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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치과의사가 직접 밝힌 과잉진료 피하는 방법'?

우울한 개원가..'그래도 변해야 산다'

환자들은 진화합니다. 스스로 바뀌기도 하지만, 주위의 정보들을 집적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납니다. 그러므로 환자들이 바뀌는 만큼 치과의사도 변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의사와 환자 간에 꼭 필요한 기본 신뢰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싼 임플란트를 내세운 U치과의 등장도 어쩌면 불신의 틈새를 파고든 '신뢰마케팅'의 산물일 수 있습니다. 그런 개원가 전반의 사정을 덮어둔 채 대뜸 'U치과와의 전쟁'에 나선 결과가 바로 '오늘'입니다.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무슨 수로 치협이 싼 가격으로 단단히 무장한 U치과를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요는 '같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U치과가 바뀌는 만큼 치과계도 함께 바꾸겠다는 약속을 먼저 국민들에게 드렸어야 했습니다. 그래야 환자들도 싼 임플란트를 대신할 무언가 다른 가치를 찾을 수 있게 됩니다. 그렇지 않고 'U치과만 없어지면 모든 게 오케이'인 듯 몰아갔다면, 국민들이 그런 전쟁에 동조할 리 없습니다. 어느 면으로 보나 그들에게 치과치료는 여전히 '오케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개원가를 다니다 보면 '아무리 동료 치과의사지만 환자에게 해놓은 짓을 보면 열불이 난다'는 푸념을 가끔씩 듣습니다. 그런 감정의 이면엔 더 심한 말들이 숨겨져 있으리라 믿습니다. 치과의사들은 왜 이런 푸념을 끝없이 주고받아야 할까요?

다음은 한 월간지 최근호에 실린 '치과의사가 직접 밝힌 과잉진료 피하는 방법' 전문 입니다.  

 

    
과잉진료 수법 피하는 방법

1. 진단을 받을 때는 세 군데 이상의 치과를 방문해 반드시 검진만 하러 왔다고 의사 표현을 확실히 한다.

2. 충치가 있는 치아의 위치, 치료 방법 등을 알려달라고 하거나 수첩에 메모한다.

3. ②의 과정에서 각각의 병원마다 충치 개수나 치료 방법이 다르다면 다시 검진한다. 대학 병원이나 믿을 만한 지인의 소개,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양심적이라고 평가받는 치과에서 검진받고 비교해 진료를 결정한다.

4. 치료비가 많이 나왔다면 치아에 맞는 보험치료를 알아보거나, 치료가 급한 치아부터 치료를 요구한다. 치과의사에게 여러 부분으로 나눠 시기를 달리한 치료 계획을 부탁하면 진료비 부담을 덜고 과잉 진료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5. 치과 선택시 단순히 환자가 많은 병원이라거나 진료비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 환자가 많다는 것은 과잉 진료를 통해 환자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고, 진료비가 저렴한 것은 미끼 상품일 수도 있다. 환자를 유인해 박리다매 혹은 위임 진료(치료를 간호사나 기공사가 하는)하는 치과일 수 있으니 그런 치과에 갔다면 검진은 받되 치료 시작은 다른 치과와 비교 후 신중히 결정한다.

6. 치과의사가 다 똑같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무한 경쟁 속에서 환자를 영리 목적으로만 생각하는 이들도 분명 있다. 치과에 갔는데 마치 물건을 파는 백화점이나 시장에 온 느낌이 든다면 과감히 그 치과를 나오는 편이 나을 것이다.

7. 좋은 치과는 치과 실장이나 코디네이터가 진단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지 않으며, 당일에 선납하면 할인해준다는 등의 핑계로 당일 치료를 강권하지 않는다.

8. 2, 3년에 1회는 정기적으로 치과 진료를 받는데도 갑자기 6개 이상의 충치가 있다고 한다면 과잉 진료인지 의심해봐야 한다.

9. 방사선 사진 촬영 후 기존의 모든 수복물(크라운, 인레이 등) 밑에 충치가 있다고 단정 짓는 병원은 위험하다. 사실 크라운 등은 뜯어봐야 정확한 충치 유무를 알 수 있다.

10. 임플란트, 교정 등이 저렴하다는 광고를 보고 환자가 찾아가면 검사해보니 충치가 많다고 진단, 과잉 진료를 해 비싼 진료비가 나오도록 유인하는 병원은 주의한다.

11. 치아가 시려서 치과에 갔다가 충치가 많다고 해서 과잉 진료를 당하는 환자가 많다. 치아가 시리거나 아프다고 해서 모두 충치인 것은 아니다. 시리면 무조건 치아가 썩었을 것이라는 오해만 버려도 과잉 진료를 피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12. 환자가 많은 치과, 중심 상권의 대형 치과, 지인의 소개로 간 치과는 믿을 만하며 과잉 진료하지 않을 것이라고 무조건 믿지 말라. 위의 사항들을 적용해보고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좋다.

 

 

U치과도 U치과지만 ‘반성’이 먼저

 

어떠신지요? 치과의사로서 충분히 수긍할만한 내용인가요? 위 설명에서 보듯 소수의 이기적 치과의사들이 전체 치과 의료의 신뢰도에 나뿐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이런 류의 양심선언이 환자들에게 필요해지는 세상입니다.

신문에서 보셨겠지만, U치과 진세식 원장은 최근 모 일간지가 선정한 '한국경제를 빛낸 인물'로 뽑혔습니다. 치과의사인 그 분이 어떻게 환자의 앞니가 아니라 한국경제까지 빛낼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의 치과계가 그 선정에 일조를 보탠 것만은 사실입니다. '여기저기 다 똑같을 바에야 치료비라도 싼 쪽이, 더구나 그 수익금으로 사회봉사라도 나서겠다는 쪽이 낫다'는 판단을 하게 만든 책임 말입니다.

제 생각엔 반성이 먼저입니다. 그리고 지금 달라지지 않으면 앞으로 더 큰일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어떤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걸 들었습니다. “빼고 심는 치료는 절대 오래 가지 못한다. 치과의사가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선 보존하고 예방하는 치료 위주로, 환자들이 부담 없이 치과를 찾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뭘 먹고 사느냐고? 천만에. 가구당 매년 50만원씩만 치과치료비로 쓰게 해도 치과의사 3만 명은 충분히 먹고 산다.”  

그래서 계산을 해봤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총 가구 수가 2,068만이니 곱하기 50만원을 하면 10조3,400억원. 이걸 치과의사 수 3만으로 나누면 3억4,466만원. 여기에 건강보험 급여비를 더하면 대충 한 달에 4천만원 수익은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가구당 50만원이면 국민들 부담도 그렇게 많은 건 아닙니다. 평균 가구원 수가 2.5명이므로 1인당 20만원 꼴이고, 이를 다시 12개월로 나누면 한사람 당 한 달에 겨우 16,700원 꼴이 되는 셈입니다. 이 정도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어느 치아보험보다도 저렴할 겁니다. 캠페인이라도 한번 벌여볼 만하지 않을까요?

 

어쨌든 변화가 필요한 것만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방향만 잘 잡으면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한분 한분이 조타수가 된 심정으로 고민들을 모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