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의 은퇴기념메달 공개행사는 세월호 참사 유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에서 두 차례 연기되었고, 마지막 아이스쇼공연은 팬 및 초청 외국선수와의 약속에 맞추어 예정대로 열렸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좀 더 화려하게 보내주지 못한 점이 미안하고, 성금 1억 원의 기부에 감사한다. 재위 7년 동안 그녀가 피겨 스케이팅을 힘과 곡예의 스포츠로부터 드라마틱한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렸다는 사실에는 아무도 토를 달지 못할 것이다. 소치에서는 강한 러시아, 짜르의 재림을 꿈꾸는 푸틴의 음모로 은메달에 그쳤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빠르게·높게·힘차게”라는 올림픽정신에 걸맞도록, 여왕의 좀 더 과감한 프로그램을 기대했던 심사위원들의 실망감 더하기 주최국의 텃세쯤으로 너그럽게 해석하자.시상식 때의 미소는 의연하였고, 다음날 갈라 쇼는 감동의 드라마였다. 존 레논의 반전(反戰)송 “Imagine”이 잔잔히 흐르는 가운데, 세계의 평화대사가 되겠다는(IOC 선수위원) 그녀의 결연한 의지가 보는 이의 가슴에 촉촉하게 스며들었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심미적인 배점이 높은 피겨뿐 아니라, 예의 쇼트트랙은 물론 스피드에서도 정상에 올라 온 국민을 열광시켰다. 이상화, 박승희
미국 영화 바보 삼총사(The Three Stooges)는 배우의 행동을 극단적으로 과장해서 표현하는 전형적인 슬랩스틱(slapstick) 코미디이다. 영화 줄거리를 간단히 말하면 성당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에 세 명의 아이가 버려진다. 이 아이들은 수녀님들을 괴롭히는 악동으로 성장하였고 성인이 될 때까지 고아원에 머무른다. 하지만 금전적인 어려움에 처한 고아원을 구하기 위해 얼간이 삼총사들이 펼치는 활약을 그린 영화이다. 영화 시작 무렵에 세 명의 아이들이 치통을 앓고 있는 수녀님을 탁자 위에 묶어 놓고 치과 놀이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치통이 있는 치아를 발치하기 위해 15 밀리그램의 마취 주사를 놓는 데, 방법은 망치로 머리를 때려 실신시키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정통 슬랩스틱의 한 장면이었는데 필자의 이목을 끌었던 것은 수녀님의 몸을 고정한 physical restraint였다. 개원가에서 행동조절이 되지 않는 소아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 정도 된다. 첫째, 개원 소아치과 또는 치과대학병원으로 의뢰한다. 둘째, 약물을 이용한 진정요법을 시행하여 치료한다. 셋째, 물리적 고정 방법을 이용하여 치료한다. 세 가지 방법 중에서 많은 분들이 1번
의사와 환자는 ‘질병’이란 어떤 특수상황을 가운데 두고 맺어지는 관계이다. 그 질병을 치료해야하는 의사는 당연히 전문적지식과 시술 능력이 필요하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힘과 권력 그리고 권위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전문인으로서의 의학적 권위는 필연적인 사회적, 문화적 권위로 인정되고 있는 부분이다. 의사들이 사회적 지위와 권력이 부여되는 대신에 그에 따르는 투철한 소명감이나 봉사정신이 요구되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의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규범이나 제도적 제한과 덕목이 요구된다. 의료행위의 존엄성과 규율이 엄할수록 의사들의 권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푸코(Foucaut)는 ‘육체에 가해지는 규율이 권력의 본질이며 또한 육체의 욕망을 관리, 조정하는 것이 바로 권력의 출발점이다’현대의술이 눈부시게 발달되었다고 뽐내고 있는 즈음에 모순되게도 의사들의 불친절함이나 지나친 권위주의적 태도에 대한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사실은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의사는 환자에게 수탁적 책임(fiduciary responsibility)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근원적으로 환자보다 우위에 놓여있게 마련이며, 환자와 의사의 관계가 딱히 수평적인 위치에 있기는 어려운 일
