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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무·정책

대의원 압박용일까, 책임회피용일까?

[이슈분석] 아리송한 설문조사의 용도

8일부터 시작된 치협의 대 회원 선거제도 설문조사 마감이 이틀을 남겼다. 9,758명을 대상으로 반송봉투까지 부쳤으니 경비만도 만만치가 않다. 설문지를 수거해서 집계하는 일까지 거기에 들어가는 시간과 인력은 또 얼마인가.

이런 투자를 해서라도 설문조사를 꼭 했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국민투표라는 게 있지만, 이 경우는 찬반이 심하게 마주쳐 꼭 수행해야 할 국정목표가 정치적 좌초위기에 놓이게 됐을 때, 국민의 힘을 빌려 이를 돌파할 목적으로 주로 사용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늘 초법적 결정력을 지닌다.

하지만 치협의 이번 설문조사야 사실 결과가 너무 뻔하다. 다수 회원들의 입장에서야 자신들이 직접 참여하는 협회장 직선제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선거제도 개선에 반대하는 세력도 딱히 없다. 전에야 변화에 미온적인 치협이 걸림돌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집행부가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 꼴이 되지 않았나. 더구나 이번 결과는 다만 설문조사 결과일 뿐이다. 말 그대로 참고용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이번 설문조사의 쓰임새는 뭘까. ‘회원들이 얼마나 간절히 선거제도 개선을 원하는지’를 결정권을 가진 대의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결과가 너무 뻔한 설문조사

 

집행부는 이번 설문 결과를 대의원총회 당일 현장에서 발표함으로써 투표권자들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회원들의 뚜렷한 의사를 투표 전 대의의 의무를 지닌 대의원들에게 들이 밀어 아예 딴 마음을 먹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말이다.

그러나 집행부의 의도대로 대의원들이 회원들의 뜻을 거역하는데 부담감을 느끼리란 보장은 없다. 전에도 종종 여론과는 무관한 결정을 대의원총회가 보란 듯이 내린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게 있다면 이전엔 막연한 여론이었다면, 이번엔 수치화된 구체적 의사라는 점이다.

때문에 이번 설문조사는 대의원들의 표를 묶는 역할보다는 혹 발생할지도 모를 직선제 무산에 대비해 책임을 가리기 위한 용도로 활용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무슨 얘기인가 하면, 집행부의 입장에선 ‘총회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할 수 있는 노력을 모두 쏟아 부었음’을 설문조사를 통해 과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원들의 바람대로 직선제가 채택이 되면 당연히 그 공은 집행부의 몫이 되는 것이고, 반대로 간선제에 주저앉아도 책임은 대의원총회가 100% 떠안게 되는 구조라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집행부는 지부장협의회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몇몇 단체들의 요구에 밀리듯 설문조사에 나섰을 것이다. 정치적 득실을 따졌을 때, 설문조사를 놓치면 총회 이후 훨씬 후회할 일들이 많이 생길지도 모를 터이므로….

 

집행부로선 밑질 게 없는 시도?

 

기왕 말이 났으니 한 가지만 더 따져보자. 회무의 성숙도가 협회장을 뽑는 선거제도에 얼마나 영향 받을까? 그렇게 믿고 싶은 분들이 많겠지만, 주변 단체의 케이스를 분석하면 연관성이 뚜렷하진 않다. 의협의 경우 지금의 상태나마 몇 번의 혼란을 겪은 결과이고, 여타 단체들도 기대에 못 미치는 액티비티를 보이고 있다.

다만 ‘대표를 직접 뽑을 권리’가 회원들에겐 가장 설득력이 있는데, 문제는 치협이라는 직능단체가 그 대표에게 무슨 대단한 권한을 맡기지는 못한다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일정부분 그 대표의 헌신을 요구해야 하고, 또 개인적인 역량에 회무가 의존해야 하는 경우까지 발생할 수가 있다.

이렇게 보면 ‘대표를 직접 뽑을 권리’가 단순히 뽑는 자의 권리에 그칠 수도 있음을 그 뽑는 입장의 선거권자들부터 먼저 알아둘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면, 요는 제도가 아니라 운용이라는 것이다. 직선제든, 선거인단제든, 간선제든, 어떤 선거제도가 됐건 그 제도를 통해 대표를 뽑은 다음이 더 문제라는 의미이다. 뽑을 때만 권리를 따지다가 집행부가 들어선 다음엔 생업에 바빠 다들 나 몰라라 한다면 간선 때 보다 더 무서운 민선 권력을 만날 수도 있다.

반대로 간선 회장이라도 예산과 회무를 감시할 수 있는 틀을 촘촘히만 짜 둔다면 얼마든지 단체의 역량과 힘을 키울 수가 있다고 본다.

 

제도보다 항상 운용이 더 문제

 

이제 치협이 보낸 설문용지에 기표를 마치셨는지 모르겠다. 그 9,758부의 설문지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는 알 수 없지만, 그걸 무사히 치협 사무처로 반송하는 일은 독자여러분의 의무일 수 있다. 뽑을 권리만큼이나 그 의무에도 충실하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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