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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특별기고] ‘희박한 공기 속으로’

치전원 신입생들에게 보내는 글 <안정찬>

이 글은 학부모이자 현 부산대학교 기성회 이사인 안정찬 선생이 자신의 학창시절을 돌아보며 공부에 부담을 느끼는 치의학전문대학원 신입생들을 위해 쓴 글이다. 전국 치과대학 및 치전원 학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부산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과 필자의 허락을 받아 덴틴에 게재한다<편집자 주>

                   

                   희박한 공기 속으로[1]

 

치의학전문대학원 신입생 여러분, ‘희박한 공기 속으로첫 발을 내디딘 것을 환영합니다.

 

■ 서 론

 

내 자신이 먼저 의료인의 길을 걸었으며, 자식 중 한 명이 이 길을 걷게 되면서, 옆에서 조언해 주었던 것들을 이제, 선배요 아비 된 입장에서 다시 정리해 보았다. 본인은 95‰(퍼센타일)로 입학하여 5‰로 졸업하는 과정 중에 좌절과 극복을 여러 번 맛보았기에, 관련된 노하우를 기술하는데 있어서, 오직 성공만 경험한 사람에 비해 경험이 부족하진 않다고 여긴다. 사람들은 자신은 그렇게 살지 못했으면서도 자식은 색다르게 살기를 바라는 이런 것들을 노파심이라 하리라. 그러나 조상의 실패가 후손의 축복이 되고 아비의 실패가 자식의 성공이 되기도 한다.

이 내용들은 원론적 얘기이므로 이미 사회생활을 하고 온 분들에겐, 사족이요 어리석은 잔소리요, 세대차이 나는 케케묵은 말일 수도 있으나, 작게는 전문대학원에서 마지막에 웃을 수 있길 바라며, 길게는 인생마라톤에서 웃는 자가 되는데 약간의 참고가 되기를 바라는 진심에서 나온 것이다.

본 내용은 아날로그 시대의 산물인데, 온고이지신[주2]하여 디지털 시대에도 쓸 수 있을 것이다. 시대적 차이, 상황적 차이가 있을 것이나, 이런 방식으로 먼저 지나간 사람의 경험으로 알고 가볍게 읽는 게 바람직하다. 대부분의 내용은 본인의 경험과 관찰에서 나온 것이므로, 디지털 시대의 사람이 쓰면 완전히 다른 내용이 나올 수도 있다.

 

■ 총 론

 

1. 싸운다면 이겨야 하고 이기려면 전략-전술이 필요하다.

 

이 말은 전쟁용어로 우리 인생을 전쟁터로 비유한 말이다. 실상 전문대학원에 오기위해 밤낮을 자신과 싸운 싸움은 전쟁이 아니고 뭐겠는가. 전문대학원을 목표로 고민을 하고 집중공부를 해도 미역국을 한 두 번 마시는 경우가 허다한데, 그런 난관을 뚫고 목표점을 터치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학생들을 뜨거운 마음으로 환영하며, 앞으로 마주하게 될 상황에 대한 이해와 함께, 저비용-고효율의 삶의 방식은 없을까 함께 연구해 보고 싶다.

삶에서 각자의 목표와 전략과 전술은 다양할 것으로 생각되며 여기에 정답이란 없다. 앞선 자의 경험치를 본인의 경험에 플러스하여 제3의 효과적인 방식을 찾아내는 것은 어떤 분야든지 존재한다. 이제 다양한 모습으로 출발하여 달리기 시작했고 그 목표지점은 동일하다. 마라톤에 목표가 없다면 취미로 달리는 조깅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는 취미생활하기 위해 여기 온 것은 아니고, 끝까지 달려서 반드시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온 것이다.

싸움으로 말하자면, 싸움은 이기기 위해 싸우는 것이다. 지기위해 싸우는 싸움은 없다. 싸움은 체력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정신력만으로도, 지식만으로도 되지 않는다. 체력과 정신력과 지력의 종합적인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며, 거기에 운을 더해서 최종목표는 승리하는 것이다.

