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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처음 겪는 세상 2: 청나라 해군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268>


   고교 교련선생님은 “왜 이렇게 꾸물거려! 너희들 ‘당나라 군대’야?” 하셨다. 
사실은 공산군에 쫓겨 타이완으로 달아난 국부군을 가리키는 말로, 우방국을 비하하기 민망하니 에둘러 ‘당나라’를 갖다 붙였다. 애당초 몇 시간의 제식훈련으로 줄 맞춰 절도 있는 행진은 무리였다. 당나라는 중국역사 최강의 제국이었으나(貞觀의 治), 시조 이연부터 한(漢)족 아닌 70%쯤 선비족이라 한다. 장개석의 국부군은 막대한 미국군사원조와 압도적인 병력을 갖고도, 철저한 부패와 무능에다가, 마오의 평화협상 전술에 속아서 완패한 것이다. 삼국지를 보면 병불염사(兵不厭詐)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모술수가 일상의 지혜요, 마오는 대놓고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선언하였다. 중국의 선한(?) DNA를 믿고 존경·굴종하는 사대모화(事大慕華)사상이 얼마나 무지 몽매한지는 역사가 증언하고, 신장 위구르와 티베트는 현재진행형이다. 4백여 년 거란과 몽골의 지배를 벗어나 모처럼 한족이 세운 명나라 영락제는, 무슬림 내시인 정화를 사령관으로 아프리카 동해안까지 남해원정을 한다.
 유럽의 대항해시대를 한 세기 앞섰고, 시진핑의‘일대일로’ 중 일로에 해당한다(1405). 목적이 조공무역의 확장인지 조카의 왕위를 찬탈한 뒤(端宗哀史?) 추격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정화가 죽자 원정은 끝나고 귀중한 기록마저 없애버려, 이때 시작된 폐쇄적인 쇄국주의는 청나라까지 이어진다. 

 

   한족 통치 276 년 만에 중원을 차지한 만주족 청나라는, 오랜 자폐로 세계정세에 어두워, 수입에는 관심이 없이 은화만 받고 차와 도자기를 팔았다. 비대칭무역이 오래 갈 리 없고, 동인도회사는 악랄한 아편판매로 수지를 맞춘다. 참다못해 벌어진 전쟁에서(1840), 영국 회사 소속 철갑증기선 몇 척에 청나라 전함 15척 중 11척이  완파 당한다. 영국은 부상만 38명인데 청은 사망자만 5백이요, 막대한 배상금에 홍콩을 넘겨주고 개항을 한다(난징조약). 잠자는 사자라더니 알고 보니 병든 돼지였다.
 뜻 있는 젊은이들이 서양 무기체계와 과학기술을 도입하자는 중체서용(中體西用)의 양무운동을 펼쳐(이홍장 1861), 독일 영국에서 전함을 사들여 3개 함대를 갖추지만, 두 함대는 베트남을 걸고 벌인 청불전쟁에서 맥없이 무너졌다. 305mm포를 장착한 진원 정원 호의 북양함대도, 청일전쟁(1894)에서 고작 최대 4천 톤급 일본 연합함대에 궤멸된다. 패전원인은 독자적인 병참보급체계와 정보공유의 부재로 지휘 체계가 무너져, 다투어 달아난 수뇌부의 무능과 부패였다. 비로소 낡은 법과 제도로는 첨단 무기도 무용지물임을 깨달은 강유위의 변법자강운동도, 원세개의 배신으로 서태후에게 꺾여 100일 천하로 끝난다. 근래에 중국은 소련이 쓰던 스키 점프대를(遼寧) 사들이고, 국산 디젤엔진 산동 함을(7만t) 진수시켜, 2개 항공모함전단을 만들었다. 
 미국 니미츠 급 핵 항모 12척은 각 10만 톤이 넘고, 성능은 제쳐두고라도 척 당 탑재기 수만 2-4 배다. 산동 함의 취역식은 북양수사(水師) 창설 131주년인 2019년 12월이었으니, 청나라 해군의 명예를 회복하고 남해원정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중국몽 선언이다. 설령 무기체계를 따라잡더라도, 개인의 창의와 성취동기를 억누르는 공산주의체제가 변하지 않는 한, 그 꿈은 130년 전 일장춘몽의 판박이가 될 것이다.

 

   청해 부대원 전원이 완치됐다니 다행이다. 구치소 감염을 방치한 추 전 법무장관도 기막히지만, 먼 바다에서 폐쇄와 밀집의 대명사인 함상 근무 중 90% 감염은 기함할 일이다. 최전선의 작전부대는 백신접종 우선권1호(Top Priority) 아닌가? 삼척동자도 아는 공수 결정을 평양방송 김정은 떠 받들 듯 찬양한 홍보는, 오아시스 작전인가 오! 아 실수(我 失手)인가? 두 가지는 확실해졌다. 첫째 코로나의 높은 전염성에 비해 치명 율은 그리 두렵지 않다는 사실이다. 둘째 누군가 군의 전력 훼손을 꾀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이다. F-35A 스텔스 도입반대운동처럼 말이다. 아니면 군 통수계통에 결정적인 결함을 바로잡아야 한다. 공포영화에 17-8세기 황열병으로 주인 없이 바다를 떠도는 유령선 이야기가 많고, 세계대전에서 총상 전사자는 10만 발에 한 명 꼴 이란다. 기아 풍토병 일사병 등등.

 그래서 군의 최우선 과제는 보급이고 병참의 최종 목표는 장병 건강유지다. 총 한방 못 쏘아본 퇴함명령(Abandon Ship)은 처음 겪는 일이요, 청해진 장보고의 명예를 이어받은 우리 해군을, 청나라 해군으로 끌어내리는 꼴이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전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