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여류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가 만든 영화 '카모메 식당'을 보면, 오니기리(일본식 주먹밥)가 등장하고 조연 격으로는 루왁 커피가 나온다. 그 후속인 '안경'이라는 작품에는 우메보시나 팥빙수가 하나의 상징으로 출연하며, '토일렛'이라는 작품에서는 스시가 등장한다.감독이 그 음식들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이야기들은 현대인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소외감이나 가슴 속의 상처 등을 치유하기 위한 치료제, 즉 '소울 푸드'의 필요성과 그 역할을 말하고자 함이다.그렇다면 자신만의 소울 푸드나 우리나라 중장년층들이 생각하는 대표적 소울 푸드로는 무엇이 있을까?사람마다 개인적 경험이 다르고, 살아오면서 입은 내면의 상처 또한 누구나 다르기에 그들이 선택하는 소울 푸드는 무척 다양하겠지만, 굳이 나만의 그것을 꼽으라면 단연코 '냉면'이 아닐까 한다. 함흥식 비빔(회)냉면은 까다롭고 쪼잔한 성격 때문에 오로지 두어 곳의 식당만 다니기에 논외로 치고, 평양식 물냉면만큼은 집집마다 고유한 포스 혹은 아우라가 있기 때문에 그 먼 길을 마다않고 기꺼이 방문을 하는 것이다.(어느 분야이든 초심자들이 항상 그렇지만) 냉면의 밍밍한 맛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마니아로 변해 갈 무렵,
빈 校庭모두들 어디 가고빈 교정에개나리만 만발했나봄볕 가득한 빈 잔디 빈 벤치먼지 앉은 교실의 책상 걸상 들이임자를 보고 싶다네어디 갔을까무엇 하고 있을까친구들은 지금집에 있어도 편찮고산에 가도 언짢고생각느니 친구들뿐사랑을 갓 배울 때의그 그리움그 보고 싶음이어라모두들 어디 가고빈 교정에 개나리만 만발했나[빌空]세상이 반 토막을 뚝 잘라 낸 것처럼 허하다. 의식하지 않아도, 어디서건 그 비어 있음의 슬픔과 마주친다.'빈 교정'은 황명걸 시인이 1975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마치 40여년 뒤 이 땅에서 일어날 비극을 예견이라도 한 듯있어야 할 아이들이 떠난 빈 교정을 아른하게 그리고 있다.먼지 앉은 교실의 책상 걸상..사랑을 갓 배울 때의 그 그리움..빈 교정에 만발한 개나리..다음은 정호승 시인의 '봄 편지' 전문이다. 이 시 역시 오늘의 상황과 무척 닮은 슬픔을 그리고 있다. 나라에 큰 슬픔이 있었고나에게 눈물이 있었다나라에 큰 침묵이 있었고너에게 통곡이 있었다꽃은 피고 해는 지고꽃샘바람 부는 침묵의 창가에서사람들은 거미줄에 매달려 살기 시작하였다날마다 십자가에는낯 모르는 사내들이 매달렸다 내려왔다
꽃다운 아이들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침몰 사건을 통해 우리는 직업의식과 안전의식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세월호 참사 관련 뉴스를 볼 때 마다 두 아이의 아빠이며 소아 및 청소년의 구강 건강을 다루는 필자의 마음은 비통하기 이를 데 없다. 이번 사건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논하기 전에 먼저 사회 모든 구성원들의 자기반성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치과의사는 사람의 생명과 구강건강을 지킴으로써 인류에 봉사할 임무를 부여 받은 직업 전문인이다.” 치과의사 윤리선언은 이렇게 시작한다. 매일 반복되는 임상 속에서 어쩌면 무뎌질 수 있는 치과의사의 직업의식을 항상 머릿속에 각인시켜야겠다. 우리 아이들의 치아호(齒牙號)가 유치열에서 출발하여 혼합치열기를 거쳐 영구치열로 건강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선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치과의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임상 테크닉보다는 행동조절에 대한 이해와 실천이다. 'Behavior Management in Dentistry for Children(Second Edi, Wiley-Blackwell, 2014)'의 저자 Wright에 의하면 행동조절(Behavior Management)은 치과종사자들이
