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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환자들의 역습..'그들은 아무도 존경하지 않는다'

저평가된 치과의사들의 직업적 '도덕성'

오늘은 ‘치아의 날’입니다. 치과계는 전통적으로 6월 9일이 포함된 한 주를 구강보건주간으로 정하고, 다양한 기념행사들을 펼쳐왔습니다. 대표적인 이벤트가 바로 ‘건치아동 선발대회’와 ‘구강보건 글짓기’ 같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입니다. 건강한 구강상태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선 어릴 적 생활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치과계의 이런 노력 덕분에 우리사회의 덴탈 아이큐 지수도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요즘 학교에선 시커멓게 썩은 치아를 드러내고 웃는 학생들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식사 후 칫솔질은 물론 구강검진의 기회가 늘어난 효과입니다.

이렇게만 보면 치과의사는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직업군에 드는 것이 당연합니다. 장래 환자 감소가 뻔히 보이는데도 국민 구강건강을 위해 치아우식 예방에 꾸준히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니까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아무리 치과계가 3.3.3송을 퍼뜨리고, 칫솔질 교육을 시키고, 거리 캠페인에 나서도 치과의사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존경은커녕 돈만 아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매도되기가 일쑤입니다.

얼마 전에 한 취업관련 포털 사이트에서 대학생 740명을 대상으로 존경하는 직업을 물은 적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1위를 차지한 직업은 소방관 및 구급대원이었고, 2위는 기업인, 3위는 환경미화원, 4위는 교사와 교수, 5위는 사회복지사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이 존경의 덕목으로 꼽은 첫 번째 조건은 바로 ‘도덕성’이었습니다.

치과의사들은 대학생들의 생각으론 도덕성에서 기업인보다도 낮은 점수를 받은 것입니다. 2년전 자료이긴 합니다만, 미국과 캐나다 영국에서 공동으로 조사한 존경받는 직업 순위에는 치과의사가 의사와 간호사 바로 아래 순위인 2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3위가 엔지니어, 4위 농부, 5위 군인, 6위 과학자, 7위 교사, 8위 수의사 순이었고요.

이들 국가와 우리나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미국과 영국과 캐나다에서 누리는 직업적 존경을 왜 우리 치과의사들은 얻지 못하게 된 걸까요? 치과의사라면 적어도 개개인의 삶의 질을 결정할 구강건강을 다루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직업인데 말이죠.

 

 

북미에선 2위, 한국에선 순위 밖

 

지난달 30일 서울시청 옆 프레스센터에선 ‘자연치아 아끼기 운동본부’ 정기총회가 열렸습니다. 정기총회라곤 하지만 임원 몇 사람이 모인 단출한 자리였고, 뭐 이름처럼 대단한 선언 같은 것도 없었습니다. 참석자들은 그저 해오던 작은 사업들을 점검하고, 앞으로 할 일들을 미리 짚어보는 선에서 표 나지 않는 총회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회의 도중 어떤 분이 하신 말씀이 무척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이런 운동 자체가 부끄러운 일 아니에요? 자연치아를 아끼는 건 치과의사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이걸 운동이라고 나서서 해야 하니 말이죠.” 

그 당연한 일을 위해 움직임을 시작했을 때 이 모임은 ‘반 임플란트’ 세력으로 몰려 곧바로 거친 저항에 부딪쳤습니다. 소위 말해 ‘너희만 잘났느냐’는 항변이었죠. 그래서 ‘자연치아 아끼기’는 언론을 통해 국민들과 치과계를 리드하는 운동방식을 포기했습니다. 효과야 가장 좋을 테지만 그걸 위해 잃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이 모임은 밑에서부터 조금씩 일궈가는 단위교육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자연치아의 중요성을 알리고 자연치아를 살리기 위한 임상적 스킬을 나누는 동시에 자연치아를 살리는 진료만으로도 충분히 치과를 운영할 수 있도록 보험청구방법을 전파하는 작업 말입니다.

때문에 속도는 느리지만, 투자한 시간에 비례해 꾸준히 지지층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애경그룹이 세미나 후원에 나섰고, 십시일반 작은 돈으로 자연치아 아끼기 운동을 돕는 치과가족들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개원환경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임플란트 수가도 하락해 많은 경우 이 시술 자체가 개원의들에겐 불필요한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느니 차라리 커지는 보험파이를 믿고 가능한 한 살리는 치료로 환자들과 가까워지고 싶은 치과들이 덩달아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때맞춰 자연치아 아끼기 운동본부의 슬로건도 ‘치아도 살리고 치과도 살리고..’로 바뀌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병원을 죽일 각오로 치아를 살려야 했다면 앞으론 보험을 통해 양쪽을 모두 살리는 쪽으로 운동의 방향을 고쳐 잡겠다는 것입니다.

 

 

‘자연치아 아끼기 운동’의 재등장

 

이제 환자의 입장에서 따져볼 차례입니다. 치과의사의 그 직업적 ‘도덕성’이란 것에 대해 이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환자들이 치과를 찾을 때 가장 염려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과잉치료입니다. 과잉에는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 그 하나는 적정 이상의 치료비를 지불해야 하는 과잉이고, 다른 하나는 적정 이상의 파괴적인 치료방식에 의한 과잉입니다. 거의 동반되기 마련인 이 두 가지 과잉에 대해 치료 전후의 많은 환자들이 의구심을 나타냅니다.

그런 의구심을 갖고도 환자들이 치과의사를 존경할 수 있을까요? 어떤 분이 얘기하길 “예전에는 어떤 모임에서건 치과의사 명함을 내밀면 좀 달리 보는 눈길을 느낄 수 있었는데, 요즘은 영업사원 명함 대하듯 심드렁한 표정과 주로 마주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분위기를 결국 내 치과와 옆 치과들이 함께 만든 건 아닐런지요.

오늘은 ‘치아의 날’입니다. 치아의 날은 치아의 생로병사와 함께 하는 치과의사의 날이기도 합니다. 치과계로선 이참에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겠지만, 존경받는 치과의사의 길을 함께 고민하는 일이 더욱 시급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 문제에 바로 치과의사의 직업적 도덕성이 결부돼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쓸 필요 없이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 보시기 바랍니다. ‘내 진료는 환자들에게 충분히 도덕적일까’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