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외지인들이 보기에 극과 극으로 다가올 때가 간혹 있습니다. 가령, 일반 접객업소들도 아주 친절하거나 아니면 엄청나게 불친절하거나, 가격도 비싸거나 아니면 놀랄 정도로 아주 싸거나, 음식마저 끝내주게 맛있거나 아니면 ‘니맛도 내맛도’ 아니거나 말입니다. 요즘은 여기에 더하여 관광지나 음식점에 ‘중국 사람들이 너무 많거나 아예 없거나’가 추가되었지요.게다가 제주도민들이 관광객을 포함한 외지인을 대하는 태도 역시 양극단이어서 놀랄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이유에 대해서 뭔가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것은 있지만 필설로 표현하기엔 정리가 좀 어렵습니다. 어쨌든 예로부터 뭍사람들에 대해서 배타적인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옛날, 같은 하숙집에 제주도에서 유학을 온 친구가 있었습니다. 평소엔 표준말을 사용하다가 집에서 전화가 오면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 같은 말로 대화를 하더군요. 그러나 이제 제주어는 학생들이 점점 외면하고 사용하지 않는 바람에, 고어(古語)를 지나 사어(死語)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다름'에 대한 콤플렉스도 한몫 했거니와 육지와 섬이 이젠 한 몸이라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옛말에 말을 낳으면 제주도로, 사람을 낳으면
‘우물 안 개구리’란 속담이 새삼 실감이 난다. 필자가 대학에 재직하고 있을땐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이 막상 대학을 떠나 우물에서 세상 밖으로 나와 보니 세상은 넓고 대학은 너무 좁은 공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대학이란 공간에서 생활할 때는 대학만이 온 우주이며 대학만이 진리가 존재하는 절대적 공간이라는 환각에 빠져 편견과 오만으로 가득 찬 사고 속에서 생활해 오지 않았나 하는 자책감과 회한이 교차되는 것이 지금의 솔직한 심정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자기가 존재하는 곳이 세상의 중심이고 빛과 특권과 즐거움의 중심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보다 빛과 즐거움이 온누리에 골고루 퍼져 있음을 알고자하면 빨리 편견으로 물든 안경을 벗어던질 줄도 알아야 하는 건데... 급변하고 있는 의료현실에 대응하는 새로운 개념, 이론, 방법이 필요한 시점인데도 한국의학교육엔 의학지식과 의료기술만을 고집하는 교육에 집착할 뿐 막상 의료현실에 대한 감각엔 둔감해 있다. 세상에 모든 이론이 현실에 뿌리를 박고 출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아직도 현실과는 동떨어진 꿈의 세계에서 안주하고 있다는 느낌이다.의학교육 커리큘럼만 보아도 아직 기초의학과 임상의
우리나라 입시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로 유명하지요. 그래서 요즘의 고3 담임이나 학부모라면, 족집게 도사가 되어야 하고 몇 차 방정식보다 어려운 대학별 입시사정을 꿰뚫고 있어야 합니다.저희 때는 이과학생들은 국사와 윤리를 제외한 문과 한 과목만 선택이었고, 이과 과목은 전부 필수였습니다. 그러니 전국의 이과 학생들은 가장 점수 따기가 용이한 ‘국토지리’나 ‘사회문화’라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골치 아픈 연대 외우기를 해야 하는 역사 관련 과목들은 다들 외면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세계사나 동양사는 남들이 이야기 할 때 꿀 먹은 벙어리가 되기 십상이었습니다. 고백하건데, 후에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를 두어 번 통독을 하고서야 대충 이해를 했습니다. 물론 더 궁금한 것은 짬짬이 책을 찾아보기고 했고, 역사소설 등을 통해 지식을 쌓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한 나라의 입시제도가 개인의 지적 성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겠더군요.서양사에 '아비뇽의 유수'라고 명명된 교황의 굴욕은 그 이전에 있었던 '카놋사의 굴욕'과 연관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카놋사 사건은 왕이 교황에게 무릎을 꿇은 것이라고들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교황의 세력이 약해지게
