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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윤·강 2차 정책토론.. '숨은 5%를 노려라'

두 후보, 1차땐 전투적이지도 창의적이지도 않아 '밋밋'

 

지난 9일 서울치과의사신용협동조합 강당에서 열린 서치 윤정태 후보와 강현구 후보의 1차 정책토론회는 한마디로 기대이하였다. 두 후보는 그 자리에서 유권자들에게 뭘 보여주고, 상대 후보에게는 뭘 확인할 것인지 그다지 고민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므로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토론회를 끝내고도 두 사람이 '왜 꼭 서울시치과의사회의 회장이 돼야 하는지'는 여전히 명확하지가 않았다.
정책발표회든 토론회든 후보들이 가장 먼저 유권자들에게 전달해야 할 정보는 유일성이다. '내가 그 자리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걸 적절히 어필하고 증명하는 자리가 바로 후보토론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는 지나치게 평이하고 조용했다. 각자 공약을 나열하고, 순서에 따라 상대의 공약 중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정도에서 답변을 요구하는 식이었는데, 이런 쟁점없는 토론회가 과연 유권자들에게 변별력과 재미를 제공할 수 있을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토론회는 정견발표에 이어 상대후보에게 질문하고 답변하는 질의응답 그리고 참석자들의 공통질의에 각자 답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이날 기호1번 윤정태 후보는 기호2번 강현구 후보의 공약 중 '보조인력 긴급지원팀'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강 후보는 윤 후보에게 '치협 고충처리위원회를 회원들이 잘 이용하고 있는데 서치에 별도의 고충처리위를 또 둘 필요가 있겠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강 후보는 '동네치과들의 어려운 사정을 직접 듣고 적시에 도움을 주려면 긴급지원팀이 꼭 필요하다'고 답했고, 고충처리위에 대해 윤 후보는 '당선이 되면 어떤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한발을 물렸다. 윤 후보의 반격도 있었다. 강 후보가 '윤 후보의 공약 대부분이 6년전 이미 자신이 내걸었던 공약들로 새로운 게 없다'고 지적하자 '6년전 강 후보가 당선이 됐더라면 나오지 않았을 공약들'이라고 맞받아 친 것.

 


하지만 여기까지 였다. 양쪽 모두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전체적으로는 서치를 잘 아는 강 후보가 좀 더 여유로웠고, 윤 후보는 좀 더 긴장한 듯 보였지만 이 차이 또한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윤 후보의 긴장이 오히려 약간의 신선감을 준 데 비해 강 후보의 노련함은 쉽게 '늘 해오던 회무'의 연장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유권자들에게 호기심을 주기 어려웠다는 평가인데, 이 부분에 대해선 강 후보 자신도 이날 '12년 회무로 몸에 밴 관료적인 분위기를 빼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두 팀 모두 토론회를 통해 뭘 보여주기 보다 의외의 상황을 만들지 않는 데에 주력한 듯 보였다. 따라서 애초에 상대를 거칠게 몰아 세울 이유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이유도 없었으므로 승부 자체가 의미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후보들이 이래도 되는 것일까?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 유권자의 의무라면, 그들이 투표창을 열도록 만드는 건 후보들의 책무이다. 토론장에서 조차 쉽게 타협하고 조정하는 후보가 당선이 된들 제대로 소신을 펼 수 있을까.  
맞짱토론을 허용치 않는 토론방식도 문제지만, 기본적으로 후보들이 좀 더 열정적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하리라 본다. '표의 성향은 이미 결정이 났고, 토론회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가 않다. 투표에 적극적인 층이야 그렇다치더라도 40%에 가까운 유권자들은 여전히 선거 자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5%만 내 편으로 끌어들여도 당선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토론회를 판세를 흔들 기회로 활용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오늘(16일) 저녁 7시 협회회관 강당에선 서울시치과의사회 회장단 입후보자 2차 정책토론회가 열린다. 유권자들은 아마 투표일을 불과 닷새 남긴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해 두 후보를 비교하려 들지 모른다. 그 바람대로 윤 · 강 두 후보가 이번엔 보다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토론회에 임해줄지 지켜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