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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기공

사자성어로 보는 2013년 치기협 정기총회

‘油嘴滑舌(유취골설)’…알맹이 뒷전인 말말말

 

 

대한치과기공사협회(회장 손영석) 48차 정기대의원총회가 지난 15() 서울힐튼호텔에서 개최됐다. 전국치과기공사 경영자회 해산 여부 등 핫이슈가 많았던 올해 치기협 총회의 면면을 사자성어로 정리해 봤다.

 

龍頭蛇尾(용두사미): 시작은 좋았다가 갈수록 나빠짐

첫 출발은 좋았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173명의 대의원들은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침체된 국내 치과기공계 분위기를 쇄신하고자 하는 의지를 한마음으로 다지는 듯 했다. 내외빈도 화려했다. 보건의료계 핵심 국회의원이 3명이나 참석해 우리나라 치과기공산업에 대한 정치권의 높은 관심을 확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1시부터 본격적으로 총회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집행부와 대의원간 불통(不通)이 안건 상정을 번번이 가로막은 탓이다. 덕분에 회의는 지루하게 흘러갔고, 잔존 대의원은 시간이 갈수록 173명에서 60명대, 40명대, 총회 말미에는 15명으로 줄어들었다.

 

油嘴滑舌(유취골설): 말만 많고 실속이 없다

중요한 안건 처리는 안하고 쓸데없는 얘기만 한다.” “너무 오래하니까 (무슨 얘기하는지) 안 들린다.” “몇 시간 동안 한 게 없다.”

원래 대의원총회는 정책안건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자리다. 지난해 결산, 감사 등 회무보고를 하고, 지난 내역에 대해 궁금한 부분을 질의 응답하는 과정도 물론 포함되지만, 정책사업 위주로 논의가 흘러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총회에서 안건 상정 전 지난해 결산 및 감사에 할애된 시간은 무려 3시간이 넘었다.

회의록 구절 삭제에서부터, 예산 감사 등 여기저기서 기다 아니다로 설전이 벌어졌다. 안건상정과는 상관없는 대의원들의 발언으로 플로어는 쉬지 않고 들썩였다. 예산이 170억대인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도 결산 보고에 30분이 채 안 걸린다는 씁쓸한 언급이 한 켠에서 나왔다.

겨우겨우 안건 상정에 들어간 뒤에도 상정안을 의결할라치면 어디선가 대의원 발언이 끼어들어서 급기야 다른 대의원들마저 그만 하라고 저지하고 나설 정도였다. ‘치과기공정책연구소 설립’, ‘대의원 자격 기준등 중요한 안건들은 결국 대의원들이 대거 이탈한 총회 끝 무렵에 속전속결로 다뤄졌다.

 

 

自中之亂(자중지란): 같은 패 안에서 일어나는 싸움

일반회원들을 대표하는 대의원과 집행부는 건강한 견제 관계를 이루는 것이 맞지만, 이번 치기협 총회에서 이뤄진 대의원과 집행부 간의 소통에서 그러한 긍정적인 시너지는 요원해 보였다. 지난 해 예산 감사과 관련해서도 감사 측은 예산 집행에 명백한 문제가 있었다고 소리를 높였으며, 집행부는 명백히 증거가 있는데도 감정적인 불만과 근거 없는 의혹만 제기하고 있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대의원총회 시기와 관련해서도 집행부가 올린 개정안에 대해서 이율배반적인 입장을 취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집행부는 대의원총회 시기를 현행 ‘4월 중에서 한 달 앞당긴 ‘3월 중으로 변경코자 안건을 올렸으나 대의원들의 반발로 ‘2월 중으로 수정됐다. 한 치기협 집행부 관계자는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자리에 온 바로 이 대의원들이 직접 지난 2010년도에 현행 4월로 변경했던 것이라며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莫無可奈(막무가내): 도무지 융통성이 없고 고집이 세어 어찌할 수 없음

이번 정기총회의 뜨거운 감자는 바로 전국치과기공소 경영자회 해산여부였다. 16년간 운영돼온 경영자회는 소속 회원의 80~90%가 대의원과 겹치는 등 예산 및 운영 등에서 여러모로 문제제기가 돼 왔었다. 이에 집행부는 경영자회 폐지안을 상정해 그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렸었다. 서너시간 가량 진을 뺀 다음 겨우겨우 핵심 안건을 상정하는 데 성공, 뚜껑을 열어본 결과, 재석 위원 97명 중 57명이 찬성, 3분의 2를 넘지 못해 부결됐다.

경영자회 고훈 회장은 표결 전 지난 16년간 경영자회가 협회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만약에라도 협회 발전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며 이를 잘 감안해 투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서울지부 대의원도 “(중복되는 바람에) 한 달에 한 번 꼴로 회의가 돌아온다며 부디 잘 판단해 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었다.

해체가 무산되자 집행부는 결과를 받아들이고 회칙을 준수해 가면서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손영석 회장은 경영자회의 존폐 여부는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듯이) 예산 지원 문제가 아니다. 경영자회 시도회가 (경영자회 중앙회와 치기협이라는) 아버지가 둘 이라는 구조적 문제(와 불편함)를 해결하려 한 것이라며 “향후 토론과 공청회 등 의견 수렴 후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百年大計(백년대계): 먼 앞날까지 내다보고 먼 뒷날까지 걸쳐 세우는 큰 계획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번 총회였지만, 의미 있는 성과도 있었다. 치과기공정책연구소 설립에 관한 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손영석 회장은 연구소 설립은 중장기 연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노인틀니 등 주요 현안 및 정책과 관련해 객관적인 자료를 페이퍼화 하는 등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정책연구소를 통해 10~20년짜리 연구 로드맵을 만들어서 각 집행부가 임기 3년마다 이어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관개정이 이뤄진 만큼 바로 설립에 들어가며, 이병수 부회장은 초대 소장으로 임명해 1년간 기반을 쌓아나갈 예정이다. 초대 설립 기간이 끝난 후에는 교수진들 중심으로 연구소를 운영하는 한편, 차후 독립기구 형태로 운영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올해 7월 세계대회를 발판삼아 치과기공사의 존재를 국민들에게 널리 홍보하는 기회로 삼는 등 그야말로 치과기공사 인식재고치과기공산업 도약을 위해 전력을 다하는 해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