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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락과 임플란트… 치과계의 주말 2題

'즐긴 땐 즐기고, 공부할 땐 공부한다'

 ■풍경1: 바이툴밴드와 락에 취하다

 

8월 30일 금요일. 공연시각은 이미 선선해질 때인 저녁 7시 반, 장소도 올림픽공원 내 ‘뮤즈라이브’이어선지 관객들은 나들이 하듯 일찌감치 가족들을 데리고 공연장을 채웠다. 공연이 시작되고 조금 지나서는 좌석이 없어 주최 측이 입장을 통제해야 할 정도였다.

한 참을 기다린 끝에 들어선 공연장은 이미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어 있었다. 이은숙 원장의 ‘잠발라야’에 맞춰 관중들은 어깨를 들썩이며 박수도 치고 추렴도 넣는다. 이쯤이면 자우림이 부러울까? 보컬 이은숙 원장의 음색은 톤이 굵고 볼륨감이 있으면서도 적당히 물기를 머금고 있어 특히 재즈 팝에 어울릴 듯 보였는데, 기량도 뛰어나 치과계에선 보기 드물게 매력적인 보컬로 꼽힐 만 했다.

연주 실력도 3년차 밴드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가끔 실수가 나오긴 했어도 ‘프로들도 하는 실순데...’ 싶어서인지 관중들은 오히려 바이툴의 음악을 무척 대견스러워 하는 눈치였다.

바이툴 밴드는 퍼스트 기타가 백성현 원장이고, 세컨 기타가 정세현 원장, 베이스가 전용구 원장, 드럼이 김현영 윈장, 키보드가 김효경 원장이다, 객원인 정인영 치위생사는 곡에 따라 플롯을 연주한다.

이날 무대에선 퍼스트 기타의 백 원장이 돋보였다. 그의 무대 제스쳐는 자신의 음악에 한껏 몰입된 딥 퍼플의 스티브 모스에 못지않았다, 비록 약간 가벼워 보이긴 했지만.^^

드럼의 김 원장도 충분히 열정적이었고, 진행을 맡은 정 원장의 유머는 특히 관중들을 ‘들었다~ 놨다~’ 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반면 베이스 전 원장과 키보드 김효경 선생은 조용히, 음악에 제 음색을 섞어 넣는 데에만 집중하는 것처럼 무척 얌전한 연주를 선 보였다.

 

 

잠깐을 쉬고 계속된 2부 공연에선 김훈재 원장이 보컬을 맡았다. 따라서 선곡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제2의 고향, 사랑 투, 나 어떡해 같은 남성성이 두드러진 음악들로 바뀌었다. 김 원장 역시 성량이 풍부하고 고음이 뛰어난 좋은 보컬이었다. 굳이 옥의 티를 가리자면 아직은 살짝 투박한 맛이 남아 있다는 점인데, 이는 거꾸로 해석하면 기교에 의존하지 않는 순수한 가창으로서의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어쨌든 바이툴밴드는 두 차례의 앵콜까지, 2시간여의 공연을 열광하는 관중들과 한 호흡으로 끝마쳤다. 무대 위 맴버들에겐 얼마나 뿌듯하고 익사이팅한 경험이었을까. 매니저인 안성훈 원장을 통해 이제 막 한숨을 돌린 정세현 원장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공연 준비는 어떻게 했나?

“따로 준비랄 것도 없이 매주 모여서 연습을 한다. 작년에 1회 공연을 했으니 올 해도 하기로 했고, 보시다시피 이렇게 해냈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그런 건 없다, 다들 열심히 해주니까. 맴버가 자주 바뀌는 게 문제긴 한데, 대신 숫자도 많이 늘었다. 시작은 3명이 했지만 지금은 8명이나 된다.”

-이번 공연에 점수를 매긴다면? 혹 밴드에 좀 약하다 싶은 부분은 없나?

“한 65점 정도? 왜냐면, 실수가 많았으니까. 약한 부분은 아무래도 기타 쪽이다. 열심히 연습해서 더 좋은 연주를 들려 드리겠다.”

-관중 호응도가 아주 좋았다. 이렇게 뜨거운 열기는 처음 보았다.

