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과 알파고의 5번 기가 남긴 불안과 공포의 후유증은, 대량실업과 인간의 노예화와 인류멸망의 시나리오, 이 세 가지다. 먼저 실업문제. 제1차 산업혁명 때 동력기관과 방적기의 등장으로 일감을 빼앗긴 노동자·영세업자들은 러다이트(기계 파괴)운동을 벌였다. 값비싼 희생 끝에 불법 극렬 행동은 진압되었으나, 결국 노동력 착취(미성년자·노동시간)를 개선하고, 보통시민도 선거권을 얻는 물꼬를 뚫었다.20세기에 들어 자동차 생산라인의 용접 로봇은, 인공지능의 초보로 다수의 실업자를 낳았으나, 자동차의 대량보급은 새로운 일자리를 다수 만들었다. 농장과 건설현장에는 페이로더·굴삭기와 컴바인·경운기처럼 정밀하게 작동하는 중장비가 막노동을 대신하고, 전자기기의 사무자동화는 3-5 개소의 동사무소를 하나의 주민 센터로 대체했으며, 은행지점과 행원 숫자도 대폭 줄었다.전통적인 직업 종사자의 대량 실업이 불가피했던 대신, 대량생산으로 소득이 축적되어 복지예산이 확보되고, 여가선용과 노동 3권 보장의 길이 열렸다. 비록 속도가 느려서 시차(時差) 극복의 고통은 극심했지만, 결과적으로 타협과 조정을 통한 인류생활수준 향상의 역사였다. 20세기 후반 IT 산업 기에 접어들면서 정
아카시아꽃 향기를 아십니까?사람들이 몇이 지나가면서 나에게 무심코 던지는 질문입니다아카시아꽃은 5월달우리집 언덕에도 피어 있는 꽃이지요.아이들이 꽃이 피면 꽃을 따 먹고벌들이 몰려 와서 꿀을 따 가지만아카시아꽃 향기를 아십니까?아카시아꽃은 우리 산천에 서양애들 키 같이 자라나는 꽃이지요.봄이 되면 양봉가는 벌꿀을 따고허약한 사람들은 이 꽃꿀로 장복을 한다지만 아카시아꽃 뿌리는 어느새 뻗고 뻗어서고향산천 들판에 깊이 내리고할아버지 선산 무덤속 깊이 파고 들지요.아카시아꽃 향기를 아십니까?아카시아꽃은 우리집 언덕에 어느덧 무성하게 피어 있는 꽃불광이 좋고 마딘 나무라서농부들이 땔감으로 말라 놓았다가겨울 한철 구들을 덥힌다지만 아카시아꽃은 올해도 봄비를 맞고 무성히 자라우리집 안방 구들밑까지 뿌리를 내리고 자라납니다.[신록]지난주엔 봄비가 며칠째 내렸습니다. 집안에 있으면서도 왠지 기분이 좋았습니다.비가 그치고선 뒷편 낮은 산자락의 나무들도 훨씬 자랐습니다.시원스레 바람에 흔들리는 녹색 가지들 사이로 창밖 건너편 아파트 지붕이 크게 일렁입니다.이제 5월의 바람은 아카시아 향기를 실어 보낼테지요.이맘때쯤이면 주는 것 없이 받기만 하는 것 같아동네 사람들은 한껏 겸손
벼락(落雷) 경보를 무시하고 티 그라운드에 선 골프광은 어떤 채를 잡아야 할까? 정답은 1번 아이언이다. 이 채는 하느님도 못 맞춘다니까. 물론 흔한 골프조크의 하나로, 신의 무오류성에 창세기의 비바람·천둥번개를 조합한 그럴듯한 우스개다.탄생의 과정을 이렇게 묘사한 성경구절은, 무기 가스를 가득 채운 시험관에 전기충격을 가하여 유기물을 생성하는 실험을 통하여 증명된 바 있다(Miller-Urey, 1953).한 개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진화가 돌연한 변화의 결과요, 돌연변이에는 자체결함이나 환경조건의 격변을 동반해야만 한다면, 완벽한 개체의 자가 복제(自家複製)만으로는 진화가 일어날 수 없다. 인간은 생명의 유한함(Mortality)을 안고 태어나고 수많은 약점 탓에 진화·향상하므로, 그 모든 인간의 취약함은 역설적으로 한없는 강함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치열하고 끈질긴 사유·수련을 전제로 함은 물론이다.비바람과 천둥번개는 고뇌와 난관의 종교적 비유만이 아니라, 수많은 부딪힘(Storming)과 노력(에너지 공급)으로 읽을 수 있다.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의 완벽한 기계가 갖지 못한 부분이요, 인공지능이 심층학습과 그래픽처리기술의 점프로 반세기를 훌쩍 뛰어넘었어도
