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음식이나 식당을 소개하는 언론사 기자들이나 각종 포털 등에 글을 올리는 식도락 블로거의 활동 영역은 대개 서울이나 기껏해야 수도권에 국한된 경우가 많습니다. 말로는 지방화 시대라 부르짖지만, 정작 입속으로 들어가는 먹거리는 아직도 중앙에 머물러 있음은 슬픈 일이지요.솔직히 말해서, 요즘은 울릉도만 제외한다면 아무리 먼 제주도나 남해안 일대도 당일 먹거리 여행이 가능할 정도입니다. 사람들은 시도해 보지도 않고 지레 여러 사정을 들어 포기를 합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작고한 정주영 회장이 입에 담고 살았다는 "임자~! 하기는 해봤어?"라는 충고를 해주고 싶은 심정 뿐입니다.30년은 족히 넘었을 듯한데, 여행지를 정하고 그 다음에 주변의 맛있는 집을 찾아보는 것이 일반적인 여행이라면, 저는 맛집을 먼저 정하고 부른 배를 소화시키기 위해 주변 경승지를 돌아보았습니다. 후에 알았지만, 오로지 그 식당에 가보기 위해 여행을 계획하라는 ‘미쉐린 쓰리스타’ 레스토랑의 기준을 몸소 실천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만, 하루에 네다섯 끼니를 소화해야 하는 살인적(?)인 일정만 다를 뿐이었지요.이런 여행을 하다보면 불로소득도 만만치 않습니다. 막히지 않는 샛길이나 드라이빙의 참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 앞에서는 이념이고 사상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입니다.특히나 식욕과 성욕 문제에서는 좌우를 가리질 않는데, 성추문의 경우에서는 각자의 이념적 스탠스나 학력,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다 똑같은 '벌거벗은 원숭이'가 되곤 합니다.먹는 문제에서도 좌우는 다른 듯 같고, 같은 듯 다릅니다.기독교에서 언급하는 일곱 가지 대죄(Seven)에서 먹는 것과 관련된 것을 굳이 꼽으라면 '폭식(Gluttony)'와 '탐욕(Greed)'입니다.그런데 탐욕과 폭식은 곧 '미식' 혹은 '탐식'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만, 이는 성경의 현대적 해석에 해당되므로 제 주제를 넘게 됩니다. 어쨌든 현대에서는 '미식행위‘가 더 이상은 죄악은 아니며 또, 맛있는 걸 먹는 문제 앞에서는 '이념' 같은 골칫덩어리가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될 겁니다.헌데, 네이버와 같은 포털에서 뭔 식당이나 음식 스토리를 찾다보면 몇 가지 재미있는 점을 보게 됩니다.음식 블로그의 경우, 글을 길고 맛깔나게 쓰는 사람들은 대개 진보적인 성향을 보입니다. 게다가 상당한 음식 관련 내공이 있습니다. 그러나 게시판 우측이나 좌측에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문구나 그림을 올려놓아 글쓴이의 성향을
근래 메밀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구황작물인데다 전쟁 때 원조식량이었던 밀가루 등에 밀려 천대까지 받던 메밀이 왜 다시 뜨고 있을까요? 대다수 강원도 스타일 막국수나 메밀전병은 솔직히 말해서 그리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전병은 무슨 맛으로 먹는지 잘 모르겠고, 막국수 역시 달거나, 시거나, 맵거나 아니면 깨에 김 가루 듬뿍, 더하여 MSG의 향연입니다.그러나 같은 메밀로 만드는 평양냉면은 최근 남성들의 우월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될 정도로 마니아가 많아졌습니다. 여성들이나 냉면에 문외한인 친구들에게 전문가인 척 하는 자세로 설명하려는 남자들의 행위를 속칭 '면스플레인'이라고 하던가요? 아마도 신규 영어단어로 등록된 맨스플레인(mansplain)을 차용한 것이겠죠(최근 등재된 단어 중에 제일 웃겼던 것은 쩍벌남을 뜻하는 manspreading인데, 뒤져보니 그에 조응하는 단어가 shebaggiing입디다. 옆자리에 가방을 두어 타인의 접근을 차단하려는 여자이죠).여하튼, 냉면이 뜨니 순도가 높은 막국수도 덩달아 떴고, 고급 물 막국수와 냉면과의 차이가 거의 없다보니, 100프로 순메밀 막국수를 우러러 보는 현상까지 생긴 것이지요.인천의 ‘부평막국수