호주의 치과 전문과목은 Dento-maxillofacial radiology (방사선과), Endodontics (보존과), Oral and maxillofacial surgery (구강 외과), Oral medicine (구강내과), Oral pathology (구강병리학과), Oral surgery (구강 외과), Orthodontics (치과교정과), Paediatric dentistry (소아치과), Periodontics (치주과), Prosthodontics (보철과), Public health dentistry, Special needs dentistry 그리고 Forensic odontology 등 총 13개 과목으로 나누어져 있어요. 이중 구강외과는 과거 전문의 과정 2년 수련 후 취득할 수 있는 ‘Oral surgery’에서 현재는 4년의 대학원 과정 이후 3년의 registerer 과정을 마쳐야 취득할 수 있는 ‘Oral maxillofacial surgery’로 바뀌었습니다. 이외 다른 과목의 치과 전문의는 치대 졸업 후 2년의 치과의사 경력을 쌓은 뒤 대학원에서 2~3년의 수련과정을 마치면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2006
1925년 상하이로 건너간 전창근은 소설가 김광주 독립운동가 김구 등을 알게 되어, 교사로 일하는 등 사상적 영향을 받았으며, 영화배우·감독을 하다가 귀국한다(1938). 각본·감독·주연한 영화 ‘복지만리’(!941)의 대사가 불온하다는 혐의로 100일간 구금과 심문을 받던 중 상하이의 항일활동까지 알려져 영화를 접었고, 일제를 찬양하는 시를 쓰기도 했다. 훗날 ‘친일 인물 명단’에 들어간 이유다. 1942년 이후 미국에 연전연패하던 일제는, 일본인은 신민(臣民)이라는 이름으로 총동원하고, 식민지 조선인과 점령지 중국인은 무자비한 무단(武斷)통치로 억눌렀다. 일본제국의 최후발악 3년 동안에 벌어진 지식인·지도급인사의 훼절(毁節)에는, 다분히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 총리가 ‘현역’ 육군대장으로 총력전을 벌이는 전시에, 군(軍)과 체제에 항거하는 식민지 조선인은 파리 목숨이요, 오늘날 북한처럼 그럴만한 빈틈도 없는 혹독한 ‘병영국가’였다. 필자가 아는 한 일제 강점기에 고 전창근만 한 애국자도 드물다. 남북분단과 6·25가 낳은 ‘연좌제’도 없앤 마당에, 70년도 지난 친일행적을 ‘확대해석’하는 일은, 국민화합에 공적(公敵) 행위로 의심 받을 수도 있다.
홋가이도(북해도)에 가면 천지사방이 먹고 마실 것인지라, 딱히 무엇을 먹으러 여행을 간다고 특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반드시'라도 해도 좋을 만큼 리스트에 꼭 넣어야 할 것이 있다면 '스시'입니다. 도쿄 긴자에서 저녁식사 값으로 3~4만 엔을 각오해야 하는 스시 오마카세 코스(주인장 추천 코스)를 홋가이도에서는 더 뛰어난 맛임에도 절반 이하의 가격에 즐길 수 있다면 '과부 땡빚'을 내서라도 일단 저질러야 하는 것이지요.일단 삿포로의 대표 스시집은 스시젠(善)입니다. 신라호텔 일식당인 ‘아리아께’에 근무했었다가 지금은 ‘스시효’의 메인 셰프가 되었고, 일본 만화 ‘미스터 초밥왕’에도 소개되었던 안효주씨가 도제 수련을 받았다는 곳이자. 긴자 최고수들도 머리 숙이고 간다는 곳이 바로 스시젠입니다. 만약 그곳에 가서 셰프들에게 한국에서 왔다고 알려주면 그 쪽이 먼저 안효주씨를 아느냐고 되물어 올 정도입니다. 삿포로에서 기차를 타고 30분 정도 가면 있는 바닷가 소도시 오타루는 만화 ‘미스터 초밥왕’ 주인공의 고향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그만큼 초밥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며, 심지어 ‘스시거리’라는 곳도 있습니다. 물론 최고로 치는 곳은 ‘마사 스시’가 아닌 다
남편이 출근하고 설거지하는 주부에게는 누선을 자극하는 멜로드라마가 딱 이다.라디오 시절부터 스폰서가 주로 세제(洗劑) 메이커였던 까닭에, Soap Opera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 전통은 오전 9시 전후, 화면을 안 봐도 무방할 정도로 대사와 해설이 친절한 ‘TV 소설’에 남아있다. 아침부터 자극 강한 멜로로 내성을 획득한 우리 아줌마들에게, 저녁에 미지근한 가족드라마가 성에 차겠는가?시청률경쟁에 종편방송까지 가세하여 벼라 별 ‘막장드라마’가 판친다. 막장드라마의 공통점이라면 도대체 상종도 못할 악인(악녀)의 등장이고, 주특기는 “남의 탓”이다. 제가 판 함정에 제가 빠지고도, “이게 다 그X 탓이야!” 한다. 그러나 그 어떤 막장드라마도 19세기 초·중반 아시아 국가들이 겪은 생생한 피해의 역사를 완벽하게 부정하는 일본 극우 혐한파들의 ‘떼거지’에는 따라가지 못한다. 그리고 아베총리와 추종자들의 망언과 행태는, 양식 있는 다수 국민과 소수의 막장파 세력 사이 어디쯤엔가 있다. 이토 히로부미는(1841-1909) 가난한 농촌 말단 사무라이 출신이다. 아비가 양자로 들어가 성을 갈고 정치에 입문하여 이름도 바꿨다. “남자는 배꼽 밑으로 인격이 없다.”는 어록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경험을 하면서 많은 것들을 기억한다. 