깡패를 불러들여서라도 그놈들을 혼내주자. 법으로 안되고 총칼로도 안되고 언어의 마음으로는 더욱 안되는 그 살살이 찌꺼기들을 쓸어내자. 내 이빨 속 깊이 갉아먹는 저희들끼리 아름다운 벌레처럼 이 동네 낙화유수 아픈 곳곳을 진통제로 얼버무리는 꽃피는 것들을 몰아내자. 맙소사, 자근자근 쑤셔오는데 내 어린 시절 당골네 마당굿 한 차례면 될까.보이지 않는 힘으로 쇠나 돌을 뚫는 그대 영혼의 굴착기로 될까.아니면 뽑아버릴까. 아픔의 저 늪으로부터 건져낸 한오라기 희망은마침내 거대한 것이 되리니…….[치통]얼마나 지긋지긋했으면 '깡패를 불러들여서라도 그놈들을 혼내주자'고 했을까요.치통은 누구에게나 참기 어려운 고통입니다. 그 섬광같은 통증이 치아의 뿌리를 지나 전류처럼 온 몸을 관통할 때쯤이면 정말 펜치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 되고 맙니다. 시인을 괴롭힌 그 예리하고도 지속적인 고통에 공감합니다.이 시를 발표한 1978년 무렵이면 서민들이 치과를 찾기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을 겁니다. 한국일보 기자로 근무할 당시임에도 시인은치통을 그냥 참아 넘겼나봅니다. 그래서 시인은.., 오랜 고통의 시간이 지나고 식사 도중 까맣게 썩은, 이미 둔감해진 어금니 부스러기가 하나 둘 떨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은 1983년 2월 ‘도쿄 선언’에서, 반도체산업 진출계획을 발표하였다. 당시로는 천문학적인 3천억 원 투자로 기억하는데, 일본재계의 반응은 싸늘하였다. 제3차 산업혁명인 ‘IT 산업의 쌀’을 내다본 혜안으로 삼성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컸고, 현재 나라살림의 20%를 떠받들고 있다. 그때 년 수출 629억 달러를 상상이나 했을까?구글회장은 알파고를 만든 창업 4년차의 작은 회사 딥마인드를, 그 창의성과 기술력만 보고 4억 파운드(5,440억 원)에 샀다(2014). 허사비스는 구글의 방대한 데이터와 고성능 컴퓨터 활용을 위하여 회사를 팔고 스스로 ‘고용 사장’이 되었으니, 그 회장의 배짱과 그 사장의 능력이 환상적으로 만난 것이다. 구글은 이세돌과 알파고 5번 기의 승자 상금만 백만 달러를 걸었다. 4승1패로 승리한 알파고는 상금 $123만 전액을 기부하였고, 1승을 건진 이세돌은 17만 달러(2억 원)를 받았다. 그러나 구글의 실제 흥행목적이 무엇인지를 모를 사람은 없다.첫째 뉴욕증시에서 구글의 주가총액은 대국 전날부터 제5국 사이에(3월 8일-15일) 5% 이상, 58조원이 늘어났다. 둘째 이번 승리로 구글은, 1) 인터넷 검색과 2)
