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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치과 치료에 HIV 감염 위험은 존재할까?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 거의 없다'

미국 Okrahoma주 Tulsa의 한 치과에서 발생한 HIV 감염 사고는 멀리 태평양을 건너와 한국의 언론까지 달궜다. 치과에서 에이즈의 원인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자체가 충격적인데다 인구의 대부분이 잠재적 치과 환자라는 점에서 이 사건은 관심과 파장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흥분이 가라앉은 다음엔 분명히 따져 봐야 한다. 정말 치과에서 HIV에 감염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HIV 바이러스는 물이나 대기중에 노출되면 곧바로 죽기 때문이다. 이 말은 HIV 보균자에게 사용한 피가 잔뜩 묻은 엘리베이터를 바톤 터치하듯 옆 체어 환자의 입안에서 사용해도 감염 확률은 거의 없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에이즈는 성접촉이나 수혈에 의해서만 전파된다고 배우지 않았던가.

 

'Dirty Dentist'의 진실

그럼 이번 오클라호마건은 어떻게 된 것일까? 외신을 정리하면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알려진 위험요인이 없는 환자 한 사람이 C형 간염과 HIV 감염 진단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였다. 오클라호마 보건당국은 감염 경로에 대한 조사에 나섰고, 이 환자가 이러한 바이러스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시기에 치과진료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더구나 보건당국이 그 치과를 찾아갔을 때, 위생상태는 엉망이었다. 기구는 녹슬고 각종 세균에 오염된 상태였으며, 주사바늘을 재사용하고, 폐기해야 할 재료나 약품까지 사용하고 있었다. 오클라호마주가 정한 위생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 보건당국과 털사 시는 즉각 HIV 감염경로로 이 치과를 잠정 지목하고, 이전에 이 치과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 7천여명에게 C형 간염 및 HIV 감염 진단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하는 통지문을 발송했다.
통지를 받은 사람들 중 지금까지 1천여명이 시 보건소에서 B, C형 간염과 HIV 감염 진단검사를 받았지만 양성반응을 나타낸 사람은 아직 없다.
         
국내 치과감염방지 분야 전문가인 오세광 원장(중국 안양시 구강의원)은 그러나 "양성반응이 문제가 아니라 이 치과에서의 감염을 입증하려면 이미 확인된 감염자와 동일한 바이러스 형의 HIV 감염자가 나타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설사 검사 대상 환자 7000명 중 HIV 양성 환자가 나오더라도 바이러스 형이 틀리면 각자 다른 경로를 통해 감염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인 것. 
HIV는 크게 1형과 2형으로 나눠지는데 1형은 침팬지, 2형은 아프리카 검댕원숭이로부터 나온 것으로, 이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1형은 다시 A, B, C형 등 9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오 원장은 덧붙여 "치과에서 HIV에 감염될 확률은 거의 없다"며, "혹 주사바늘 안에 남은 보균자의 혈액이 다른 환자에게 곧바로 주입될 경우 감염 가능성이 없진 않겠지만, 치과치료의 특성상 그럴 일은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치과위생 법규 강화' 추진

그러나 이와는 별도로 미국 오클라호마 보건당국과 주의회는 치과 관련 법규 강화를 추진하면서 CDC(질병통제센터)에  관련 지침을 개정하도록 요청하기로 했다. 오클라호마주의 이같은 움직임은 미국 내 다른 지역에도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CDC의 Abbigail Tumpey 대변인은 이와 관련 'CDC는 현재 이 사건에 대해 협의를 진행중'이라며 "치과진료실에서 그런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rare)."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콜로라도의 한 구강외과의사가 주사바늘과 주사기를 재사용해 그에게 진료를 받은 8천여명의 환자들에게 감염진단 권고문을 보낸 적이 있지만, 이때도 실제 어떤 사람이 감염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소개하고, "지난 10년간 치과 문제로 인해 환자들에게 대량의 검진 권고문을 띄운 경우는 극히 소수(a handful of)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Rush 대학 메디컬 센터 킴벌리 스미스 박사도 에이비시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HIV 보균자에게 사용된 주사바늘에 찔린 경우라도 HIV에 감염될 가능성은 약 0.7%로, 높은 편은 아니다.(not extremely high)" 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치과의사협회(ADA)는 아직 이번 사건과 관련한 어떤 논평도 내놓지 않고 있다.

아직 오클라호마주 보건당국의 최종 판단을 남겨놓고 있긴 하지만, 미 전역을 달군 'Dirty Dentist' 사건은 어쩌면 일반의 오해에서 빚어진 해프닝으로 결말이 날지도 모른다. 사실 기구의 소독이나 멸균 상태는 HIV 감염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치과 위생에 일반인들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가' 이다. 치과의 청결 상태나 기구의 소독은 물론이고, 마스크와 글러브를 사용하지 않는 치과의료진에 대해서도 요즘 환자들은 여과없이 불쾌감을 표시하지 않던가.
이번 '치과에서 HIV 감염' 사건은 미 오클라호마주 털사 시의 불행한 치과의사 스캇 해링턴이 한국 치과계에 던져준 분명한 교훈이다.

 

▲ 이번 오클라호마 사건을 미국의 방송들은 경쟁적으로 다뤘다. 자료영상은 abc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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