나가사키는 한반도와 가깝고 또 중국과도 가까운 지역이라 오래 전부터 대륙으로 통하는 요충지였습니다. 게다가 최초로 외국(서양)에 개항된 곳이기도 합니다. 대략 17세기 전후에 개항을 했는데 처음에는 중국의 조차지역처럼 일정 구역에만 외국인들이 드나들도록 하였습지요(나가사키의 '데지마'라는 지역이 바로 그곳입니다).일본에 최초로 드나들었던 서양나라는 포르투갈이었습니다만, 우리나라의 동학난과 유사한 성격의 ‘시마바라의 난’ 이후에 축출되고 대신 네덜란드가 들어왔습니다. 그 중심 지역이 바로 나가사키입니다. 네덜란드를 의미하는 '오란다'라는 말은 네덜란드 사람도 뜻하지만, 서양 사람들 얼굴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일본인들은 양코배기들을 무조건 오란다라고 불렀다고도 하네요.서양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중국과 우리나라도 아주 오래 전부터 큐슈 지방을 드나들었습니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우리가 도래인으로서 그 지역에 살았을 뿐만 아니라 임진왜란, 정유재란 그리고 그 이전에 왜구들에 의해 끌려간 사람들도 그 지역에 많이 살았으니 자연히 우리나라 문화가 엄청나게 녹아들었습니다. 실제 나가사키에서 시마바라 쪽으로 가다보니 시골집들의 기와가 우리나라 기와 스타일과 상당히 흡사
강물은 언제나 흐르고 있다.숲과 초원을 해쳐 흐르고 땅을 가로 질러 흐른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물결이 물결을 따르며 어딘가를 향하여 그 여로(旅路)를 가고 있다. 대하와 여울, 맑은 물과 탁류, 차가운 물 따스한 물 여러 가지 모습으로 흐르는 강물이 있다. 때로는 홍수가 났을 때는 강물 위에 무수한 물체들이 떠내려 오는 광경을 보게도 된다.홍수와 같은 긴급한 상황에서는 많은 것을 떠내려 보내는 불가피함이 있는 가하면 그런 위급한 상황애서도 기필코 구조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조난된 사람일 것이다. 학문(學問)의 흐름도 마치 강물이 흐름과도 같이 무수한 내용을 함유한체 계속 유유히 흐르고 있는 것이다. 가장 깊은 강은 가장 조용하게 흘러가듯이, 가장 보편성이 있고, 정돈된 학문의 물줄기는 언제나 조용히, 그리고 유유히 흘러가기 마련이다. 강물이 때때로 변덕을 부리듯이 학문의 흐름도 소용돌이치며 급류도 되고, 홍수와 같은 난동을 부리기도 한다. 지금 우리는 학문정보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가 홍수가 밀려오는 강기슭에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구조해야 할 것인가에 고심하듯이 학문의 큰 홍수에 우리는 지금 어떻게 대쳐 해야만 하는가? 강에 떠내려
강가에서저이는 나보다 여유가 있다저이는 나보다도 가난하게 보이는데저이는 우리집을 찾아와서 산보를 청한다강가에 가서 돌아갈 차비만 남겨 놓고 술을 사준다아니 돌아갈 차비까지 다 마셨나보다식구가 나보다도 일곱식구나 더 많다는데일요일이면 빼지 않고 강으로 투망을 하러 나온다고 한다그리고 반드시 4킬로가량을 걷는다고 한다죽은 고기처럼 혈색없는 나를 보고얼마전에는 애 업은 여자하고 오입을 했다고 한다초저녁에 두 번 새벽에 한 번그러니 아직도 늙지 않지 않았느냐고 한다그래도 추탕을 먹으면서 나보다도 더 땀을 흘리더라만신문지로 얼굴을 씻으면서 나보고도산보를 하라고 자꾸 권한다그는 나보다도 가난해 보이는데남방샤쓰 밑에는 바지에 혁대도 매지 않았는데그는 나보다도 가난해 보이고그는 나보다도 짐이 무거워 보이는데그는 나보다도 눈이 들어갔는데그는 나보다도 여유가 있고그는 나에게 공포를 준다이런 사람을 보면 세상 사람들이 다 그처럼 살고 있는 것같다나같이 사는 것은 나밖에 없는 것같다나는 이렇게도 가련한 놈 어느사이에자꾸 자꾸 소심해져만간다동요도 없이 반성도 없이자꾸 자꾸 小人이 돼간다俗돼간다 俗돼간다끝없이 끝없이 동요도 없이反省김수영 만큼 한국 시문학에 큰 영향을끼친 시인도 드물
얼마전 조선일보의 위크리 비즈에 재미있는 기사 하나가 실렸다. 사과의 효과를 설명하는 내용인데, 그 대표적인 경우를 바로 의료사고에서 찾고 있다. 이 기사는 '사과하지 못하게 하는 법적 상황이 문제를 더욱 크게 만든다'며, 미국의 사과법(appologty low)을 소개하기도 했다. 내용을 옮기면 이렇다. 의료 사고가 흔히 소송으로 이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2006년 당시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상원 의원은 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기고한 칼럼에서 그 이유로 '의사들이 소송이 두려워 방어적으로 환자들을 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의사와 환자가 마음을 열고 소통할 수 있도록 연방 의료법 체계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미국 50개 주(州) 중 36개 주에는 '사과법(apology law)'이란 제도가 있다. 클린턴과 오바마의 주장은, 이런 법을 연방법으로 만들자는 것이었다.1986년 매사추세츠주에서 시작한 이 법의 요지는 의료 사고 현장에서 환자 측에게 의사가 "미안하다(I am sorry)"고 말한 것이 법정에서 의사에게 불리한 증거로 채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왜 이런 법이 생겼을까? 환자가 갑자기 사망했을 때 의사는 책임 유무를 떠나 환자
