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校庭
모두들 어디 가고
빈 교정에
개나리만 만발했나
봄볕 가득한
빈 잔디
빈 벤치
먼지 앉은 교실의
책상 걸상 들이
임자를 보고 싶다네
어디 갔을까
무엇 하고 있을까
친구들은 지금
집에 있어도 편찮고
산에 가도 언짢고
생각느니 친구들뿐
사랑을 갓 배울 때의
그 그리움
그 보고 싶음이어라
모두들 어디 가고
빈 교정에
개나리만 만발했나
[빌空]
세상이 반 토막을 뚝 잘라 낸 것처럼 허하다.
의식하지 않아도, 어디서건 그 비어 있음의 슬픔과 마주친다.
'빈 교정'은 황명걸 시인이 1975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마치 40여년 뒤 이 땅에서 일어날 비극을 예견이라도 한 듯
있어야 할 아이들이 떠난 빈 교정을 아른하게 그리고 있다.
먼지 앉은 교실의 책상 걸상..
사랑을 갓 배울 때의 그 그리움..
빈 교정에 만발한 개나리..
다음은 정호승 시인의 '봄 편지' 전문이다.
이 시 역시 오늘의 상황과 무척 닮은 슬픔을 그리고 있다.
나라에 큰 슬픔이 있었고
나에게 눈물이 있었다
나라에 큰 침묵이 있었고
너에게 통곡이 있었다
꽃은 피고 해는 지고
꽃샘바람 부는 침묵의 창가에서
사람들은 거미줄에 매달려 살기 시작하였다
날마다 십자가에는
낯 모르는 사내들이 매달렸다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