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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뉴스

메르스 파동에도 진료봉사는 계속~

워크샵 · 해외진료 취소하고도 자활 노숙인에 틀니 선물

 

 

 

 

 

 

지난 19일 저녁, 7시가 조금 지나자 지하철 서울역 13번 출구 부근 ‘서울 다시서기센터’에 낯익은 얼굴들이 들어섰다. 이들은 익숙하게 컴프레서를 켜고, 멸균기에서 기구들을 꺼내 셋팅하고 그리고 차트들을 살핀다. 미리부터 대기중이던 환자들이 한명 한명 호명되더니 이윽고 핸드피스 돌아가는 소리가 좁은 실내를 가득 채운다.

이날은 열린치과봉사회(회장 안성훈)의 진료봉사가 있는 날이다. 6월 셋째주 금요일 진료팀인 전용선 원장(미사랑치과)과 조익현 원장(연치과), 장예슬 치과위생사에 팀장인 김창헌 소장까지 가세했다.

  자활 노숙인 김상민(50세, 가명) 씨는 나이보다 훨씬 늙어 보인다. 아래 위를 다 합쳐봐야 성한 치아가 몇 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잘 씹질 못하니 늘 소화가 문제였고, 더 심각한 건 안모 때문에 취업은 꿈도 못 꾸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는 점이다. 김 씨는 노숙자로 거리를 떠돌며, 술로 나날을 보내다 다행히 다시서기센터의 도움으로 자활의지를 다지는 중이었다. 

그런 김씨에게 오늘은 무척 중요한 날이다. 바로 열린치과봉사회가 틀니를 끼워주기로 약속한 날이기 때문이다. 그는 진료가 시작되기 30분 전부터 미리 나와 '열치 선생님들'을 기다렸다.

  “자~ 다 됐습니다.” 교합조정을 마친 조익현 원장이 손거울을 내밀자 김씨가 낯선 자신의 얼굴을 물끄러미 들여다 보더니 금방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얼마만에 마음놓고 웃어보는 웃음일까? 김창헌 소장이 틀니를 빼고 끼우는 연습을 몇 번씩 반복해 시키고는 관리요령까지 꼼꼼히 설명했다. 그는 연신 고개를 숙여가며 ‘고맙습니다’를 연발했다.

이날 봉사팀은 여섯명의 환자들을 진료했다. 모두 열치 같은 봉사단체가 아니면 치과치료는 엄두도 못낼 사람들이다. 때문에 봉사자들에겐 잠깐의 시간을 나누는 작은 선행일지 몰라도 이 일은 때론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 놓을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

그래서 열치는 메르스 파동으로 워크샵도, 해외진료도 취소했지만 고정진료소 가동만은 멈추지 않고 있다. 봉사팀은 뒷정리까지를 모두 마치고서야 늦은 저녁식사를 위해 서둘러 거리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