“관중 호응도는 치과가족이라는 동질감 때문이 아니겠나? 1회 때도 그랬다. 지난핸 공연장이 좁아서 덥고 답답했었는데, 이번 뮤즈라이브는 집중도도 음향도 좋은 구조라서 관중들도 신이 났을 것이다. 고마울 따름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제 다 같이 맥주집으로 몰려 갈건데, 같이 가지 않겠나? 좀 더 장기적인 계획은 열심히 해서 좋은 밴드가 되는 것.^^”

 

 

■풍경2: 임플란트 10대 합병증을 파헤치다

 

9월 1일 일요일. 아침 봉은사 쪽 코엑스가 일찍부터 붐비기 시작했다. 신흥이 마련한 SID 2013 ‘대한민국 임플란트 10대 합병증’에 몰려든 인파 때문이다.

이날 강연은 아침 9시부터 시작됐지만, 첫 시간부터 강연장은 꽉 찼다. ‘이만하면 일찍 이겠거니’ 유유자적 행사장을 찾은 참가자들도 강연장 문을 여는 순간 당황하고 만다. 이미 그 안은 빈자리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였으므로...

참가자들은 커피 브레이커에는 로비에 전시된 제품을 구경하기도 하고, 핸즈온 코스도 기웃거렸다. 아는 얼굴들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곳곳에서 얘기꽃을 피우는 풍경도 무척 훈훈해 보였다.

도대체 이들을 이른 아침부터 이곳으로 불러낸 힘은 무엇일까?

한 중견 개원의는 “김도영 원장의 ‘드릴링 노하우’를 듣고 싶어 일찍 나왔다”고 했다. 또 다른 개원의는 “임플란트에 관한 10개의 테마가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어 등록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강남에서 개원중인 한 참가자는 오후에 진행될 베틀 디스커션에 특별한 기대를 보내기도 했다.

이들의 얘기처럼 이번 SID 2013은 행사 전부터 ‘전반적으로 임플란트에서의 개원의들의 고민을 잘 짚어낸 기획’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때문에 참가비를 내야 하는 업체 행사임에도 사전등록만 1100명을 넘었고, 실제 참석 인원도 이를 상회하는 규모로 추산됐다.

 

 

베틀 디스커션이 진행된 오후 강연장. 코엑스 그랜드 볼룸의 드넓은 강연장은 가로로 길게 펼쳐진 모습이므로 정면에 설치된 4개의 대형 화면을 통해 청중들은 강연에 집중한다.

점심식사 후 첫 강연은 위드치과 우중혁 원장의 'Food retention & Impaction'.

‘음식이 자주 껴요!’를 부제로 붙인 이 강연에서 우 원장은 ‘치아 수복의 기준은 언제나 건강한 자연치아’라며, “건강한 자연치와 그것들이 모여 이룬 치열에선 Food impaction이 발생하지 않는 원리를 깨닫는다면 치관 수복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 원장은 ‘보철물과 하방 치은, 치조골의 부적절한 관계는 임플란트 보철물의 치경부 주위 음식물 잔사의 축적을 유발해 임플란트 주위 조직의 건강을 위협하게 된다’며, 케이스를 통해 ‘효율적인 기능이 발휘되면서도 치주 조직의 건강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자연치아와 치주조직의 관계’를 차례로 규명해 나갔다.

우 원장의 발표가 끝나자 이번엔 패널인 성무경 원장과 서울대 분당병원 이양진 교수의 질문 공세가 시작됐다. 성 원장은 음식물이 끼는 걸 막기 위해 치아사이의 홈을 지나치게 메울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연자의 생각을 물었고, 이 교수는 별도로 자료까지 준비해 미심쩍은 부분을 파고들었다.

다른 학술행사에선 경험하기 어려운, 그야말로 베틀 디스커션이 펼쳐진 셈이다. 청중들의 집중도가 높아질 것은 당연하다.

 

심포지엄은 ▲어려운 케이스 쉽게 하기(김우현 원장) ▲전신질환, 피할까 극복할까?(권용대 교수) ▲전치부 심미(김현종 원장) ▲드릴링 노하우(김도영 원장) ▲성공하는 Flap & Sulture(함병도 원장) ▲잘못된 치료계획(김성태 교수) ▲Food retention & Impaction(우중혁 원장) ▲Porcelain fracture(김형섭 교수) ▲또 흔들려요! 빠졌어요!(김종엽 원장) ▲내가 한건 왜 감염되고 찢어질까?(홍종락 교수) ▲내가 한건 왜 자주 터질까?(정의원 교수) ▲Peri-implantitis(구기태 교수) 등 모두 12개 테마를 다루고 오후 5시에야 끝이 났다.

아침 9시부터 꼬박 8시간을, 1000명이 넘는 대한민국의 치과의사들이 일요일 하루를 함께 보낸 것이다. 아는 얼굴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내일 이들은 가족들 앞에, 환자들 앞에 공부하는 치과의사로 좀 더 당당해져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