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5 (토)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회무·정책

자해소동으로 본 '노환규식 리더십'의 한계

무얼 위해 그는 칼을 품고 단상에 올랐을까?

노환규 의협회장이 집회 도중 자해를 했다. 여의도광장에 모인 2만여 회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칼로 목을 그은 것이다. ‘정부가 의료계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는 연설 대목에서 자신의 목을 의료계에, 목에 갖다 댄 칼을 정부에 직접 대비시킨 셈이다. 다행히 상처가 깊지 않아 응급조치 후 별일 아니라는 듯 시위를 계속 했지만,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반향을 몰고 왔다.  

첫째는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대중 앞에서 보란 듯이 자해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자해를 해야 할 만큼 의료계와 정부 간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냐는 것이며, 세 번째는 의료민영화에 대한 호기심에 가까운 일반의 관심이 그것이다.

즉답을 하자면, 의사도 자해를 할 수 있다. 문제는 ‘무엇 때문에? 무얼 위해서?’이지 직군에 따라 해선 안 될 일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 역시 노환규 회장 자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때문에’에 토를 달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문제는 ‘위해서’인데, 과연 그는 무얼 위해 자해를 감행했을까? 

 

 

스스로도 인정한 ‘부적절한 행동’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목에다 갖다 대고 손목에 힘을 주어 스윽~ 그어 내리는 짧은 동작의 사이,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단상 아래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주위 사람들이 달려오고 카메라 플러시가 터지는 사이, 자신이 조금 전 저지른 행동에 대해 그는 어떤 판단을 하고 있었을까? 눈에 띌 정도의 크기에 끝이 날카로운 칼을 미리 준비한 걸로 봐선 충동적인 행동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분명 목적이 있었을 터인데 ‘그게 뭐냐?’는 것이다.

만일 그의 말대로 그 목적이란 게 ‘의료계의 절박한 사정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면.., 그건 정말 부적절한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 대중들은 의사가 칼로 목을 긋는 행위에서 절대 의료계의 절박성을 떠올리지 않는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그들은 단지 ‘의협회장이 자해를 했다’는 한 가지 사실에만 호기심을 나타낼 뿐이다.

덕분에 이날 행사를 다룬 모든 기사들이 ‘의협회장 자해’를 첫머리에 올렸다. 모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선 그 자신 ‘부적절한 행동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럽다’고도 털어놨다. 그나마 다행이지만, 리더라면 적어도 다음날 부끄러워질 행동을 피할 수 있을 만큼은 신중해야 옳지 않을까?

 

정부와의 소통에서도 노환규 회장이 이끄는 의협은 그동안 적지 않게 난항을 겪어왔다. 의협이 안은 가장 큰 문제는 정부 혹은 의료정책을 투쟁의 대상으로 몰아간다는 점이다. 정부는 협의 파트너이지 절대 싸워서 이길 대상이 아님에도 의협은 지금까지 너무 쉽게 협상테이블을 박차는 경향을 보여 왔다. 그러는 사이 보건복지부는 물론 건보공단과도 정책파트너로서의 신뢰가 엷어져 버렸다.

의견을 당당히 밝혀 눈치 보지 않고 주장하는 자세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집행부에게 보다 중요한 것은 그런 행동들의 결과이다. 그런 자세가 회원들에게 어떤 결과를 주게 됐는지를 따져보면 평점은 자연스레 매겨진다. 이런 점에서 바랄 것이 있다면, 의협이 의료계의 맏형으로서 좀 더 끈기 있는 협상가가 돼 달라는 점이다.

이미 힘의 시대는 갔다. 그러므로 복지부가 의료계의 시위에 무릎을 꿇을 일은 없다. 잘 아시겠지만, 지금은 무력이 아니라 페이퍼가 힘이다. 철저히 준비해서 끈질기게 설득하지 않고선  국민을 등에 업은 정부로부터 의료계가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미 오래전에 힘의 시대는 갔다’   

 

이제 의료민영화에 대해 얘기해 보기로 하자. 의료민영화는 사실은 영리법인화이다. 의료법인이 외부자본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터주고, 그 자본이 적절한 이익을 회수할 수 있도록 수익사업을 보장한다는 요지이다.

이 문제를 의료업의 문제로 몰고 가면 결국은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원격진료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새로운 진료형태가 의료시장에 미칠 영향이나 의사의 진료권에 대해선 ‘우리끼리’ 걱정해도 충분하다. 다만 의료계가 정부를 상대로 따질 일은 ‘영리법인이나 원격진료가 국민 건강에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는 한 가지 사실뿐이다. 더 이상의 설왕설래는 국민들의 쓸데없는 호기심만 자극할 뿐이란 점을 의료계는 공히 명심할 필요가 있다.
 
치과계엔 지금 차기 협회장이 되기 위한 예상후보 간 물밑 경쟁이 한창 치열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자해소동으로 본 노환규식 리더십은 치과계에 시사 하는 바가 크다.

리더십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후보들도 회원들도 함께 고민해 볼 일이다. 


HOT Chart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