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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눈물로 먹는 육개장

[석창인의 밥집 이야기]- <32>

 

육개장이 개장국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은 요리나 음식의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한테는 별 이견이 없습니다.

 

보신탕을 드셔본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고기를 결에 따라 손으로 찢어서 탕에 넣은 모양새가 육개장의 소고기 형상과 같기 때문이고, 게다가 육개장의 색깔이나 들어가는 각종 재료들이 옛날 경상도 스타일 보신탕과도 비슷하다고 합니다.

 

육개장에서 다시 한걸음 더 나간 것이 닭개장입니다. 비싼 소고기 대신 닭고기를 사용한 것이지요. 흔히들 육개장을 육계장으로 잘못 쓰는 경우도 있는데 아마도 닭의 한자어인 계()라는 글자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지나치게 유추를 하다 보니 과유불급한 해석도 있습니다.

붉은 동지 팥죽을 먹는 이유가 잡귀를 쫓아내기 위함까지는 맞지만, 육개장의 색이 빨간 것도 잡귀를 쫓아내려는데 있다는 설은 그야말로 ''입니다. 그리고 육개장이 대구를 중심으로 하는 경상도 내륙음식인 것까지는 모르겠으나, 따로국밥도 육개장에서 나왔다고 하는 이야기는 조금 견강부회 같은 해석이 아닐까요? 옛날 시골 장터 국밥은 이것저것 다 넣고 고춧가루까지 왕창 넣어서 무조건 맵고 뜨거운 그리고 얼큰한 맛에 먹었습니다. 일종의 패스트푸드라 할 수 있는 장터국밥이니, 당연히 밥을 토렴해서든지 어찌해서든지 미리 말아서 나왔을 것이고요. 이런 형태의 국밥을 양반 체면 생각해서 밥 따로 국 따로 내놓은 것이 바로 따로국밥입니다. 게다가 들어가는 재료도 조금은 다릅니다. 육개장엔 고사리가 필수이지만, 국밥에는 넣는 경우도 있고 넣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정적 차이는 고기의 형태입니다. 육개장은 보신탕처럼 결 따라 찢어서 넣지만, 따로국밥은 완전 깍뚝썰기 형태의 고기입니다. 게다가 대구의 따로국밥은 매워서 눈물과 콧물 그리고 맹물 여러 컵이 필수지만, 육개장은 식당에 따라서 엄청나게 매운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수원 인계동 '새벽집'의 육개장은 맵기는커녕 달콤한 뒷맛이 끝내줍니다. 음식의 색과 모양은 완전히 눈물 콧물 열 바가지가 기본인 것처럼 보이는데 말입니다.

 

        육개장  

                           신중신  

 

무더운 여름을 어떻게 넘겼냐고 묻는가?

솥에서 슬슬 끓는 육개장,

이열치열의 염천 보양식 있어

구슬땀 쏟는 한낮, 그것으로 근기 지탱해 왔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삶은 쇠고기-깃머리 양지머리 걸랑을 찢어 깔고

숭숭 썰어 놓은 대파 무

살진 고사리 숙주 토란줄기가 입맛 따라 넣어

얼큰하게 끓인 육개장.

멀리서 찾아온 손을 맞은 겸상에서 흐뭇하고

막걸리 한 사발과 함께 하는 출출한 저녁참에도

이 한 그릇 있어 사는 재미를 느낀다네.

춥고 긴 겨울을 어찌 날 거냐고 묻는가?

뜨끈하고 불그스레한 국물 위에  

고추기름 둥둥 뜨는 육개장 한 그릇,

그거면 이내 콧잔등엔 땀이 

불시에 뱃속이 후끈해지며

허리마저 백두대간처럼 꼿꼿해지지 않던가.

없던 배짱도 두둑이 생겨  

한밤중 태백준령도 거뜬히 넘을 것 같으니

한기며 고뿔이 뭔 줄을 모른다네.

 

원래 새벽집은 고깃집이지만 점심 메뉴로 육개장을 냅니다.

 

김치 깍두기가 아직 덜 익어 보이지만 실제 한 입 베어 물면 달콤함과 아삭함이 느껴집니다.

 

결 따라 죽죽 찢은 고기 좀 보이소.

 

절대 맵지 않습니다. 그러니 후루룩 마실 밖에요. 해장이 따로 없습니다.

 

대구의 따로국밥입니다. 소고기가 결 따라 찢은 것이 아니고 아예 깍뚝썰기입니다.

 

대치동 우래옥의 육개장입니다.

 

하나도 매워보이질 않죠? 빨간 기름 형태를 보면 어느 식당이 동물성 기름(소의 콩팥기름인 두태지)을 사용하였는지 아니면 식물성 고추기름을 사용했는지 대충 구분이 갑니다. 그렇다고 먹거리 X 파일처럼 그런 문제로 착한 식당이니 덜 착한 식당이니 구분하는 것도 그리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글: 석창인

에스엔유치과병원 대표원장

음식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