 

2. 자연과학도로서 우리의 싸움은 정체가 무엇인가?

 

싸움에서 이김이 목표라면, 전문대학원에서의 최종승리란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

우선은 전문기술의 습득에서 성공하는 것이다. 전문대학원에 온 것은 최우선 과제가 이 분야의 관련지식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기술을 익히는 것이다. 인체관련 지식이 오죽 방대한가. 지식과 기술을 함께 익혀야 하는 세월이 짧게는 4년, 길게 10여년 정도이다. 한 개인의 인생에 있어서 빛나는 청춘의 황금같은 시기를 퍼붓는 것이다. 이런 값비싼 시간을 투자해서 최신지견과 최신기술을 이해하고 숙달되면, 이후 업그레이드해 가면서 평생을 쓸 수 있는 유용한 기술이 된다.

다음으로, 직업관을 확립하는 것이다. 돈인가 봉사인가? 세상의 모든 지식과 기술은 인간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 2백 년 전 워싱턴 대통령도 틀니를 했다는데, 어느 역사책엔 그를 일컬어 틀니의 불편을 참고 견딘 의지의 인물로 그리고 있다. 그의 사진을 보면 입술을 모으고 오므린 사진을 볼 수 있다. 2백 년 전이라면, 그렇게 고통하다 생을 마쳐야 했지만, 지금은 임플란트라는 신이 내린 기술로 생명에 봉사할 수 있다. 무료봉사가 아닌 유료봉사로서, 이 기술로 고통을 덜어주고 눈물을 닦아주며, 수고한 만큼 대가를 당연히 받는다. 받는 액수의 크기가 직업에 대한 자존감과 자부심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 직업으로 고통 하는 인간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고, 고통에 동참할 수 있다면,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자부심과 만족감을 맛볼 것이다.

그리고 인간성의 성장이다. 돼지에겐 돼지의 냄새가 나듯이, 인간에겐 인간적인 냄새가 나는 게 인간이다. 발효한 음식이 맛있듯, 인격도 발효되어야 인간적인 구수한 냄새가 난다. 관계 속에 성장하는 게 인간인데, 자연과학 분야는 저비용-고효율을 추구하다 인간성을 잃어버리는 것이 약점이다. ‘즉문즉답’과 ‘Input/Output’만 논하면 맛 떨어진 인간이 된다. 지식과 기술이 중요하지만 그 활용대상은 인간이다. 우수한 기술을 가진 의료인이 종종 손가락질 당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의료소송에서 환자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은 의사의 진심어린 ‘미안하다’이다. 인간적이란 ‘미안하다’고 할 수 있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나의 최선에도 불구하고 ‘미안하다’고 할 수 있다면, 인간냄새가 나는 인간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3. 활주로에 선다고 다 날아오르는 건 아니다.

 

입학 후 졸업까진 무사행진인가? 비행기가 출발 전에 활주로에 서서 관제탑의 출발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은 하늘을 향해 올라가지만, 몇몇은 땅으로 떨어진다. 출발 전 체크리스트가 300개가 넘는데, 항공사고는 불가항력적인 경우도 있으나, 이 체크를 등한히 했을 때, 그런 일이 있어난다. 한 두 개의 체크불량이 대형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치전원에서 대형 사고란 단 한 과목이라도 과락을 인한 유급사태 혹은 불가항력적 사건사고로 인한 중도하차 등이다.

무엇을 체크해봐야 하는가? 체크항목은 중요한 것, 덜 중요한 것, 긴급한 것, 덜 긴급한 것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크고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내가 여기에 왜 왔는지 목적과 목표지점을 매순간 되새겨보는 것이다. 나무를 보다가 숲을 놓치는데, 입학 후 여러 가지 과행사와 동아리와 사람관계에 매몰되어 신경 쓰다보면, 우선순위가 흐트러진다. 우선순위가 헷갈리면 에너지가 더 많이 들고 피곤해진다.

