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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빼빼로 데이'와 '치아의 날'이 다른 점

‘구강보건주간 이벤트도 변해야 산다’

 구강보건주간을 맞아 치과계가 분주하다. 치아의 날인 6월 9일을 전후해 전국에서 나름의 의미 있는 행사들이 펼쳐지고 있다.
치협은 지난 2일 이미 한강변에서 가족 시민이 함께 한 스마일 런 페스티벌을 치뤘고, 보건복지부도 4일 포스트 타워에서 ‘치아건강, 당신의 미래에게 주는 선물’을 슬로건으로 기념행사를 가졌다. 또 치협 주최 ‘제 1회 치의미전’이 6일 오후 인사동에서 개막됐다.

서울시치과의사회와 부산지부가 각각 건치아동을 선발해 시상을 하고, 대구지부는 전 회원 치과에서 무료 구강검진을 실시한다. 인천대공원 야외음악당에선 인천지부가 주최하는 치아사랑 페스티벌이 열리고, 광주지부도 오는 11일 전남대 치전원 5층 강당에서 구강건강상 시상식을 가질 예정이다.

일 년에 한번 이런 이벤트들이 나쁠 리야 없지만, 일목요연 준비된 행사들을 지켜보다 보면 문득 구강보건주간의 의미에 대한 원초적 의문이 든다. 365일 환자들은 끊임없이 치통을 앓고 잇몸이 부어 치과를 찾는데, 왜 치과의사들은 이즈음에 굳이 ‘치아의 날’을 정해 요란을 떨까? 100년 전 6월 9일에 우리나라 최초의 치과가 종로통 어딘가에 문을 연 것도 아니고, 해마다 6월 9일을 전후해 전국에 잇몸병이 창궐하는 것도 아닌데, 하필이면 이때를 택해 호들갑을 피울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만 6세에 돋아나는 영9치’는 기념일로 쳐선 조금 억지스럽다. 3.1절은 독립선언문이 발표된 날이고, 7.17 제헌절은 대한민국이 헌법을 처음으로 제정한 날이다. 하다못해 5월 5일은 이즈음의 자연이 한창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풋풋한 희망과 가장 흡사한 절기라는 점에서 충분히 수긍이 간다.

치의학史적 측면에서 라면, 어렵게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마침내 식민지 조국에 치과를 연 한국인 최초의 치과의사가 있을 것이고, 이어 치과대학이 생겨나고 치과의사회도 발족이 됐을 것이다. 이 고단한 역사의 어느 행간에선들 기념하고 싶고, 잊고 싶지 않은 날을 찾지 못할까마는 치아의 날은 무심하게도 ‘6세에 영9치’이다. 치과의사가 주인이 아니라, 온전히 국민들의 구강건강을 위한 날이라 쳐도 어째 좀 옹색하다.

 

 

다시 생각하는 ‘치아의 날’

 

영구치를 제대로 관리해 내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유치와는 달리 영구치는 말 그대로 평생을 사용할 재산이므로 치아관리는 어려서부터 가정과 학교의 관심 속에 습관처럼 자리 잡아야 하고,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올바른 습관을 익혀줄지를 알리는 일이 치과의사와 치과의사단체가 맡을 소임인 것도 사실이다.
만약 이런 이유에서의 6.9제라면 행사의 내용과 목표도 약간은 달라야 하지 않을까? 이 날만은 전국의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들이 근처 초등학교와 유치원으로 달려가 학부모까지 참여하는 눈높이 구강위생 캠페인을 진행시켜야 하지 않을까?
학교별로 건치 왕을 선발해 원장 선생님이 직접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상을 주고, 원장 선생님과 치과위생사 누나들이 어린이들과 함께 치과 치료 역할극이라도 벌인다면 어린이들과 동네치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에도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학교 구강검진을 이 시기에 맞춰 일제히 실시하고, 그 결과를 일반에 알려 치아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방향으로 캠페인 주간의 실효성을 제고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지금의 행사 스타일이라면 6.9제의 의미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아주 소수의 국민들이 치과의사들의 잔치에 손님처럼 끼어들었다가 흩어지고, 그 흔적은 TV나 신문에 아주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이벤트의 초점 또한 애매해서 대부분의 주체들이 이미 익숙해진 소재들을 감동 없이 반복하는, 그저 그런 행사로 빛을 잃어가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치과 환경도, 매체 환경도 너무 많이 변해 있다는 점이다. 치과가 옛적의 치과가 아니듯이 TV나 중앙 일간지도 정보 미디어로서의 독점력을 상실한지 이미 오래다. 지금은 개체가 곧 주체이고 미디어인 시대이다.
이런 변화에 적응하려면 치과의사들이 좀 더 부지런해지는 수밖에 없다. 이벤트의 단위를 쪼개고 쪼개 보다 가까이에서, 더 자주, 실효성을 무기로,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게 만드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참여의 힘은 참으로 대단해서 ‘빼빼로 데이’는 그 흔한 기념식 하나 없이 젊은이들 사이에 ‘뭔가를 반드시 해야 하는 날’로 단단히 자리를 잡았다.

 

 

행사의 내용과 목표 재정비해야

 

다행히 구강보건주간 행사도 점차 지역 보건(지)소를 중심으로 국민들을 직접 찾아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시민들을 직접 만나 검진도 하고 구강위생에 관한 새로운 정보도 알려주기 위한 행사일 것이다. 좋은 이벤트가 시민들의 호응 속에 치러지길 누구 못지않게 바라지만, 그렇더라도 지금쯤엔 6.9제의 의미와 방향을 전체적으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떨쳐 버리기 어렵다.
치아의 날이 기념식 하나로 넘어갈 수 있는 날이 아니라 어차피 치과의사들이 나서고, 예산이 필요한 행사로 남아야 한다면 그 효용과 목표도 반드시 취지에 걸맞게 재정비돼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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