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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무·정책

풀 스토리 '보험수가는 이렇게 결정 된다'

마경화 부회장 ‘수가협상 밤잠 못 이룰 정도로 스트레스’

 

지난 10일 건강보험공단에선 치협, 의협 등 공급자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2014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체결식이 있었다. 단체별 성적표는 다 달랐지만, 보험수가결정방식이 유형별 협상으로 바뀐 이래 7개 공급자단체가 모두 계약체결에 성공하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공단으로서도 협상에 공을 들인 결과다.

아시다시피 치협은 내년도 수가인상률을 2.7%로 확정했다. 막판까지 0.1%를 놓고 힘겨루기를 한 끝에 얻어낸 결과지만 의협이 3.0%을 갖고 가는 바람에 김이 세고 말았다.

의협은 전체 급여비의 22% 정도를 차지한다. 이 큰 덩치가 3%를 인상하면, 거기다 병협의 1.9%를 더하고 나면 다른 단체들이 가져갈 몫은 얼마 되지 않는다.

실제 내년도 추가 소요재정 6,898억원 가운데 병원 몫 2,970억원과 의원 몫 2,388억원을 빼면 달랑 1,540억원이 남는다. 이걸 갖고 나머지 치과와 한방, 약국, 조산원, 보건기관이 나눠 먹는다. 그 와중에 치과가 약속받은 2.7% 인상분은 428억원. 1% 당 158.5억원 꼴이다. 이 수치를 어떻게 봐야할까? 산술적으로 따져 이 돈을 15,500여 치과가 똑같이 나누면 치과당 월 23만원이 된다.

 

 

‘빼먹기 식’ 유형별 수가인상 경쟁

 

2012년에 공단이 지급한 총 급여비는 36조1천억원 규모였다. 이 가운데 병원이 18조9천21억원으로 52.4%를 가져갔고, 의원이 7조9,213억원으로 21.9%를 차지했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포션이 커다 보니 병원과 의원의 경우 인상률 1%당 소요재정이 치과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

가령 병원에 1%를 올릴 돈이면 치과엔 10%를 더 줄 수가 있다. 이 같은 단체 간의 역학구조가 때론 유형별 수가협상을 관전하는 주요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그건 이런 원리이다.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어딘가는 그만큼 튀어 오르게 마련인 것처럼, 마찬가지로 공단 협상단이 내년도 수가협상을 위해 재정운영위원회로부터 확보한 밴드가 ‘5,000억 +알파’ 라고 치면 그 안에서 의협이 빼간 만큼 치협의 몫은 작아지게 되어 있다. 이 말은 곧 제 아무리 원가를 분석하고 경영수지를 따져 자료를 준비해도 여러 단체가 공단을 상대로 빼먹기 식 경쟁을 벌여야 하는 현재의 수가협상방식에선 무용지물이 되기가 십상이라는 의미이다.

치협 협상단의 단장인 마경화 부회장은 때문에 “수가계약이 데이터 근거의 과학적 모드로 바뀐다고 해서 치협에 유리할 건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어차피 수가는 전체 보험재정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공단이 차기년도 인상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한정돼 있다면, 결국은 의협 병협 치협 한의협 약사회 간의 ‘내 몫 챙기기 경쟁’이 파이의 크기를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단 측 밴드의 크기가 첫 번째 관건

 

공단과의 수가협상은 1차에서 5차까지 모두 다섯 차례의 회의로 이어진다. 1차에서 4차까지는 비교적 느슨하게 가지만, 마지막 5차에서는 양측 모두 초긴장 상태에 돌입하게 되는데, 먼저 1차에선 공단이 공급자 쪽 사정을 먼저 들어주는 게 순서이다. 치협의 경우 ‘경기 악화로 치과를 찾는 환자 수가 전반적으로 준데다 비급여 수가도 갈수록 떨어져 문을 닫는 치과가 속출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위기감을 전했다.

2차는 반대로 공급자 측이 공단의 재정상황을 경청해야 한다. 공단 협상팀은 이 시간을 이용해 공단의 어려운 사정을 공급자 측에 전달하면서 ‘올해 협상팀이 확보한 밴드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암시를 은연중 흘리기 시작한다. ‘갖고 나온 보따리가 작으니 알아서들 하라’는 뜻이다.

3차에 가서야 공단은 유형별로 인상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데, 이 선은 대개의 경우 공급자 단체의 기대 이하이기 때문에 나머지 협상은 차수에 관계없이 공단이 제시한 인상률을 단체별 여건이나 목표에 맞게 끌어 올리는데 주로 할애된다.

치협의 경우도 처음엔 2.3% 인상안을 제의받았다. 거기서 덥석 ‘그렇게 합시다’고 할 리야 없겠지만, 설사 조기에 타결이 됐다 하더라도 마감시한까지 비밀을 지켜야 하는 것이 수가협상의 철칙이다. 왜냐하면 어느 단체건 결과가 미리 알려질 경우 다른 단체들의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법정 협상 마감시한인 5월 31일 자정을 넘겨서야 협상결과는 드러난다. 이 때라야 비로소 각 단체 협상팀은 1~5위까지 매겨지는 자신들의 성적표를 받아들게 되는 것이다. 마경화 부회장은 결과의 절대치에 못지않게 이 또한 큰 스트레스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협상력이 수가에 영향주지 않는다고?

 

협상결과가 스트레스인 첫번째 이유는 회원들의 기대치가 늘 협상 테이블에서 얻을 수 있는 이상이어서 좀 채 이를 만족시키기가 어렵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공단이 각 단체별 협상결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회원들은 의협은 3.0%나 올랐는데 치협이 요즘 같이 어려운 때 2.7%가 뭐냐고 편하게 얘기할 수 있지만, 협상팀으로선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할 수가 없다. 공단 측의 ‘이런 저런 요인에 의해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사후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공단은 다만 ‘유형별 수가결정이 각 단체의 협상력에 의해 결정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밝힐 뿐이다.

이 같은 수가결정방식의 문제점을 공단도 인정을 하고 있다. 협상력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결국은 협상팀의 전략과 끈기가 소수점 이하 한두 포인트를 얼마든지 움직일 수가 있는 구조이다. 더구나 협상 결렬시 불이익을 당하는 쪽은 늘 공급자 단체일 뿐 공단은 하등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최소한 이러한 불합리만이라도 개선이 돼야 공급자 단체 협상팀도 회원들 앞에 당당해질 수 있지 않을까?

치협 보험팀에겐 이제 ‘임플란트 급여화’라는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도 늘 부대껴 뭔가를 만들어가야 하는 협상 파트너로서의 공단을 치협이 막보기로 대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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