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6 (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학회·학술

"이번 대회는 대한민국소아치과의 88올림픽"

홍보‧학술‧행사 3박자 '환상적'

혹자는 말한다. 이번 세계대회가 한국소아치과학계에겐 88올림픽과 같은 기회였다고. 전쟁으로 얼룩지고, 아는 사람 하나 없었던 작은 나라 한국이 88올림픽을 통해 세계로 향하는 문을 열어젖혔던 것처럼, 대한민국 소아치과학계도 그런 간절함으로 이번 대회에 임했다. 그리고 4일간의 여정을 지켜본 결과, 그 노력은 성공을 넘어 적지 않은 결실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 대회 첫날인 13일 키노트 연자로 세계적인 석학 존 피더스톤 교수와 스반테 트윗만 교수가 치아우식에 대해 강연했다. 강연 후 모바일 페이지를 통해 질문을 받는 모습.  


스마트 홍보, 강남스타일과 만나다

세계 70여개국에서 온 참가자들 중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인근 아시아나 북미, 유럽 뿐 만 아니라 익숙치 않는 나라들에서까지 이 학회 하나를 보고 날아온 것이다. 탄탄한 학술프로그램이라는 조력을 바탕으로 노련하고 매사 최선을 다한 홍보는 해외 참가자들의 고민에 쐐기를 박게 했다.

 

조직위는 무엇보다 최대한 자주, 다양한 방법으로 대회를 알리는데 총력을 다했다. 그 일환으로 IT 강국의 이점을 살려 트위터, 페이스북 개설로 실시간 소통을 하는 한편, 세계 각국 학회 등을 통해 수차례 홍보 메일을 전송했다. 대회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한국의 문화와 관광, 소식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자브로셔(E-브로셔)를 제작, 20여 차례 가까이 전 세계 소아치과의사의 개인 메일로 전송했다.

 

그 결과, 한국을 잘 몰랐음에도 주최 측으로부터 여러 번 홍보 메일이 와서 이번 대회에 오게 됐다는 참가자도 생겨날 수 있었다. 이번 대회 조직위와 함께 한 국제회의전문용역업체(PCO, Professional Convention Organizers) 관계자는 "스팸 메일처럼 보일 정도로 유례없이 소개 메일을 자주 보냈다. 노출 빈도가 높아져 효과가 컸던 것 같다“고 말한다.

 

높아진 한류의 위상도 ‘순풍’으로 작용했다. 홍보․사교 행사 위원회를 이끈 이재천 이사는 “해외에서 대회 프로모션을 할 때마다 우리를 보고 싸이의 말춤을 추더라. 그 덕에 강남구청에서는 관광지원도 했다”며 그 위력을 상당했음을 전했다.

 

탄탄한 학술프로그램, 유례없는 열공 분위기 견인

“원래 외국에서 학술대회가 열리면 첫날에 확 몰렸다가 둘째 날쯤 관광차 빠져나가는 식인데 이번에 온 사람들은 계속 이곳에만 있는 것 같다. 이해가 안 될 정도다.” “이번 대회 참가자들은 매우 학구적인 것 같다. 사전대회 강의도 문의가 쇄도해서 신청 받느라 애를 먹었다.”

 

◀박기태 학술 위원장


이번 대회의 특이점은 조직위도 당황할 정도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참가자수다. 더 특이한 점은 그 많은 인원들이 대회 마지막까지 이탈하지 않고 세미나장을 꽉꽉 채웠다는 것이다. 개막전 사전대회 5개 강좌는 일찌감치 매진됐고, 대회 마지막 날이자 주말인 토요일 오후에도 세미나 장 안에는 참가자들로 가득 찼다.

 

이번 대회 키노트는 치아우식과 진정요법. 첫 키노트 연자로 세계적인 석학 존 피더스톤 교수와 스반테 트윗만 교수가 소아치과의 메인 테마인 치아우식을 강연했다. 두 번째 키노트로 하버드 대학의 키이라 메이슨 교수가 나섰는데, 진정을 키노트로 올린 것은 세계소아치과학회 역사상 처음이다. 이 밖에도 장애인, 줄기세포, 유전, 최신 수복재료 등 최대한 다양한 테마로 대회를 꾸렸다.

 

아기자기한 콘셉트도 눈길을 끌었다. ‘Treasure Island(보물섬)’이라는 세션을 마련해 개원의들이 자신의  노하우를 전할 수 있도록 한 것. 초청 연자와 구연 및 포스터 발표 사이의 중간 틈새를 활용한 것인데,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코너다. 직접 지원자를 받아 대륙별로 적절하게 안배를 해 최대한 여러 나라 개원의들에게 기회를 줬다.