골프를 접으니 나쁜 점도 있지만 좋은 점도 상당히 많습디다. 골프를 끊게 되면 친구관계가 멀어지거나 인적 네트워크가 좁아지는 걸 우려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친구들이 너무 많은 게 흠인지라 오히려 좋은 점에 속합니다.유일한 나쁜 점은 일요일 골프가 없으니 늦잠을 자는 경우도 많고, 그러다보니 여러 중요 약속을 토요일에 잡게 되더군요. 그로 인하여 귀가는 일요일 새벽이 될 때도 많습니다.좋은 점은 이루 헤아릴 수도 없이 많습니다. 일단 골프 비용 절반이면 전 가족이 배불리 외식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고, 영화를 보러 간다거나 평소 너무 바빠서 못한 일을 할 수가 있다는 것이죠. 게다가 20년 이상 주말 골프를 다니다보니 친인척들도 일요일엔 당연히 집에 없겠거니 생각하고 그냥 자유방임 상태로 놔둔다는 겁니다. 웅어(지역에 따라서 우어, 위어, 우여 등)를 들어본 분도 계실 것이고, 처음 듣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두어 해 전에 울산 태화강의 물이 맑아져서 '황어'가 돌아오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황어만큼 웅어도 일반 사람들에겐 낯선 어종입니다. 황어의 경우는 산란기 암놈 몸빛이 불그스레하여 붙은 이름인데, 연어처럼 모천회귀 하는 기수어종입니다(기수어란 민물과
재미동포들이 모금을 해서 뉴욕타임스에 전면광고를 냈다고 한다(5월 11일 자). 전 국민이 애도하는 “세월호의 비극”을 들어, “진실을 밝혀라. 왜 한국인들은 박대통령에게 분노하는가?” 이어서, “3백 명 이상이 배안에 갇혔는데 한명도 구조되지 못한 구조작업은 (0 rescued), 정부의 무능과 태만을 보여주었다”라며 꾸짖고 있다.타이틀은 “진실규명(Bring the truth to light)”이었다. 진실을 규명하려면 사고회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질적인 사주(主)요 경영책임자인 유병언 회장의 진술부터 받는 것이 순서다. 또 지난 4월 25일부터 백악관사이트에 올려 서명을 받고 있다는 “구원파와 청해진 주주에 대한 수사중단 촉구” 청원을 광고주들이 몰랐을 리가 없다.생전에 김정일이 이 신문에 자화자찬 광고를 실어 만인의 웃음을 샀던 일이 있다.진실을 밝히라는 “애국자”들이 정작 위에 말한 청원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반박이 없으니, 필자가 기가 막혀 한참을 웃다가, 문득 김정일 광고가 생각난 것이다.태평양전쟁 중 무수한 전함이 격침당하면서, 바다로 뛰어든 사람을 인접 호위함이 구조하는 노하우가 축적되었다. 그러나 시속 6노트의 조류, 가시거리 30Cm의 탁한
지난 칼럼에서 치과 구성원들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드렸는데, 한가지 빠진 직업군이 있었지요? 바로 치기공사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지난 칼럼에 이어 호주 치기공사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호주에서 치기공사는 2년제 전문대학교 치기공과를 졸업하고 자격증을 취득한 후 현업에서 일을 하도록 되어 있어요.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주마다 자격증을 주는 기관이 달라 지역을 옮길 때마다 자격증을 다시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는데요, 근래들어 한번 자격증을 받으면 호주 어느 지역에서든 일을 할 수 있도록 바뀌었습니다. 더구나 호주에서는 치기공사가 부족직업군에 속해 한국에서 치기공사로 일을 하다가 이곳에 와서 영주권을 받고 호주 치기공사로 일을 하는 분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주권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 분들이 이곳에서 2년제 전문대학 과정을 마치고 영주권을 취득한 후 치기공사로 성공적으로 정착한 경우도 상당히 많이 있어요.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호주 치기공사들은 자격증 취득하고 2년의 별도 과정을 거친 후 Dental prosthetist 라는 이름으로 환자들을 볼 수도 있습니다. 이들은 환자들에게서 직접 impression도 뜨고 틀니도 만들수