어떤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고 어떤 기억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왜곡되기도 한다. 우리의 기억은 실제 사건을 정확하게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경험한 것을 특정 형태로 저장하였다가 나중에 재생 또는 재구성하는 현상을 기억이라 한다.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조합해서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어떤 바램이나 기대에 따라 실제와는 다른 기억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우리들의 기억이 얼마나 자주 실수를 하고 부정확한지를 모르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우리가 경험한 사건을 정확히 저장하고 재생산한다고 믿고 있다. 대부분의 기억들은 경험한 사건과 똑 같은 형태로 복제하지 못하고 사실과 유사하게 복원되는 경우가 많다. 기억들이 애매모호하게 서로 섞여 있다가 그 사람의 감정이 섞인 두려움, 기쁨, 사랑, 분노, 슬픔 등의 구체화된 사건들의 결과가 최종 기억으로 남게 된다. 기억은 우리의 마음을 만드는데 풍부한 소재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기억이 없다면 우리의 마음은 아주 동물적이고 말초적인 단위의 단순한 생존행위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기억들 때문에 우리는 행복해지고, 기뻐하고, 고민하고, 때로는 괴로워
소설가 김승옥 선생의 작품 중에 '염소는 힘이 세다'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1960년대 고단하고 피폐한 도시 변두리 인생들의 무기력에 관한 내용인 걸로 압니다만,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힘'의 뜻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의미와는 조금 다릅니다. 일종의 ‘나비효과’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요. 그런데 염소 못지 않게 힘이 센 놈이 하나 더 있으니 바로 지금이 제철이라는 방어입니다. 아마도 11월 중순부터는 제주 모슬포로 방어를 즐기기 위해 전국의 식도락가들이 모여들고 있을 겁니다. 제주 근해에서 잡히는 방어는 여름에는 오호츠크까지 올라가서 먹이활동을 하며 살을 찌우다가 겨울이 되면 산란을 하러 제주까지 내려온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회유 코스 중에 원전 사고가 난 후쿠시마 앞바다를 지나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요령부득입니다. 겨울에 모슬포 주변에서 잡히는 방어는 빠른 해류를 이기려고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근육이 찰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근육 사이사이로 기름이 잔뜩 올라 있으니 금상첨화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모슬포 항구의 횟집이든 제주 전역의 횟집이든 방어의 크기는 4~50cm 정도로 작습니다. 이를 일본 사람들은 ‘하마찌’라고 부릅니다. 물론
1945년 패전국 일본에 미군이 상륙하기 직전, 황궁 앞에서 ‘특수위안시설협회’ 창립대회가 열렸다. 전쟁이 끝나 ‘귀향한 군인’들이 “미군이 오면 여자들을 남김없이 겁탈할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려, 이를 미리 막자는 명분으로 내무상의 지시 하에 1억 엔을 지원하여, 매춘조직을 만들었다. 스스로 동아시아 점령지에서 저지른 만행이 있으니까, 개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귀축(鬼畜) 미군들은 오죽하랴, 지레 겁을 먹고 만든 정부 주도 매춘 업이 1년 동안 계속되었다고 한다. 이런 마인드니까 점령국 처녀들을 성노예로 부려먹고도 “죄의식이나 반성이 없는 것”이다. 1955년 단편소설 “태양의 계절”로 젊은이들의 우상이 된 이시하라 신타로는 뒤에 도쿄도지사를 지낸 극우 중 극우요, 여성비하의 극치를 보여준 인물이다. “여성이 생식능력을 잃고 살아가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백세 이상 산 쌍둥이 할머니 긴상 자매처럼 오래 사는 것은 지구의 큰 폐해다.”라고 말했다. 예과 때 읽은 ‘태양의 계절’에서 남은 기억은 주인공이 처음 만난 여학생 젖가슴을 쿡 찔러보는 무례함뿐이다. 작가의 일생을 관통한 안하무인이다. 문체만은 간결하고 박력이 있었는데, 잃어버린 세대의 대표작가 헤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