그런 여러 가지 혼란스런 상황 속에서, 적어도 시작하는 첫 학기엔 이 장소가 내 인생의 값진 시간을 퍼부어서 빛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출발한 장소임을 기억해야할 것이다. 일단 출발했다면, 목표지점에 도달하기 위한 저비용-고효율의 길을 모색해 보는 게 순서다. 일일이 챙겨야할 것들은 각론에서 생각해 본다.

 

4.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은 공부방식이 다르다.

 

자연과학은 실험자가 달라도 보통 유사한 결과가 나온다. 자연과학에 해당하는 치전원 공부는 주입식이고 암기식이다. 즉 관련 내용이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 내용에 대한 이해는 필수요, 결과는 정리 정돈된 답으로 나올 수 있도록 머리 속에 암기물로 남아야 한다. 그 결과물을 머리에 담아서 시험지로 옮겨 적는 것을 시험이라고 한다. 인문과학은 본인의 창의력에 높은 가치를 주지만, 자연과학은 인종과 지역에 관계없이 같은 중력가속도에 같은 빛의 속도가 나와야 한다. 즉 같은 내용을 암기하고 같은 결과를 요구한다.

그러므로 첫 학기 공부에서 황당하게 여겨지는 것은, 공부 양도 많거니와 이것들을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다 암기하기를 요구받는 것이다. 암기해서 해당내용을 기술하는 것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암기는 치전원공부의 마지막 매듭이다. 이해는 기본이고, 암기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어렵고도 힘든 부분이다. 이 상황을 마음으로 빨리 받아들이고 익숙해지는 것이 건강에 좋다.

 

5. 조증과 울증 대처

 

이런 상황 속에선, 생체에너지가 고갈되고, 누구나 경험하듯이 우울증이 찾아온다. 슬럼프라고도하고 정신적 감기라고도 한다. 늘상 같은 강의실, 같은 좌석, 같은 공부, 같은 레퍼토리로 생활이 반복되다 보면 육체적 심리적으로 적응반응이 나타난다. 우리 몸은 감기 땐, 자체 면역기능이 활성화되기까지 움츠러들고, 적정시간이 되면 자연치유력으로 원인균을 몰아내고 회복된다. 마찬가지로 치전원입학과 함께 ‘고생 끝-행복시작’을 기대했다가, ‘고생 끝-제대로 고생시작’을 발견하고 우울해지기까진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우울증은 생체에 필요한 에너지가 축적되는 과정이고, 회복 땐 쌓인 에너지가 발휘된다. 비가와도 밥을 먹듯이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며 심리적으로 버티는 것이 회복에 필수다.

대체로 같은 클래스에 속한 멤버의 경우 지적능력의 차이가 많다고 볼 수는 없다. 우울증이나 슬럼프의 요인은 지적(知的)차이보다는 오히려 기질적 요인, 심리적인 요인, 상황적 요인이 크다. 스트레스에 저항하는 방법은 성격적 차이만큼 다양한데, 어떻든 슬럼프의 기간은 최단기간으로 줄이는 게 좋다.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므로 선배의 경험, 친구와 대화, 마음을 수양할 명상록, 혹은 철학이나 종교 등 본인의 마인드를 컨트롤할 수 있는 개인적인 방법을 갖는 게 필요하다. 꼴찌하는 선배가 일등하는 후배보다 낫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인격적 훌륭함 보다는 좌절과 극복의 경험치가 많다는 말이다. 과정상 선배는 후배보다 방법적으로 더 많이 알고 있다. 선배의 조언이 도움이 된다.

공통적 어려움 중의 하나는 ‘두려움’이다. 두려움은 뇌세포의 활성도를 떨어뜨리고, 신경전달물질의 전도를 방해하므로, 신경전달 저하의 결과로 사고력의 저하와 함께, 마음과 손발과 입이 오그라드는 현상이다. 특히 골학시험 중 구술시험 때 두려움으로 인해 제반 증상이 현저히 나타날 수 있다. 아는데 말이 안 나온다. 게다가 평소 심약한 경우, 늘 두려움을 달고 다니므로 얼굴이 창백해 보이고, 활기가 떨어져 보이게 된다. 이런 두려움 때문에 정작 본인의 능력을 마이너스(-)20% 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파이팅 스피릿을 가지면, 플러스(+)20% 업그레이드되므로 양자의 차이는 40%나 벌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심리전에서 밀리면 큰 차이가 발생한다. 이런 두려움, 소심증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 공부뿐 아니라, 이후 대인관계 면에서도 상당한 유익이 있다. 극복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본인이 ‘두려움’이라는 괴물의 희생물이 되고 있다는 것을 지각하는 것[insight]만해도 벌써 50%는 치료가 된다.