2. 선거 현장에서 선거 뒷 다마(後 談話)처럼 맥 풀리는 얘기도 없다. 평범한 민초는 공무원이 제일 무섭고, 공무원은 국회의원만 없으면 신이 내린 직장이며, 국회의원은 선거만 없으면 해 먹을 만 하다니, 제일 무서운 것은 역시 선거인 것이다.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그냥 원숭이지만, 국회의원이 선거에서 떨어지면 ‘사람’도 아니라니까.그래서 선거 때는 벼라 별 말싸움 몸싸움으로 다투지만, 승패가 갈린 뒤에는 피차 주고받을 말이 없어지고, 유권자도 더 이상 말발이 서지 않아 입을 닫는다. 그래도 한마디 짚고 넘어갈 이유는, 첫째 다음 선거를 위한 교훈 하나쯤은 건져야 하겠고, 둘째 미국 어느 시에서 ‘일본해’에 ‘동해’를 병기하도록 결의한 것처럼, 당선자로부터 공약에 대한 ‘짱’을 확실히 박아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26일 선거인단에 의한 최초의 협회장 선거에서 제일 큰 관심사는 역시 투표율이었다. 마감시간 오후 6시가 가까워지면서 한때 천 명이 넘으리라는 낙관론도 있었지만, 최종집계 1,481 중 980명으로 66,2%, 치과의사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합격점 투표율이었다. 열정적인 정견발표는 세 분 후보 모두가 치과계의 든든한 재목임을
육개장이 개장국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은 요리나 음식의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한테는 별 이견이 없습니다. 보신탕을 드셔본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고기를 결에 따라 손으로 찢어서 탕에 넣은 모양새가 육개장의 소고기 형상과 같기 때문이고, 게다가 육개장의 색깔이나 들어가는 각종 재료들이 옛날 경상도 스타일 보신탕과도 비슷하다고 합니다. 육개장에서 다시 한걸음 더 나간 것이 ‘닭개장’입니다. 비싼 소고기 대신 닭고기를 사용한 것이지요. 흔히들 육개장을 ‘육계장’으로 잘못 쓰는 경우도 있는데 아마도 닭의 한자어인 계(鷄)라는 글자 때문일 겁니다.그런데 지나치게 유추를 하다 보니 과유불급한 해석도 있습니다.붉은 동지 팥죽을 먹는 이유가 잡귀를 쫓아내기 위함까지는 맞지만, 육개장의 색이 빨간 것도 잡귀를 쫓아내려는데 있다는 설은 그야말로 '썰'입니다. 그리고 육개장이 대구를 중심으로 하는 경상도 내륙음식인 것까지는 모르겠으나, 따로국밥도 육개장에서 나왔다고 하는 이야기는 조금 견강부회 같은 해석이 아닐까요? 옛날 시골 장터 국밥은 이것저것 다 넣고 고춧가루까지 왕창 넣어서 무조건 맵고 뜨거운 그리고 얼큰한 맛에 먹었습니다. 일종의 패스트푸드라 할 수 있는 장터국밥이니
1. 합동정견발표회 대한민국은 건국 이래 다섯 차례 헌법을 개정하여, 1987년 제6공화국으로 다시 태어났다. 4·19 혁명, 5·16 쿠데타, 10월 유신, 신군부 쿠데타, 그리고 6·29 선언이 그 계기였다. 이제 대의원총회 결의로 “선거인단제도”를 채택, 첫 선거를 맞으니 말하자면 “새 공화국”이 태어나는 셈이다. 본인은 직선제는 물론 선거인단제도에도 반대하지만, 중지를 모은 제도인 만큼 최소한 2, 3회는 시행해봐야 한다고 믿는다.이 제도의 장점은 첫째 지역별·연령별·성별로 “쏠림현상”이 배제되어 대표성에 하자가 없는 “무작위 추출”이고, 둘째 그 숫자가 본래의 목적대로 대의원총회의 “결정권을 희석”하는 동시에, 셋째 경제성까지 갖춘 최소한의 적정수준이라는 것이다.그래서 세 후보 공통인 “직선제 관철 공약”은 유감이다. 첫째, 그것이 소신이라면 이 선거를 보이콧하고 계속 투쟁함이 옳다. 의총 결의에 대한 정면 거부이니까.둘째, 어느 계층의 표를 겨냥한 것이라면 그건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셋째, 정해놓고 해보기도 전에 고치자는 주장은, 기본 상식이나 예의에 어긋나며 꼴만 사납다.지난 4월 17일 대전에서 세 후보를 초청, 중부권 3개 지부(충북·충남·
고향신발을 벗지 않으면 건널 수 없는 내(川)를 건너야비로소 만나게 되는불과 열집 안팎의 촌락은 봄이면 화사했다.복숭아꽃이 바람에 떨어져도 아무도 알은 채를 안했다.아쉽다든지 안타깝다든지.양달에서는 작년처럼, 너무도 작년처럼삭은 가랑잎을 뚫고 씀바귀 잎새가 새로 돋고두엄 더미엔 자루가 부러진 쇠스랑 하나가버려진 듯 꽂혀 있다.발을 닦으며 바라보면모래는 모래대로 송아지는 송아지대로모두제 생각에만 골똘했다.바람도 그랬다.故鄕떠나온 곳이 가장 그리워지는 계절은 봄이다. 꽃이 피고 지고 또 피기를 반복하며 느릿느릿 흘러가는 시간의 중간 중간,마치 막 그곳에서 옮겨 온 것 같은 생생한 화상들이 봄볕을 타고 떠난 자의 기억 속을 헤집는다.이기철 시인의 시선집 ‘청산행’은 1982년에 초판을 찍었다.시인은 그 속에 시대와는 무관하게, 연민에 가깝도록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담아냈다.‘옛날의 금잔디’ ‘빈 의자’ ‘월동엽서’ 같은...같은 시집에 실린 선생의시 ‘슬픔에 대하여’ 전문.여우야 얼마나 슬프냐, 다람쥐야 너는 얼마나 슬프냐말똥구리 사마귀 개미야 너는 얼마나 슬프냐파리 모기 귀뚜라미 잠자리야 얼마나 슬프냐한밤내 듣다가 아침에 멈춘 빗방울울타릿가 홰나무 잎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