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7 (월)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개원가

대담해도 너~무 대담한 '가짜 치과의사' 행각

싼 가격 내세워 임플란트까지... 250명이나 당해

지역 일간지가 전한 가짜 여의사 스토리는 치과계를 깜짝 놀라게 할 만큼 수법이 대담하다. 전문대를 나오고 치과 간호사로 5년여간 일한 경력의 김모 씨가 진짜 여의사를 고용해 개원에 나선 뒤 어깨너머로 배운 기술로 임플란트 시술까지 해냈다는 얘기다.
이 신문이 말한 '전문대를 나온 치과 간호사'가 3년제 간호사를 말하는지, 간호조무사를 말하는지, 혹은 치과위생사를 일컫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진짜를 제쳐두고 임플란트 환자까지 전담했다니 그야말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다음은 부산일보가 전한 '가짜 여의사 사건'의 전모이다.

 

 

'서당개 3년이면...' 이라더니    

 

6일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김모(42·여) 씨는 부산 지역의 한 전문대를 졸업한 뒤 치과 간호사로 5년여를 근무했다. 간호사 면허증을 가진 김 씨는 치과에서 진료보조 역할을 하며 어깨 너머로 임플란트 시술법을 익혔다. 그런 그에게 치아 한 개당 시술비가 백만원대에 이르는 임플란트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불법으로 치과를 개원하기로 마음 먹은 김 씨는 임플란트와 관련한 지식을 쌓기 위해 관련 세미나에 참석하거나 전문서적을 읽는 등 나름대로 준비도 했다. 마침내 김 씨는 2011년 12월 부산 수영구 광안동에 100여㎡(30여 평) 규모의 치과를 열고 본격적으로 치과의사 행각에 돌입했다.
개원에 앞서 김 씨는 의사 면허증이 있어야 병원을 개원할 수 있는 현행법에 맞춰 치대를 졸업하고 치과의사 면허를 보유한 박모(38·여) 씨를 고용했다. 김 씨는 자신이 '서울의 K대 치대를 졸업했다'며 박 씨를 안심시킨 뒤 갖은 핑계를 동원해 박 씨에게 병원 개설에 필요한 명의를 빌려줄 것을 요구했다.
박 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김 씨에게 자신의 명의를 빌려줬고, 이후 병원의 의약품 계약과 건강보험요양금 등 모든 병원 업무는 박 씨의 이름으로 진행됐다.
이렇게 해서 이들 '가짜 치과의사' 김 씨와 '진짜 치과의사' 박 씨가 2011년 12월 중순부터 2012년 10월까지 11개월여 동안 함께 맡은 치료 건수는 모두 598건. 경찰에 따르면 이 가운데 김씨가 진료한 환자는 250여 명에 달한다. 이들 중에는 전문적인 치료가 필수인 임플란트 환자도 11명이나 포함됐다. 놀랍게도 이 병원에서 모든 임플란트 시술은 김 씨가 전담했다.
경찰은 김 씨가 개원 초기 낮은 가격에 스케일링을 해주겠다는 내용의 광고 전단을 수영구 일대에 뿌려 환자들을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수법으로 김 씨가 지난 11개월여 동안 벌어들인 진료비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타낸 요양급여비는 모두 2억9천여만 원에 달한다.

 

 

치과의사회 방문에 들통

 

경찰은 김 씨가 치과의사 행세를 하면서도 자신의 신분이 탄로날까 두려워 본인의 이름을 바꾸고 환자 차트에 서명을 하지 않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환자들과 스탭들이 가짜 치과의사라는 의심을 하지 못하도록 박 씨와 마찬가지로 하얀 의사 가운을 입었다.
별도의 원장실을 마련해 환자들을 상담하고 치료하기도 했는데, 그는 임플란트와 관련한 상담이나 시술을 할 때는 자신이 의사 자격증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간호사 한 명만 치료실로 데려가 불법 의료 행각을 벌였다.
그는 또 평소 박 씨와 마찬가지로 영어로 환자들의 차트를 작성하며 환자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이 같은 김 씨의 치밀한 대응으로 박 씨와 병원 직원 7명은 1년여 동안 김 씨가 가짜라는 사실을 몰랐다.
김 씨의 범행은 2012년 10월께 회원 모집을 위해 이 치과에 들른 부산시치과의사회 관계자에 의해 들통이 났다. 치과의사회 관계자들은 김 씨가 소속 치과의사가 아닌 것으로 보고 이 사실을 박 씨에게 알렸고, 박 씨가 사실 여부를 추궁하자 김 씨는 뒤늦게 자신의 거짓 치과의사 행각을 실토했다.
김 씨는 범행 사실이 드러나자 지난해 11월 5일 부산 수영구청에 폐업 신고를 냈으며, 현재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부산 남부경찰서 이동규 지능팀장은 "전문적인 의료 지식이 없는 간호사가 보철 치료를 넘어 고난도의 임플란트 시술까지 벌인 것은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며 "김 씨로부터시술을 받은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치과 전수조사 필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명의를 빌려 치과를 개설하고 원장 노릇을 한 것도 모자라 임플란트 시술까지 서슴치 않았다니 그 대담성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만일 회원 가입을 권유하기 위해 지역 치과의사회가 방문하지 않았더라면 피해는 훨씬 더 커졌을 것이다. 치과라는 간판과 가운 색깔만 믿고 터무니없는 가짜에게 수술까지 맡긴 환자들은 이런 상황이 또 얼마나 황당할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부와 분회 반회까지, 치협의 전 조직을 동원해서라도 치과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싼 가격으로 서민들을 유인해 피해를 보게 하는 반 사회적 보건범죄를 초동 단계에서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
이런 범죄행위는 결국 치과의사라는 직업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HOT Chart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