 

6. 뇌세포 활성화 상태의 필요성

 

일단 공부엔 뇌세포의 상태가 상당히 중요하다. 사람들마다 뇌세포 활성시간대가 다르므로, 주간형-야간형-새벽형이 나온다. 이건 기계가 아님이 분명하다는 말이다. 생물학적으로 부팅되려면, 적어도 아침에 기상 후 2시간은 지나야 본래 회전수에 도달한다. 첫 1교시 수업이 시작되었는데 졸린다면, 아직 부팅중이라는 말이다. 수면 부족이거나 숙면부족이거나 봄철 영양분부족이거나 몇몇 요인이 지속될 때 부팅하는데 하루 종일 걸리는 수도 있다.

참고로, 라이너스 폴링박사는 비타민C를 연구하여 노벨상을 두 번 받고 93세로 장수하였는데, 비타민C의 영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비타민B와 C는 수용성이므로 대량섭취해도 부작용이 없고, 항스트레스, 항산화, 항노화 작용을 하므로 현대인들 특히 수험생, 직장인들에겐 필수 영양소라 여겨진다. 각 1그램씩, 하루 세 번-총 3그램 이상 사용해도 과하지 않다.

가장 강력한 항산화제는 적당량의 운동이라고 한다. 아침에 운동장을 한 바퀴 뛰는 것은 부담되는 양이 아니다. 혈관을 확장시켜주고 산소공급을 도와주므로 뇌세포의 활성에 도움이 된다. 늘 조용하게 흐르는 혈액이기 보다는 한 번씩 대량으로 흘러주면 혈관 단력성도 좋고 건강하다.

 

 ■ 각 론

 

여기선 공부를 중심사항으로 하고 나머지를 주변사항으로 여겨, 공부와 학점이라는 목표치에 최대한 근접한 효과를 보고자 한다. 기상 후 수업시작 및 수업 중 필기, 일과 후 저녁복습 및 주말시간활용 까지가 평소 반복되는 레퍼토리가 된다. 특히 수업시간이 중요한데, 수업을 어떤 방식으로 따라가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므로, 문제라고 여겨지는 부분은 고쳐야 한다.

 

○ 수업 중 집중력 유지: 대체로 생물학적 부팅시간을 고려하여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이 수업 중 집중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 특히 매 수업마다 중요부분이 있기 마련인데, 이런 부분들을 놓치지 않고 수업을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 집중해서 들은 수업이라면 저녁 복습 때 시간절약 효과가 있다. 그러나 오후 첫 수업은 식곤증으로 집중력을 놓치기 쉽다. 눈에 힘을 줘야한다.

○ 惡 筆 脫 出(악필탈출): 천재는 악필이라지만 악필은 천재가 아니다. 악필은 노트 필기력을 저하시킨다. 본인이 봐도 모를 정도로 어지럽게 쓴 노트가 있는가 하면, 교과서처럼 또박또박 정리된 노트도 있다. 필기란 노트위에 문자로 정리 정돈하는 작업인데, 본인이 악필이라면 교정해야한다. 스마트폰에 교정용 어플이 있다. 

○ F학점의 노트: 열심히 필기하였으나 무슨 내용인지 한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면 난감하다. 노트필기의 어려움으로 인해 전반적인 수업성취도를 떨어뜨린다면, 필기력을 인정받는 학우의 노트를 빌려다가 복습 때 첨삭가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어쨌든 노트는 본인이 수고하고 작성한 노트가 가장 좋다.

