로 했는데 장소가 마땅치 않습니다. 저희 모임 송년회의 최소 옵션이 별도의 공간, 훌륭한 음식, 접근성, 주류반입 여부, 와인 잔 제공여부... 좀 까다롭죠? ^^고민 끝에 분당 야탑에 소재한 '만강 장어'로 정했습니다. 상호는 장어집이지만, 이 집에서 장어만 먹고 왔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만강이라는 상호가 전국적으로 몇 개가 있으니 구별을 하려고 그리하지 않았을까 추측을 해봅니다만.결과는 올 해도 어김없는 인사불성 귀가입니다. 먹은 음식은 휴대폰에 찍힌 사진을 통해서야 알았고, 마신 술 종류도 나중에야 알았으니까요.만강의 한상차림 음식 값은 흔히들 이야기 하는 '싯가' 혹은 '쥔장 맘대로'입니다. 대략 1인에 10만 원 잡으면 넉넉합니다. 한식에서 10만 원 내라고 하면
조성진의 쇼팽은 TV를 통해서도 몰입하기에 충분했다. 콩쿠르 우승이라는 후광효과 뿐만은 아니다. 안방의 판단은 현장의 열기에 휩쓸리지(masking) 않아 보다 냉정하니까. 이 연주에 1점을 준 프랑스 앙트르몽 심사위원 입장에서 생각해보자.첫째, 천재적이고 아름다운 연주지만 왠지 바디 감(무게)이 약하고, 과외수업 모범답안처럼 매끄러워 개성을 엿보기 어렵다. 둘째, 절대평가가 아니라 연주자 끼리 상대평가이므로 10점 만점에 1점은 문제되지 않는다. 셋째, 문화와 예술의 중심인 프랑스 대표로서, 누가 뭐래도 내 판단은 옳다. 이상 세 항목을 풀어보자. 첫째 콩쿠르는 원숙한 비루투오소에 대한 평가가 아니므로 16-30세의 연령제한이 있다.디캔터에 붓고 10분여를 숙성시켜 와인의 깊고 독특한 맛을 음미하는 소믈리에가 아니다. 둘째 입상권 수준의 연주는 문외한이 들어도 어딘가 달라서, 아무리 상대평가라도 과락점수는 넘어야 옳다. 셋째 파리가 세계의 예향이라는 전제는 맞지만, 그 말이 과연 모든 파리지엥에게 통할까? ‘감성의 개입’이 의심되는 이유다. 프랑스인에 대한 필자의 선입견을 고백한다. GNP도 독일은 주변 국가를 의식하여 깎고, 프랑스는 라이벌 독일에 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