흔히 말하는 B급 영화란 적은 예산을 들인 영화나 A급 영화에 견주어 질적으로 떨어지는 영화를 기술할 때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그러나 가끔 저예산 영화들 중에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도 있고, 독립영화처럼 예술성이 높은 경우도 있어 마냥 하대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 용어를 미식 차원에서도 원용할 수가 있습니다. 비싼 레스토랑이나 고가의 한정식, 한우전문점 혹은 일식집 같은 메뉴를 A급 미식이라 한다면, 평소 집에서 먹는 음식들이거나 비록 저가이지만 대중의 인기가 많은 경우를 B급 미식 혹은 B급 구루메(gourmet)라고 말할 수 있지요. 중구의 을지로 뒷골목은 그런 B급 음식점들이 몰려 있고, 요즘도 직장인들로 성황이어서 약간 한산한 주말의 B급 미식 투어로는 제격인 곳입니다. 특히나 약간 어스름할 때 을지로 뒷골목은 과거 속에 현대가 살고 있는지 아니면 현대 속에 과거가 숨어 있는지 헷갈릴 정도로 묘한 곳입니다. 이곳을 걸을 때마다 저는 화양연화에서 양조위와 장만옥이 밀회를 즐기던 홍콩의 그런 골목들과 식당이 떠오르곤 하지요. 각설하고, 제가 대학을 입학하고 첫 미팅을 나간 곳은 종각 대일학원 옆 심원다방이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남자들이 첫사랑을 평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3대 족발집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장충동 '평안도족발집'에서 족발을테이크아웃 해봤습니다.헌데, 3대니 4대 혹은 5대같은 표현을 대체 어느 누가 시작했는지 몰라도 상당히 용감무쌍한 사람임에 분명합니다.더욱 우스꽝스러운 것은 이런 서열이란 것이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판단인데, 이를 기자가 받아쓰고 다시 블로거들이 열심히 퍼 나르다 보니, 마치 역사교과서처럼 기정사실로굳어져 이를 감히 부정하고 개인적 의견을 내세우는 것이매우 곤란한 지경이 되었습니다.어쨌거나 과거에 경험했던 평안도집 족발 맛이 어떠했는지 기억이 전혀 나지도 않거니와 “세상의 족발이 다 그 족발이지 뭐가 특별날까?”하는 냉소적 마음에 전화로 물어보니밤 11시까지 식당을 연다고 하여 괜히 마음만 조급해졌습니다. 게다가 족발이 조금 뿐이 남지 않았으니 주문부터 하고 출발하라는 말에 어찌나 급하게차를 몰았는지 시골 집에서 장충동까지 한 시간도 걸리질 않았네요. 그러나 식당 안에는 아직 회식이 끝나지 않은 팀들이 두엇 보이고, 제가 주문한 족발만 까만 '비니루 봉다리' 속에서 임자를 기다리고 있네요.그런데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주변 간판을 돌아보니 죄다 원조 간판입니다.
식사를 하고 있는데 누가 밥맛없는 얘기를 꺼내면 "밥 먹는데 X 얘기 하냐?"고 주변에서 면박을 줍니다. 실제로 말이 많은 사람은 자기 말에 탄력이 붙으면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방언'이 줄줄 흘러나오는데 이럴 땐 스스로 제어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특히나 그런 사람 입에서 느닷없이 '배설'에 관한 단어가 밥상 앞에서 마구 튀어 나오면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오늘은 작정을 하고 음식 이야기와 화장실 이야기를 함께 해보겠습니다.요즘은 화장실이 재래식(푸세식)이 아니라 대부분은 양변기이고, 또 비데까지 달려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중간 단계인 화식(일본식) 변기도 있습니다. 지금도 공중화장실은 화식이 꽤 많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오래 전 뉴델리공항에서 화장실을 들렀는데, 남녀 구분이야 당연하지만 또 다른 구분도 있었습니다. 소위, internationa과 domestic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내국인은 도메스틱으로 외국인은 인터내셔널로 가서 일을 보라는 것이겠지요. 또 제 특유의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인도 사람은 용변 후 종이 대신 손가락과 물로 해결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한국말 잘하는 인도 가이드가 자기네
부모라는 권력에 의해 혹은 어른이라는 허울 아래 자식들이나 어린 학생들에게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제가 대학 예과 시절 수원에는 야학이 서너 군데 있었습니다. 당시의 야학은 대학생들에게 있어 일종의 유행 비슷한 것이기도 했고, 또 어느 정도 - 이념적 해방구 역할을 했던 - 자기 위로적인 성격이 강했던 장소라 할 수도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 수원에서는 저희 야학을 제외하고 대부분 운동권 학생들이 교사를 맡고 있었지요. 저희들은 그야말로 순수하게 중학교 진학을 하지 못한 학생들을 주로 가르치고 있었고, 최종 목적은 그들에게 중학교 졸업 자격증을 손에 쥐어주는 것입니다. 물론 제가 다녔던 야학은 운영비를 공군부대에서 전액 지원하였기 때문에 반국가적인 일을 도모하기도 어려웠습니다.하루는 모 야학에서 학생들이 연극제를 한다면서 초청장이 왔습니다. 그런데 그 연극 내용에 좀 놀랐습니다. 배우(어린 학생)들이 모닥불에 둘러 앉아 고구마를 구워먹으며 자기 회사 사장이나 그 사모 혹은 공장장의 비리를 돌아가면서 이야기 하고, 욕을 하는 내용으로 가득했기 때문이었지요. 그 절정은 마지막에 합창 구호로 "타도하자~