○ 약자와 암호사용법: 수업 중 듣고 이해하면서 필기를 풀센텐스(full sentence)로 따라가기는 시간이 벅차다. 반복되는 단어나 구문에 대해 개인용 약자나 기호, 암호로 기록하면, 몇 초라도 벌수 있고 그 만큼 강의에 집중하고 이해도를 더할 수 있다. 몇 초의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  

○ 필기와 교과서 동시진행법: 보통 수업 중에 교과서 밑줄치기와 필기를 동시에 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강의듣기와 이해하기 및 약자로 필기하며 동시에 교과서에 밑줄까지 쳐가는 초집중력을 가진 학생도 있다. 저녁에 교과서를 펴서 복습할 시간을 이미 수업 중에 상당부분 버는 셈이다. 이정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으나, 노력한 만큼 시간을 버는 결과를 거둔다.

○ 암기용재료 만들기: 평소 수업 후 개인별 복습까지가 공통분모가 될 것이다. 노트 필기력에 우위를 가졌다면 매일의 복습시간에서 상대적 여유를 가질 수 있고, 그 시간에 노트를 암기용으로 전환시키는 작업을 해 둘 수 있다. 암기하라는 말이 아니라, 암기용으로 정리정돈 해둔다는 말이다. 되도록 번호순으로 매겨서 갯수가 눈에 잘 띄게 다른 칼라로 정돈해둔다.  

○ 평소와 시험기간의 차이: 평소 작업은, 시험기간 동안 암기할 재료들을 차곡차곡 준비해 나가는 작업이다. 공부를 노동, LABOR, WORK라고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애는 평소에 쓰는 것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꼬박꼬박 이런 작업을 계속해 나가야 하니 얼마나 지루한 일이며, 시간부족에 스트레스가 될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런 상황을 견디고 꾸준히 작업해 나가야 한다. 평화로운 때 전쟁을 준비하는 것처럼, 평소에 준비해 두면 시험 날이 두렵지 않다. 멈추지 말아야 한다.

○ 시험 및 암기: 시험기간이라 함은 파고드는 공부라기보다는 주로 집중적으로 ‘암기’해 나가는 시간들이다. 그간 준비해둔 것들을 펼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순서대로 머리 속에 넣어야한다. 건드리면 쏟아질 정도로 잔뜩 채워 넣어야 하는데, 이는 암기할 것을 평소에 미리 작업해 둔 걸 전제로 한다. 엉뚱하게도 시험기간이 되어서야 그간 미뤄뒀던 책을 읽고 공부를 시작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시험공부라기보다는 재시험용 준비라고 봄이 합당하다. 그럴지라도 초집중하여 번호순으로 정리해두면 재험을 위한 대비는 될 것이고, 마음에 위안이 될 수 있다. 

○ 파이팅스피릿(도전정신): 하루에 시험을 두 세 과목씩 치고 내일 또 다른 과목들을 준비 하려면, 아무리 평소 준비를 잘했더라도, 어지간한 천재 아니면 다들 시간에 쫓긴다. 그렇더라도 초집중력과 파이팅스피릿으로 잠을 줄여가면서 붙잡고 씨름하면서 암기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나중엔 암기한 답이 서로 꼬이기도 하고, 답은 아는데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는 혼돈의 경우도 생긴다. 어느 정도 암기가 되고 있다는 말인데, 이때 문제와 답을 비교해가면서 차이점을 꼼꼼히 확인해두면 이 혼란을 넘어설 수 있다.

특히 재시험의 경우 몇 시간 남지 않았다고 포기하는 순간 머리 속은 백지상태가 되면서, 뇌세포는 저장하기를 거부하는 사태가 일어난다. 절대 포기는 없다. 포기는 뇌세포의 자살이다. 파이팅스피릿은 인생에서 중요한 자산이다. 

○ 전투용족보 소개: 이것은 선택과 집중을 말한다. 평소 준비도 하고 암기에도 힘을 쏟았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확실하게 잡히지 않는 경우 본인을 위해 전투용족보를 만들 수 있다. 즉 그간 준비한 내용 중에 중요 순위도를 따라 챙기는 것인데, 배수의 진을 칠 때 힘을 발휘하듯이 이렇게 준비해서 효과를 보기도 한다.

