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4대 대한치과의사협회장 선거가 막을 내렸다.
나는 먼저 이번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우선 당선된 집행부에 축하의 뜻을 전한다.
선거는 끝났다. 이제 협회는 다시 치과계 전체를 위해 일해야 할 시간이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후보로서 직접 목격한 치과계 내부의 오래된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 이 성명은 선거 결과를 해명하거나 패배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번 선거를 통해 재확인된 치과계 선거 문화의 오래된 병폐를 기록하고, 앞으로의 변화를 위한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 남기는 기록이다.
나는 이번 선거에서 반복되는 장면을 다시 보았다. 정책과 비전을 중심으로 경쟁해야 할 선거 과정에서, 현직에서 물러난 원로들이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거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선거 국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이었다. 원로의 경험과 조언은 분명 존중 받아야 한다. 그러나 선거 국면에서 원로의 공개적 개입이 반복될 경우, 이는 조언의 차원을 넘어 선거 과정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될 수도 있다. 치과계의 선거가 정책과 비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러한 관행에 대한 성찰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이번 선거 과정에서는 지연과 학연을 중심으로 한 조직 선거의 모습 역시 여전히 강하게 나타났다. 어느 지역 출신인가, 어느 학교를 나왔는가, 누구와 가까운가와 같은 요소가 정책보다 앞서 언급되는 선거 문화는 치과계가 반드시 넘어야 할 오래된 과제다.
선거가 특정 조직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느끼는 순간, 선거는 일반 회원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정책과 비전을 논하는 광장이 아니라 조직과 관계가 중심이 되는 선거 구조가 반복된다면, 회원들의 참여 의지는 자연스럽게 약해질 수밖에 없다.
치과의사 면허 보유자가 약 3만 명에 이르는 현실을 고려하면, 선거권이 없는 치과의사 약 1만 2천 명과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회원을 합쳐 상당수의 치과의사가 협회 선거 과정과 거리를 두고 있는 셈이다. 이 숫자들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협회의 대표성과 선거 문화에 대해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질문을 던지고 있다.
나는 이번 선거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을 강력히 제안한다.
첫째, 치협은 전직 회장단과 원로 인사 등의 선거 개입 문제에 대해 제도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공개적인 지지 선언이나 언론 인터뷰, 조직적인 동원 활동 등을 통한 선거 개입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윤리 가이드라인과 선거 중립 원칙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둘째, 지연과 학연 중심으로 움직이는 조직 선거 관행을 개선, 근절하기 위한 선거 문화 혁신 논의가 필요하다. 협회 선거가 정책과 비전을 중심으로 경쟁하는 장이 될 수 있도록 후보 검증, 공개 토론, 정책 비교의 수준을 높이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함은 물론 치과의사들의 의식전환과 참여를 촉구한다.
셋째, 선거권 밖에 있는 약 1만 2천 명의 면허 보유 치과의사를 협회 구조 안으로 포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협회가 명실상부하게 전체 치과의사를 대표하는 단체가 되기 위해서는 제도 밖에 있는 구성원들과의 연결을 회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넷째, 새 집행부는 세대 전환의 필요성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진료실에서 환자를 만나고 있는 젊은 치과의사들이 협회의 의사 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협회가 미래를 준비하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다.
우리는 선거의 결과를 단순한 승패로만 소비할 것이 아니라, 치과계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 묻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치과계의 미래는 과거의 영향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진료실에서 환자를 보고 있는 치과의사들의 손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 변화는 어느 한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치과계 전체의 성찰과 참여 속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치과계가 더 공정하고 열린 구조 속에서 미래를 논의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다.
■ 이 글은 권긍록 교수가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 후보로 치열한 선거전을 치른 후의 느낌과 바람을 적은 것으로, 지난 17일의 세 후보 공동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상황과는 무관하게 발표한 개인적인 '성명'이다. 원문 그대로를 이 자리에 옮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