1. 막걸리 바람이 분지도 벌써 꽤 되었습니다.한창 열기가 오를 땐, 저 혼자 속으로 이 바람도 조금 있으면 '불타는 조개구이'나 '안동 찜닭' 같은 신세처럼 금세 식을 걸로 예상했는데 여전히 거센 편입니다. (하지만 레드와인 열풍이 그랬듯, 막걸리 곡선도 정점을 지나 하향 추세인 것만은 분명하지요.)막걸리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 술입니다.'국민의 술'은 될 수 있어도, 국주(國酒)가 되기엔 모자람이 많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배우 이승기가 국민 남동생은 되어도 국민배우가 되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것이죠.)무엇이 문제일까요? 일단 제조가 너무 손쉽고, 재료가 흔히 구할 수 있는 것들이며, 최신식 제조시설이 아니어서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유리병 용기에 담고, 캔에 담아도 소비자들은 일단 막걸리는 싼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기 때문에 가격 저항을 하게 됩니다.막걸리 제조공장(양조장)들도 그리 현대적이거나 최신식이 아닙니다. 쌀 창고에 쥐가 들락거리는 곳도 부지기수이고요. 게다가 술 자체가 맑지 않고 현탁액이며, 시간이 지나면 침전물이 가라앉기 때문에 정부 주도 의전에서 공식 만찬주로 부적격입니다. 이름에서부터 벌써 '막 걸은' 술이기 때문
치과에 혼자 씩씩하게 들어오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특히나 처음 방문 때는 치과 공포심을 이기고자 반드시 누구와 동반하기 마련입니다. 어린아이는 부모님과 그리고 연로한 노인들은 딸이나 며느리 혹은 드물긴 하지만 효성이 지극한 아들과 같이 옵니다. 겁이 많은 젊은 사람이라면 먼저 치료를 받았던 친구를 동반하지요. 팔순이 넘으신 어르신들은 부부가 손잡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괜히 가슴 한쪽이 시려올 때가 많습니다. 제 3의 젠더인 '아줌마'들은 한 사람이 치료받는데 단체로 와서 대기실을 점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스턴트 무료 커피 역시 같은 숫자로 나갑니다. 그런데 아줌마들 심리가 참 묘합니다. 환자가 거의 없을 땐 원래 치료 받기로 예약이 된 분만 받고 가는데, 환자가 미어터지는 날은 꼭 자기도 보고 가겠다는 이상한 심리가 작동합니다. 가뜩이나 바쁜데 아줌마들 하소연 들어주는 일도 보통이 아닙니다.특수한 경우지만, 종교인들은 어떨까요?대처승이 아닌 대개의 스님들은 혼자 살기 때문에 자기 관리에(특히나 구강건강)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부님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목사님들은 가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배우자인 사모로부터 간섭 겸 관리를 받아서 대체로
째보는 언청이를 말합니다. 그것도 우리가 전공 분야인 입술 언청이, 그러니까 한자어로는 구순열(어떤 지휘자 부인과 이름이 같군요.^^)입니다.군산과 목포엔 째보선창이라는 부두가 있습니다. 과거엔 흥청거리는 부두였지만, 지금은 매립되거나 폐항구처럼 되었습니다. ?째보선창은 마치 입술이 찢어진 모양새로 안으로 움푹 들어온 선창이라는 말이겠지요. 군산의 째보는 이곳 선창을 쥐락펴락했던 객주가 언청이라서 그렇게 불렀다는 이설도 있긴 합니다.그런데 째보선창에 관한 문학적 기록은 꽤 됩니다. 멀리는 채만식의 '탁류'가 대표적이지요. 소설에서 작가는 째보선창가의 미두장에서 현물투기를 하는 인간 군상들과 일제수탈을 고발합니다. 가까이는 박범신 선생의 소설 '소금'에도 나옵니다. 원문을 옮겨보면, 탁류에 대한 언급도 있습니다.'땅콩밭을 처분하고 고향인 세도를 떠나 군산 째보선창으로 이사한 것은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해였다. 채만식의 소설 ‘탁류’에서 가산을 모두 탕진한 ‘정주사’가 “두루마기 둘러쓰고 풍덩 물로 뛰어들어 자살이라도 해볼까” 하고 늘 탄식하던 곳이 바로 째보선창이었다.한때는 고군산열도 일대에서 들어온 고깃배들과 김제평야의 질 좋은 미곡들이 모두 모여들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