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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젊은 치과계에 확산되는 불안증후군

‘경제적으로 임상적으로 쫓기며 산다’

 

치전원 학생들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얼마 전 있었다. 지난 6일에 열린 치협 경영정책위 세미나에서였다.
이날 ‘치과계 합류에 대한 학생들의 두려움’을 제목으로 발표에 나선 경희대 치전원 4학년 유완민 씨는 ‘팍팍한 현실에 대한 탈출구로 치전원의 문을 두드렸지만 주위의 높아진 기대와 쉽지 않은 현실 사이에서 고민만 늘어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허울뿐인 명문대 졸업장이 보장해 주지 못하는 그 무엇을 쫓아 어렵사리 치전원에 진학했지만, 결국 주위의 기대치만 부풀렸을 뿐 현실과 이상의 차이는 여전하더라는 거였다.
한마디로 ‘입학 전 가졌던 치과의사에 대한 선망이 정작 치전원에 다니면서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인데, 문제는 이것이 유완민 씨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클래스메이트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는 점이다.
유 씨의 설문조사에 드러난 치전원 4년생들의 막연한 불안을 쫓다보면 결국 도돌이표처럼 치과계가 겪고 있는 현재의 어려움으로 귀결된다.
진로에 대한 확신 없이 불안감을 떠안은 채 졸업은 하지만 사회적 연결망은 미약하기만 하고, 경제적 성취에 대한 갈망은 가득한데 학자금 빚에 개원 빚에 이중부담을 안을 걱정이 우선이라는 것.
유완민 씨의 클래스메이트, 즉 경희대 치전원 4년생들은 3분지 1가량이 ‘수련을 받지 않고 빨리 개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반면 수련을 받겠다는 대답은 비교적 나이에 대한 부담이 적은 여학생들에게서 많이 나타났는데, 그 이유 역시 ‘경쟁력 함양 또는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 등으로 개원을 겨냥하고 있다. 
그러면 이들에게 개원은 어떤 의미일까?  ▲더 많은 경제적 이윤 창출(20%) ▲삶의 여유를 추구하기 위해(35%) ▲진료결정권을 가질 수 있어서(37%)가 학생들이 개원을 바라는 주요 이유들이다.
개원비용은 절반이상(52%)이 은행대출에 의존할 생각이고, 염두 하는 개원형태는 신규단독 개원(43%), 인수 개원(30%), 공동개원(23%)의 순으로 나타났다.
빨리 하든 늦게 하든, 수련을 받든 아니든, 단독이든 공동이든 개원 이외의 다른 진로를 생각해본 적이 없는 학생들에게 현재의 침체된 개원가는 그야말로 암담한 현실이 될 수밖에 없다.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개원은 고사하고 당장 임상도 배우면서 개원가를 익힐 페이닥터 자리를 구하는 일조차 녹록치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주위의 시선은 여전히 ‘그래도 치과의산데…’에 머물고 있어 이들의 고민을 가중시킨다.
유완민 씨는 이날 세미나장을 메운 선배들에게 ‘우리는 개원가의 적대적인 집단이 아니다’며 ‘우리도 엄연한 치과계의 일원인 만큼 선배들께서 따뜻하게 껴안아 주시길’ 당부했다. 

 

개원이 과연 정답일까?

 

그 고비를 넘어, 개원전선에 편입됐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덴틴에 ‘재미있는 입속여행’을 연재 중인 이승훈 원장(이수백치과)도 이날 세미나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제목으로 젊은 치과의사들의 고민을 털어놨다. 치과의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을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변해도 너~무 변해 있다는 것.
늘어나는 개원비용에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고, 물가는 오르는데 수가는 내려가기만 하다 보니 대기업에 들어간 친구들에게조차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는 거였다. 주위에선 ‘그래도 밥은 먹고 살잖느냐’지만 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 경우 자존의 문제가 더 크다고 이 원장은 항변했다.

이 원장이 설명하는 젊은 치과의사들을 맥 빠지게 하는 요소들은 이렇다.
‣ 전문대학원, 만학 등으로 개원시기가 자꾸만 늦어진다. 이렇게 되면 결혼과 개원이 겹칠 수도 있고, 벌어놓은 돈 없이 큰일들을 모두 대출에 의존하다 보면 젊은 시절을 몽땅 대출금 상환 압박에 시달리며 보낼 수도 있다. 
‣ 물가는 오르는데 수가는 내리기만 한다. 실제 수가를 예로 들면 2008년도에 250만원을 받던 임플란트 수가가 2012년 120만으로 떨어졌지만 물가는 같은 기간 매년 3% 이상씩 상승했다. 치과의 절대 수익이 매년 줄고 있다는 얘기다.      
‣ 인건비도 계속 올라 치과위생사 초봉이 연봉기준 2000만원을 훨씬 상회한다. 임금은 고사하고 빈자리를 메울라 치면 사람이 없다. 그러다 보니 ‘여기 아니라도 갈 곳은 많다’는 풍조가 보이고, 일부 ‘함부로 해도 나가면 그만’이라는 잘못된 행동들도 나타난다. 한마디로 ‘직원이 상전’인 셈이다.
‣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을 항상 안고 산다. 인터넷의 영향이 크겠지만 기본적으로 외과시술이 많이 증가한 것이 사실이다. 더 문제인 건 경제적 어려움으로 많은 젊은 원장들이 케이스선별에 실패하고 있다. 즉 ‘웬만하면 하고 본다’는 것이다. 때문에 치과의사들은 더 많은 학습 부담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승훈 원장은 마지막으로 불법 네트워크 치과와 불법 광고가 치과계를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는 데에 동의하면서 치협에도 비록 회원일지라도 잘못이 있을 때는 확실한 징계를 내릴 것과 회원들을 위한 저가 대출을 주선하도록 당부했다.
이 두 사람이 치과계의 젊은 층을 대표하진 않더라도 이들의 고민은 결국 치과계의 미래와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 불안들을 내 일처럼 살펴 잘 보듬어 안는 것이 기성 치과계와 제도권의 역할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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