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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치과의사는 누구인가’라는 명제에 답하기

또는 ‘개원 치과의사의 자격’ 들추기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는, 중년을 막 지난 치과의사 네 명이 오랜만에 저녁을 함께 했다. 세 사람은 개원의이고, 한 사람은 교수였다. 화제는 자연 치과계의 이런 저런 이슈들로 흘러갔다. UD치과 문제, 선거제도 문제 그리고 두 임플란트학회 얘기까지. 
결론 없는 대화를 주고받던 네 사람은 어느 틈엔가 각자의 치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누구는 직원 혹은 환자들과의 소통의 어려움을 토로했고, 누구는 동료들의 자발적 분발을 이끌어내는 문제에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환자들의 선택에 의해 좁아지는 진료영역’을 말할 때는 모두가 실소를 터뜨렸다.
듣고 있던 교수가 자기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치과의사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자주 던진다고 말했다. 꼭 어떤 답을 요구해서가 아니라 그런 물음을 스스로에게 늘 가져야 하는 치과의사로서의 자세를 얘기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그는 ‘이 질문엔 가령 학생들에게 동시에 50명씩의 환자를 배정했을 때, 10년 뒤 각자의 환자 수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를 미리 생각해 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설명하면서, ‘같은 시기, 같은 환경, 같은 선생에게서 배운 학생들이지만 각자의 성향에 따라 10년 뒤의 결실에는 차이가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엔 나머지 사람들이 마치 자신이 이 화두와 마주친 듯 각자의 경험들을 풀어냈다. 
한 사람은 ‘작은 치료라도 부풀리지 않고 정성을 다했더니 소개환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지금은 지역에서보다 타지에서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다’며, ‘처음부터 큰 것만 따지는 조급증으로는 작은 것조차 쌓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웠다. 그의 결론은 ‘치과치료에도 감동이 있어야 한다’였다. ‘치과의사라면 적어도 치과에서만은 환자에게 감동을 주는 존재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한 사람은 “소통의 문제에서 꽤 까탈스럽게 굴던 여자 환자가 있었는데, 다음에 왔을 때 소설을 읽고 있는 환자에게 ‘지난번에 1권을 읽더니 벌써 3권인걸 보니 이야기가 재미있나 보다’고 했더니 금세 태도가 달라지더라”면서 ‘의사의 작은 관심이 때론 환자들에게 큰 감동이 되기도 한다’고 말을 받았다.

‘치과의사는 누구인가’라는 내면의 물음에 어떻게 답하실 텐가?
치과의사의 이미지는? 치과의사를 평가하는 기준점은? 치과의사에게 기대하는 사회적 역할은? 치과의사들이 진료에서 고쳐야 할 점은? 만약 내 자녀가 치과대학에 진학하려 한다면? 같은 일반적인 질문들이 이 명제를 규정하는데 어떤 작용을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그 어떤 질문과 답도 스스로에게 묻고 스스로에게서 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말은 곧 지금은 ‘치과의사의 직업적 성찰이 필요한 시기’라는 의미와도 맞닿는다. 독자여러분이 어떻게 받아들이시든, 작금의 개원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형이상학적 질문을 원장실 문틈으로 들이민다.

이날 오랜만에 저녁을 함께 나눈, 중년을 막 지난 네 명의 치과의사들에게서 보다 더 큰 무게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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