1. 막걸리 바람이 분지도 벌써 꽤 되었습니다.한창 열기가 오를 땐, 저 혼자 속으로 이 바람도 조금 있으면 '불타는 조개구이'나 '안동 찜닭' 같은 신세처럼 금세 식을 걸로 예상했는데 여전히 거센 편입니다. (하지만 레드와인 열풍이 그랬듯, 막걸리 곡선도 정점을 지나 하향 추세인 것만은 분명하지요.)막걸리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 술입니다.'국민의 술'은 될 수 있어도, 국주(國酒)가 되기엔 모자람이 많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배우 이승기가 국민 남동생은 되어도 국민배우가 되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것이죠.)무엇이 문제일까요? 일단 제조가 너무 손쉽고, 재료가 흔히 구할 수 있는 것들이며, 최신식 제조시설이 아니어서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유리병 용기에 담고, 캔에 담아도 소비자들은 일단 막걸리는 싼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기 때문에 가격 저항을 하게 됩니다.막걸리 제조공장(양조장)들도 그리 현대적이거나 최신식이 아닙니다. 쌀 창고에 쥐가 들락거리는 곳도 부지기수이고요. 게다가 술 자체가 맑지 않고 현탁액이며, 시간이 지나면 침전물이 가라앉기 때문에 정부 주도 의전에서 공식 만찬주로 부적격입니다. 이름에서부터 벌써 '막 걸은' 술이기 때문
본과 4학년 초 동급생에게 바둑을 배웠는데, 늦 바둑은 스승을 넘지 못한다더니 기껏 3급까지였다. 짠물로 소문난 인천·부산 기원에 가도 반타작은 했는데, 서울바둑치고 물 급수는 아니었는지 아니면 내기 바둑으로 유도하려는 위장술에 속은 것인지, 아직도 궁금하다. 넉 달 만에 3급은 한 세대 안에 일본과 맞수로 성장한 한국바둑에 비하면 자랑도 아니다. 단기간에 스승을 따라잡은(Catch-up) 공통점은 있다. 조남철-김인-조훈현-이창호-이세돌로 이어지는 계보 중, 1980년대 조훈현의 성취다.소설 정글북의 모델인 늑대소년처럼, 인간사회와 격리되어 10여 년 간 정지되었던 발달과정을 2년에 따라잡은 예는, ‘내재적 발달(Immanent Development)’이론으로 설명한다. 다시 그의 제자 이창호는 따라잡기를 뛰어넘어, 국내 외 고수를 모조리 물리치고, 십여 년 간 무적으로 군림한다. 순장바둑에서 얻은 육박전의 장끼에 더하여, ‘민족고유의 자산(Inherent Assets)’인 끈질긴 승벽(勝癖)의 승리다.바로 이러한 장점이 한강의 기적·민주화 기적에 이어 한류열풍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믿고 싶다. 목숨을 걸고 수련한 고수들에 의하여 바둑의 수는 꾸준히 향상
저기 저 담벽, 저기 저 라일릭, 저기 저 별, 그리고 저기 저 우리집 개의 똥 하나, 그대 모두 이리와 내 언어 속에 서라. 담벽은 내 언어의 담벽이 되고, 라일락은 내 언어의 꽃이 되고, 별은 반짝이고, 개똥은 내 언어의 뜰에서 굴러라. 내가 내 언어에게 자유를 주었으니 너희들도 자유롭게 서고, 앉고, 반짝이고, 굴러라. 그래 봄이다. 봄은 자유다. 자 봐라, 꽃 피고 싶은 놈은 꽃 피고, 잎 달고 싶은 놈 잎 달고, 반짝이고 싶은 놈은 반짝이고, 아지랭이고 싶은 놈은 아지랭이가 되었다. 봄이 자유가 아니라면 꽃피는 지옥이라고 하자. 그래 봄은 지옥이다. 이름이 지옥이라고 해서 필 꽃이 안 피고, 반짝일 게 안 반짝이던가. 내 말이 옳으면 자, 자유다 마음대로 뛰어라.[자유]봄은 노란색으로 시작해서 은분홍으로 흩날리다 사라집니다. 봄은 가늘게 뿌리는 비나 엷은 바람 또는 들판 위로 피어오르는 흐릿한 아지랭이로 기억됩니다. 봄은 반팔 티셔츠를 옷장 속으로 불러 오고, 봄은 때론 그 발산할 데 없이 가슴 조린 젊은 날의 춘정을 떠올리게 합니다.아파트 단지에 벗꽃이 며칠째 지고 있습니다. 보도에 눈처럼 꽃잎이 쌓여 차들이 지날 때마다 한번씩 크게 들썩입니다.
