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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무·정책

직선제의 아이러니..'5% 당선'의 늪에 빠지다

10만 회원 의협선거, 당선득표수는 고작 5천

의협 노환규 전 회장의 남은 임기를 채울 새 회장에 추무진 후보가 당선됐다.

의협 중앙선관위는 18일 오후 6시 우편 투표와 온라인 투표를 마감한 결과 '전체 유권자 36,083명 중 10,448명이 투표에 참여해, 이 가운데 5,106표를 얻은 추 후보가 당선됐다'고 19일 발표했다. 추무진 당선자는 따라서 내년 4월 30일까지 10여개월 간 10만 의사회원을 대표해 대한의사협회를 이끌게 됐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건 회원 직선제라고 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투표 참가자가 적었다는 점이다. 10만 회원 중 유권자 수가 3만6천명 밖에 되지 않았고, 이 가운데 3분지 1에도 못 미치는 10,449명만이 투표에 참여한 것. 유효표의 48.9%를 차지한 추무진 당선자의 득표수는 그러므로 전체 회원 수에 비하면 적어도 너무 적은 5천여 표에 불과했다.

의협은 이번 보궐선거에 투표율을 의식해 온라인선거까지 끌어들였다. 번거로운 우편 선거를 투표율을 깎아 먹는 주범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전통적인 우편투표 참가자(5,939명)가 온라인 참가자(4,510명) 보다 더 많게 나타나 온라인 투표에 대한 그동안의 환상마저 날려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겨우 10개월짜리 회장을 뽑는 보궐선거라서 그런 걸까? 그러면 이전에 치러진 직접선거들은 어땠는지 살펴보자.

 

 

낮은 지지도에선 회무동력 얻기 어려워

 

초대 민선회장을 뽑는 2003년 3월의 의협 선거에는 유권자 32,764명 중 14,346명이 투표에 참가해 투표율 43.8%를 기록했다. 그러나 6명의 후보가 난립한 가운데 치러진 이 선거에서 김재정 당선자가 획득한 득표수는 총 유효표의 37%에 해당하는 5,378표에 불과했다. 당시의 회원 수를 8만으로 치면 전체 회원의 6% 정도가 당선자를 선택한 셈이다.

34대 장동익 회장을 만든 득표수는 이 보다도 작은 4,039표에 그쳤다. 이 숫자는 투표에 참여한 18,863표의 21.9%로 전체 회원의 5%에 불과한 숫자이다.

이번과 마찬가지로 보궐선거로 치러진 35대 주수호 회장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 당선자는 당시 6,225표를 획득했지만 이 역시 총 투표수의 31.7%, 전체 회원 수의 7% 수준에 그친 낮은 지지율이었다.

결국 의협은 당선자의 낮은 득표율이 낮은 지지율로 이어져 회무 혼란을 가져오는 악순환을 극복하지 못하고 경만호 회장 때 선거인단제로 선거방식을 변경하고 만다. 하지만 이번엔 선거인단 선정에 문제가 있었다. 2012년 당시 의협은 각 지부별 경선을 통해 선거인단을 선발했는데, 전의총 회원들이 조직적으로 경선에 참여해 세를 이룸으로써 노환규 회장의 당선을 도운 것.

그 결과 노 전 회장은 59%에 가까운 득표율로 당선이 됐지만, 이를 회원들의 일반적 표심으로 보기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 결국 회무노선을 두고 대의원회와 갈등을 빚은 노 전 회장이 집권 2년 만에 축출되면서 의협은 7년 만에 다시 보궐선거를 치르는 처지가 됐다.

노 전 회장은 그러나 그 2년의 재임기간 동안 자신을 뽑아준 선거인단제를 직선제로 되돌려 놓는데 성공했다. 따라서 추무진 당선자를 배출한 이번 6.18 보궐선거는 5년 만에 직선제로 치러졌고, 여기에서 추 당선자가 획득한 득표수는 아시다시피 10만 회원의 20분지 1에 불과한 5천표 남짓이었다.

직선제와 함께 의협은 다시 ‘5% 회장’ 시대로 회귀하고 만 것이다.

 

              ■ 의협 직선회장 당선자 득표율 비교 (단위: 명, 표)

 

이렇게 보면 의협 선거는 직능단체장을 뽑는 직접선거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선거권을 행사할 유권자 수가 모집단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다는 점이고, 두 번째가 낮은 투표율이며, 세 번째는 검증과정이 사라진 선거판에 지나치게 많은 후보들이 꼬여든다는 점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회무 수행에 필요한 동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약체회장’의 등장을 불러온다. 생각해보라. 10만 회원 중 투표에 참가한 1만이 조금 넘는 숫자에서 조차 절반을 얻지 못한 ‘5% 회장’이 무슨 수로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이웃 의협선거를 이처럼 미주알고주알 따지는 이유는 머지않아 선거제도 논란에 휩싸일 치협이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물론 치협은 의협보다는 회원들의 회무 관심도나 참여율에서 사정이 나은 편이다. 그렇다고 섣불리 직선제를 채택할 경우 도토리 키 재기 격인 ‘10% 회장’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치협 회원 27,692명 가운데 해외 거주자와 무소속을 뺀 순정회원 수는 2만여명이다. 이 중 선거권을 가진 유권자는 12,500여명이고, 투표율을 많이 잡아 60%로 계산하면 총 투표수는 7,500표, 여기에 후보 수를 4명으로 치면 3천표 회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2만 회원 중 겨우 15%가 지지하는 회장 말이다.

직접 뽑을 권리도 소중하지만, 그 권리는 전체의 의사가 왜곡되지 않을 범위 내에서 행사돼야 빛이 난다, 따라서 치협의 경우 기존의 선거인단제를 보완해 회원들의 참여도를 높이는 작업이 우선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