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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우리치과에선 직원이 퍼스트, 환자는 세컨드'

서비스 과잉시대가 진상환자를 만든다-

기내에서 승무원에게 행패를 부린 이른바 '라면 상무'를 계기로 기업들 사이에서 과잉친절 추방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몰지각한 고객에게까지 무조건 친절을 베푸는 것이 결과적으로 직원과 다른 손님들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는 자각에서다.

어떤 백화점은 블랙컨슈머 예방 차원에서 고객이 상품 구입 후 결제하면 영수증과 함께 상품안심카드를 자동으로 출력하는 원클릭 안심약속제를 도입했다. 판매사원이 상품 취급 시 주의사항을 고객에게 설명했는지 안심카드에 서명하도록 한 것인데, 블랙컨슈머 가운데 상당수가 상품 취급주의 정보를 제대로 고지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만큼 이를 사전에 막겠다는 조치다.

또 다른 백화점에선 악성 항의 사례를 다섯 종류로 나눠 대응지침을 교육하고 있다. 직원이 지침대로 행동했을 경우에는 설령 악성 항의자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치과에도 이른바 진상환자들이 있다. 그리고 수원에서의 ‘환자폭행 사건’을 계기로 서비스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 직원들에게 무조건 참을 것을 강요하는 친절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다음은 친절에 관한 생각을 적은 어느 개원 치과의사의 글이다.    

 

삐에로 '가면 뒤의 눈물'

 

- 감정노동자들의 애환을 다룬 SBS 스페셜의 부제가 ‘가면 뒤의 눈물’ 이었다. 요새는  어느 분야건 서비스업의 경쟁이 심해져 살아남기 위해 친절을 강조하다 보니 사회 전반의 친절도가 많이 향상된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억지웃음 뒤의 정신적 폐해가 적지 않다.

얼마 전 우리 치과에선 “직원 First, 환자 Second”를 공식 천명했다. 몇 주 전 우리 치과에서 발생한 마스크 진상 환자를 보면서 곰곰이 생각한 결과이다. 직원들이 행복해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친절도 가능하다는 생각에서다.

나는 천성적으로 아부를 잘 못하기도 하지만, 치과에선 입에 발린 소리보다는 진정성이 담긴 마음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속으로는 울고 있고, 화가 나 죽겠는데 웃는 얼굴로 친절해라? 한두 번 어쩌다가 할 수는 있어도 이렇게 해선 진정으로 친절해지긴 어렵다.

우리는 서비스업이긴 하지만 전문성을 가진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친절의 성격 또한 호텔식, 백화점식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어디서나 흔히 접하게 된 ‘과도한 친절’에서 유쾌하다는 느낌을 받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는 친절 교육 매뉴얼대로, 마음이 묻어나지 않는 건성의 친절을 남발하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치과의 환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환자를 위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사회가 전반적으로 보여주기식 과잉 친절사회로 흐르다 보니 환자들까지 그런 친절을 당연시 여기게 됐고, 그러면서 점점 진상 환자들도 늘어나는 것 같다.

홍대 앞 ‘따루주점’ 메뉴판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고 한다. “따루주막에선 손님이 왕이지만, 종업원도 왕입니다”라고.

우리 치과들도 이런 정도의 자신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가장 유용한 친절은 '마음'

 

‘환자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명제가 문제이지는 않지만, 그 친절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 고려할 요소들이 있다. 위에서 예로 든 어느 개원의의 말처럼 치과를 찾는 환자들에게 가장 유용한 친절은 바로 ‘환자를 위하는 따스한 마음’일 것인데, 마음은 그냥 둔 채 입으로만 하는 친절이 때론 환자들을 화나게도 하고, 진상환자들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친절이 유행처럼 번지던 시절, 버스를 타면 기사들이 일일이 승객들에게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하고 인사를 하기도 했다. 운전기사의 가장 큰 친절은 승객들을 편안히 안전하게 모시는 일이란 걸 버스회사가 간과한 결과이다.

치과만이라도 이제는 친절과잉 시대에서 조금 비켜나 마음으로 환자들을 대하는 교육이 필요할 때다. ‘무조건 환자가 우선’이라는 잘못된 친절은 터무니없는 고객들의 엇나간 권리만 키워놓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