저희가 어렸을 적에도 해태, 오리온, 롯데제과가 있었습니다. 삼립식품의 호빵도 있었고, 샤니식품, 삼강식품 등도 있었는데, 이중에는 아직도 건재한 회사들이 있는가 하면, 상호는 남았지만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뀐 곳도 있고, 통폐합하여 다른 이름으로 바뀐 곳도 있습니다. 그런 유수의 회사에서 만든 종합선물세트라도 선물 받는 날이면 지금의 로또 당첨 이상으로 행복했었지요. 장롱이나 벽장 속에 형 몰래 숨겨두고 며칠이고 몰래 꺼내 먹던 기억이 새롭습니다.그러나 이런 번듯한 회사의 과자를 사먹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길거리에서 파는 달고나(뽑기), 번데기, 소라(지금 생각하니 다슬기), 쫀득이, 라면땅, 비닐튜브 속에 든 달콤한 그 무엇... 대략 이런 과자들이 저희들의 군것질 대상이었습니다. 만화가게에서 파는 오뎅이나 핫바는 큰맘 먹고 저지르는 사치였지요. 동네 문방구에서도 소라과자, 달팽이과자, 무지개색 웨하스 같은 인근 과자공장에서 만든 것들을 팔기도 했고요.수원 세류초등학교에서 역전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과자공장이 둘 있었습니다. 두 곳 다 저희 반 친구들 집이었는데, 그 집에 놀러가는 날은 각종 과자로 배를 채우고 오는 날입니다. 대개 만들다가 실
IRA를 아시는지요? 북아일랜드 공화국의 독립투쟁은 1994년 북아일랜드의 신페인당이 휴전을 선언하고 이어서 2001년 IRA가 무장해제를 하면서 현재는 영국과 평화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언제고 다시 터질 가능성이 많은 휴화산에 다름없습니다. IRA의 투쟁을 다룬 영화는 셀 수도 없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아버지의 이름으로', '마이클 콜린스', '제네럴', '크라잉 게임' 등 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영국 영화들 중에 감동을 받은 것은 죄다 IRA 영화이거나 '대처리즘'에 반대하는 좌파적 영화들이죠. 그렇다고 제가 좌파는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빌리 엘리엇'이나 '풀 몬티', '브라스드 오프' 같은 영국식 좌파 영화는 상당히 재미있고 또 생각할 여지를 남겨주더군요. 사족입니다만, '크라잉 게임'이라는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남성의 성기가 등장하기도 했지요. 보이 조지가 부른 주제가도 일품이었고요. 뭐 요즘이야 송강호의 볼 품 없는 거시기도 자랑스레 나옵디다만.... 크라잉 게임이 개봉할 당시엔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지요. 북아일랜드만 독립투쟁을 한 것은 아닙니다. 스페인의 바스크 지방에도 투쟁단체가 있습니다. 바
TV에 유독 토크쇼가 많아졌다. 시시콜콜한 연예인들의 뒷 담화에 지쳐갈 무렵 이젠 그들의 가족까지 합세했다. 사위도 나오고 아들딸도 나와서 끊임없이 뭔가를 지껄인다. 부부가 함께 출연하는 무슨 프로를 보다가 '저렇게 한꺼번에 다하면 다음엔 무슨 얘기를 하려나' 걱정했었지만 그건 기우였다. 다음에도 또 다음에도 그 출연자는 거미줄을 뽑아내듯 끊임없이 얘기를 토해내 사람들을 웃겼다. 어디서건 모두가 말로서만 존재를 확인하려 든다. 못된 짓도 지적하는 사람이 없으면 못된 짓이 아니다. 함부로 민원인을 무시하는 공무원도 댓바람에 언성을 높여 따지면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금방 허둥댄다. 말의 힘은 곧 존재의 힘이다. 내가 말하지 않으면 나는 지는 것이고, 상대가 면전에서 마음껏 침을 튀기도록 내버려 두는 건 전쟁에서 순순히 안방을 내어주는 굴욕이나 마찬가지다.세태가 이럴진대 치과도 예외는 아니다. 경쟁이 심해지고 환자 끌기가 일반화되면서 대체로 말이 너무 많아졌다. 환자들의 얘기를 듣기보다 먼저 말하려 드는 것이다. 할인마트에 가보라. 의류매장 앞에 멈춰서기만 해도 곧바로 점원이 달려와선 '무엇을 찾는지'를 묻는다. '고객들이 이런 류의 친절을 좋아할까?'에는 관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