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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원장의 특별한 신경치료 비서 '신비'

불편 없애려 직접 개발한 디지털 룰러로 세계화에 도전

 

하상윤 원장을 처음 접한 건 경기도치과의사회에서 였다. 그는 당시 나승목 후보와 팀을 이뤄 경치 부회장에 출마한 참이었다. 후보라고는 하지만 정견발표회에서 조차 말이 별로 없었다. 그냥 조용히 나 후보 또는 경쟁 후보의 얘기를 듣기만 하기로 작정한 것처럼 보여 조금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그런 하 원장을 지난 6월의 SIDEX에서 마주쳤다. 통로를 오가는 치과의사들에게 부지런히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는데, '이게 뭐냐'는 물음에 그는 기다렸다는 듯 '신비'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부회장 후보로서의 하 원장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하 원장의 '신비'는 신경치료 비서의 준말이자 그의 첫 개발품인 디지털 룰러의 모델명이다. 이 장비는 지금까지 손가락에 끼고 사용해온 아날로그 룰러를 대신할 첨단 기기인 셈으로, 아주 뚜렷한 세가지 기능을 사용자들에게 제공한다. 첫째 근관길이를 자동으로 측정하는 기능, 둘째 입력한 길이로 맞춰주는 세팅기능, 셋째 근관길이를 4개까지 저장해 주는 기능이다. 


'지금도 잘 하고 있는데 이게 왜 필요하냐'는 반격이 있을 수 있지만, 사실 이런 질문은 우문에 가깝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사람이 직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기계에 맡기는 편이 훨씬 빠르고 정확하며, 확장성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미 익숙해진 무엇에서 새로운 것으로 옮겨가는 자체가 불편할 수는 있겠으나 그 단계만 넘어서면 이용자들은 보다 다양한 효용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가령 주판은 인류가 2000여년을 사용해왔지만 전자계산기에 밀려 한 순간에 사라졌고, 이젠 아무도 주판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디지털기기인 '신비' 역시 적어도 근관치료에서 만큼은 주판을 대체하는 전자계산기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신비의 탄생은 필요의 산물이다. 하 원장은 스스로의 불편을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 룰러 개발에 매달렸고, 2년여만에 제품화에 성공했다. 주변 기술을 적극 활용했으므로 주 기능의 시현에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적지 않은 개발비가 투입된 데다 이제는 회사에 직원까지 두었다. 제품을 적극적으로 내 보내 시장의 평가와 맞닥뜨려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그가 지난 SIDEX에 부스를 낸 것도 개발자로서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제품을 설명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였다. 
대규모 전시장을 찾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새로운 제품에 다가설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이날 하 원장이 이끄는대로 짧게나마 신비를 경험했다. 신비하게도 신비는 파일을 꽂고 버턴을 누르면 1초도 못 돼 소수점까지 정확하게 길이를 숫자로 표시해줬다. 반대로 길이를 숫자로 입력하면 정확히 그 길이만큼 러버스탑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해줬다.
그럼에도 '손가락에 끼고 사용해온 룰러가 더 편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완전히 떨쳐 내긴 어려웠다. 그래서 즉석에서 신비를 구매한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기회가 되면 시간을 갖고 한번 사용해 보고 싶다'는 여지를 남기고 부스를 떠났다.


하 원장의 신비는 현재 100여대가 개원가에 나가 있다. 땀흘린 만큼 이 숫자는 불어날 것이지만, 당장의 목표는 임상에서의 피드백을 구하는 일이다. 거기에 세계로 나가는 길이 있다고 그는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