 

총 819편의 논문발표와 관련해 국가별 배분도 큰 호평을 받았다. 소외되는 국가가 없도록 좌장 등에서부터 세심하게 나라별 안배를 한 것. 2년 뒤 열리는 영국대회의 경우 지나치게 자국 중심적으로 프로그램을 짜서 벌써부터 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대회에 온 IAPD 보드멤버들이 ‘한국을 좀 보라’고 할 정도다.

 

이번 대회 학술위원회를 이끈 박기태 부회장은 “너무 타이트하게 학술프로그램을 잡아서 후회가 될 정도”라고 평가한다. 국제학술대회가 학구적인 부분만이 다가 아닌데 너무 공부만 하게 만든 것 같다는 진심어린 아쉬움(?)이다. 하지만 그는 “세계 속에서 한국 소아치과의 학술적 수준을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달리 봤을 것”이라고 말한다.



매일 매일 다른 사교행사 “원더풀!”

조직위는 학술(Scientific)과 사교(Social)로 위원회를 특화해 특성과 목표에 맞는 최대치를 끌어냈다. 각종 사교 행사들은 학술 프로그램 못지않게 돋보였는데, 공부에 지친(?) 참가자들에게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제공하는데 모자람이 없었다.

 

개막식에서 펼쳐진 ‘샌드애니메이션’과 ‘사물놀이’ 공연을 비롯해 둘째 날 명월관에서 열린 갈라 디너에서 IAPD 에두아르도 회장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직접 무대에서 현란한 말춤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 국내 참가자는 “외국 학회를 여러 번 가봤지만 이 정도는 아니다. 오프닝 공연 너무 멋졌다”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소셜 위원회를 이끈 이재천 이사는 준비과정에서의 호흡이 정말 중요했다고 말한다. 그는 “PCO 스탭들과 협력이 잘 됐다. 밤새워 채팅해가며 시도 때도 없이 아이디어를 나눴다. 주고받은 카카오톡이 삼천 개쯤 될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매 이벤트를 위해 여러 번 손을 거치고, 직접 방문을 마다않는 등 최고의 손님상을 위해 공을 들였다.

 

▲대회 마지막 날 오후까지 삼삼오오 모여 토론하는 참가자들.

 

직접 치른 세계무대, 한국소아치과 외연 확 넓혀

굵직한 세계대회를 직접 치루면서 엄청난 노하우가 쌓였다는 조직위. 앞으로는 무엇이라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장 큰 자산으로 남았다. 한국소아치과학회의 이러한 자산은 앞으로 세계대회를 치러야 할 대한민국 치과계의 든든한 자산이기도 하다.


안방에서 잔치를 치른 만큼, 한국소아치과학계를 위한 전략적인 행보에도 신경을 썼다. 대회기간 내 주요 국제학술단체 보드 미팅을 공식, 비공식으로 열어 위상 제고에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IAPD 이사회원국에 포함돼 있지 않다. 현재 IAPD 보드멤버는 8명. 이번 대회로 세계소아치과학회에서 한국 출신의 보드 멤버가 탄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높아졌다는 평가다.

 

‘강남스타일’의 나라 한국은 이제 국제학계가 주목하는 매력적인 장소로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한 스텝은 “사전등록인원보다 적게 올 줄 알았는데 기우였다. 오히려 더 많이 왔다. 대회 내내 많은 사람들로 예상 밖 상황이 연출돼 놀랐다”고 말한다. 사전등록이 정점에 달했을 때 북핵 위기만 아니었더라면 지금 보다 훨씬 더 많은 인원이 왔을 거란 아쉬움이 무색할 정도다. 실 참가자수로 따지면 이번 대회는 역대 최대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세계를 강타한 한류의 위력은 조직위도 인정하는 바다. 대회 내내 느껴졌던 우호적인 공기(air)는 강남스타일의 힘이었다. 해외 참가자들은 일주일씩 기간을 잡아 한국을 방문했고, 자정이 넘은 시간까지 파일통을 맨 채로 대회장 근처를 자유롭게 활보하면서 안전한 나라 한국을 즐겼다. 그럼 점에서 이번 세계소아치과학회 서울 대회는 국제무대에서 한국이라는 나라가 더 이상 핸디캡이 아닌 다함께 말춤을 추는 축제의 나라로 다가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대회이기도 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