해방과 함께 일본기원 초단면장을 들고 돌아온 조남철에게는, 한국기원 창설, 즉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국내 고수들 수준은 두 점 접바둑쯤으로 짐작한다. 네 귀와 변에 열여섯 점을 미리 놓고 흑이 천원에 첫수를 두는 신토불이 ‘순장바둑’은 살벌한 육탄전 전술에 강하다. 그러나 일본은 이미 4백 년 전부터, 361로 어디에나 자유롭게 착수하는 전략적 포석 차원에 올라있었다.일찍이 도사쿠(道策)가 정립한 근대바둑을 슈사쿠(秀策)가 견실한 실리 운석(運石)으로 보강하고, 오청원·기타니(木谷) 합작품인 신 포석으로 화점(花點)이 부활하는 등, 최소한 두 차례 이상의 혁명(발상의 전환)을 경험하였다. 이처럼 도예(道藝)로 숭상하며 오랜 세월 갈고 닦은 일본과 한국의 실력 격차는 당연하였다. 오오다케(大竹)의 소위 우주 류(宇宙 流)에서 임해봉(林海峰)의 두터움으로 이어진 화려한 공중전은 물론, 중국식 포석도 3 연성의 변형이니, 모두 신포석의 연장선상에 있다. 한국기원의 처음 20년은 조 국수의 독무대였는데, 그 아성을 김인 국수가 접수한다. 김인을 일본바둑으로 보는 시각이 있으나, 입단 후에 1년 유학이 전부이니, 순수 토종이 맞다. 뛰
치과에 혼자 씩씩하게 들어오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특히나 처음 방문 때는 치과 공포심을 이기고자 반드시 누구와 동반하기 마련입니다. 어린아이는 부모님과 그리고 연로한 노인들은 딸이나 며느리 혹은 드물긴 하지만 효성이 지극한 아들과 같이 옵니다. 겁이 많은 젊은 사람이라면 먼저 치료를 받았던 친구를 동반하지요. 팔순이 넘으신 어르신들은 부부가 손잡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괜히 가슴 한쪽이 시려올 때가 많습니다. 제 3의 젠더인 '아줌마'들은 한 사람이 치료받는데 단체로 와서 대기실을 점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스턴트 무료 커피 역시 같은 숫자로 나갑니다. 그런데 아줌마들 심리가 참 묘합니다. 환자가 거의 없을 땐 원래 치료 받기로 예약이 된 분만 받고 가는데, 환자가 미어터지는 날은 꼭 자기도 보고 가겠다는 이상한 심리가 작동합니다. 가뜩이나 바쁜데 아줌마들 하소연 들어주는 일도 보통이 아닙니다.특수한 경우지만, 종교인들은 어떨까요?대처승이 아닌 대개의 스님들은 혼자 살기 때문에 자기 관리에(특히나 구강건강)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부님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목사님들은 가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배우자인 사모로부터 간섭 겸 관리를 받아서 대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