이는 평소준비가 미흡한 경우에도 쓸 수 있는 방법이며, 단지 10시간만 주어져도 상당한 양의 내용을 뇌세포에 새길 수 있다. 급히 새겼다면 오래 머물지 않겠지만, 시험시간동안까지 잡아두는 게 목적이다. 

○ 전투용족보의 작성과 활용: 대체로 A4용지 절반 크기를 사용하며, 앞면은 문제, 뒷면은 정답을 기록하며, 정답은 번호순으로 정리한다. 손으로 만들 수도 있고, 양면복사를 활용해서 프린트로 만들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수십 장을 만들면 정보핵심은 챙길 수 있고, 어떤 형태든지 사용할 수 있는 재료가 된다. A4절반 사이즈는 노트보다 작고, 일문일답 형태이므로, 일단 암기한 후 회독수를 반복할수록 시간이 절약되며, 나중엔 앞면 제목만 봐도 뒷면 답이 보일 정도가 된다.  

○ 암기 방식: 쓰면서 외우거나, 말로 외우거나, 말과 손가락을 꼽아가면서 외우거나, 스마폰으로 녹음을 해서 반복청취 하거나, 스마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사진으로 외우거나, 암기방법은 만들기 나름으로 무궁무진하다.

 

나이와 무관하게 암기력이란 활용할수록 좋아지므로 암기가 취약하다면 암기법을 연구해야 한다. 우선 제일 좋은 암기재료는 번호순으로 잘 정리된 내용인데, 한 번 암기할 때 완벽하게 암기한 후에, 크로스체크를 해본다. 2번문제의 답을 외웠다면, 다시 1번을 확인해본다. 3번을 암기했다면, 2번을 확인해보는 식이다. 이 과정을 수 차 반복해서 암기의 최고봉인 사진 찍기에 도달한다. 매 페이지마다 디카처럼 머리 속에 한 컷씩 환하게 보이게 된다.

그 외에, 모든 일에 체력관리는 기본인데, 체력관리는 평소에 한다. 영양제보충은 기본이고, 매일 아침마다 운동장 한 바퀴 5분만 조깅하면, 체력이 좋아지고 한 달 전과 한 달 후가 다르다. 시험은 체력전이다. 평소에 체력을 쌓아두면 시험기간 중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도 커진다. 집중력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단권화 작업법, 평소시간관리, 주말시간관리, 중간-기말고사 최고득점 올리기, 예습-복습법, 재시-삼시 대비법, 잘 놀고 점수 올리기 등 주제별로 서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학급홈피’가 있다면, 저비용-고효율의 학습에 도움 될 것이다.

 

■ 결 론

 

무릇 나무를 패려면 도끼날을 갈아야 하고, 건축을 하려면 재료를 준비해야하고, 전쟁을 하려면 전략과 전술을 짜야 한다. 운도 따라야겠지만, 준비한 만큼의 결과를 보는 게 마땅하다(세렌디피티의 법칙). 가진 바 장점을 살리고 약점을 극복해 나갈 때 최적의 결과를 도출할 것이다(최소량의 법칙). [주3]

끝으로 본인이 좋아하는 구절이다.[주4]

                

                 There is no gene for fate.


• [주1] 희박한 공기 속으로 : 산소부족으로 고통하는 에베레스트 꼭대기. 존 크라카우어 저.

• [주2] 온고이지신 : 溫故而知新 : 옛 것을 익혀서 새로운 것을 안다.

• [주3] 세렌디피티의 법칙 : 준비된 우연의 법칙.

• [주3] 최소량의 법칙 : 식물생장은 가장 부족한 원소에 영향 받음.

• [주4] Nothing is determined, but you have the power to change your fate.(영화 가타카)




글: 안정찬

부산의대 27회 졸업

부산의과대학미생물학 교실

부산보훈병원

부산적십자사혈액원

일신기독병원마취통증의학과

세계로병원마취통증의학과(2004년~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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