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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폭력만큼 명확한 범죄는 없다..'

트롯 진달래도 배구 자매도 시효없는 댓가 치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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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초 양평에서 발생한 치과의사 폭행사건은 여전히 치과계에 충격으로 남아있다. 환자 가족이 출근하는 원장을 기다려 무차별 폭행을 가한 것이다. 눈 주위 얼굴뼈가 내려앉고 뇌출혈까지 있었다고 하니 가해의 정도가 얼마나 끔찍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가해자는 손목을 자르겠다며 일행에게 준비해 온 절단기를 달라고 했다고 한다. 영화에서나 봄직한, 조폭들이 쓰는 수법 그대로이다. 목격자의 신고가 아니었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 공포스런 상황을 피해자는 어떻게 견뎌냈을까. 여느 날처럼 출근길을 지나 머리속으로 오늘 할 일을 그리며 막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을 잠시, 느닷없이 쌍욕과 발길질이 날아 들었다. 멱살을 잡혀 밖으로 끌려 나와선 거친 주먹세례를 당했다. 이 가차없는 테러의 이유가 단지 '치료를 받은 아버지의 임플란트가 잘못됐다'는 거였다면, 그래서 잘못된 임플란트 때문에 피 곤죽이 되도록 얻어 맞아야 했다면, 어떤 용감한 치과의사가 환자의 입안에 픽쳐를 박을 수 있겠는가. 
이 폭력사태의 발단과 관련한 이후의 논란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폭력만큼 명확한 범죄는 없다. 잘 나가던 트롯 여가수는 철없던 시절의 일진놀이가 들통나면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가대표 배구선수 자매는 중학시설 합숙소에서 후배들에게 휘두른 폭력 때문에 한순간에 국민의 공적이 돼 버렸다.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 왔는지는 모르지만, 양평의 가해자도 분명 무언가 인생에서 소중한 가치를 이번 행위와 맞바꾸게 될 것이다. 


  경찰. 가끔씩 경찰관의 직무수행능력에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길거리에서 남자 3명이 여성 한명을 집단폭행하고 있는데도 구경꾼들 틈에서 뒷짐을 지고 있던 경찰. 한 남성이 무차별 폭행을 당하고 있는 현장에 출동하고도 가해자를 뜯어 말리지 않은 경찰. 경비원 코뼈를 부러뜨린 입주민을 조사조차 않고 돌려보낸 경찰. 무엇보다 세번씩이나 아동학대 정황을 신고 받고도 정인이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 경찰.
이 무능한 공권력은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해자를 현장에서 연행해 한차례 조사만 하고선 곧바로 돌려보낸 것이다. (물론 이후 구속이 되긴 했지만) 돌려보내다니.., 그래서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가해자가 흉기라도 들고 치과를 찾았다면.. 
폭력을 대하는 공권력의 공감 능력에 분명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시민들은 공권력이 폭력을 예방해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경찰은 폭력이 완성된 다음 천천~히 개입하기를 좋아한다. 심지어 완료된 폭력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온정적이다. 내려앉은 코뼈나 깨진 머리는 한 두달이면 말끔해지지만, 입건은 가해자의 인생이 걸린 문제이므로 '얻어 맞은 니가 좀 참는 게 낫지 않나?' 하는 투다. 하 이런~.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치과의사들은 이미 충분히 당해왔다. 진료실에서 폭언을 하고, 폭행을 하고 그러다 안되면 치과 앞에서 시위를 하고. 그러고도 분이 안 풀려 SNS에 악성 후기를 달고, 급기야 출근길에 잠복해 테러까지 감행한다. 그래도 '정신과 의사들에 비하면 나은 편'이라고 자위해야 할까? 아니다. 이제는 그 불안에서 놓여나고 싶다. 어떤 경우에라도 안정된 상태에서 진료하고 싶고 떨리는 마음을 숨기지 않고 편안하게 환자를 대하고 싶다, 치과의사들은.

그것이 언감생심 무슨 대단한 바람은 아닐텐데..

 


  지난 4일 국회 보건복지위 정희용 의원이 의료인을 폭행했을 경우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에 관계없이 형사처벌토록' 하는 의료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른바 '반의사 불벌죄'를 의료인 폭행에는 적용치 않겠다는 의미이다. 정 의원은 '의료현장에서 의료인을 폭행하는 경우 폭행당한 의료인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의 다른 종사자나 환자들도 심대한 영향을 받게 되므로 안전한 의료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무너지게 된다'고 제안 사유를 밝혔다. 치협은 성명을 통해 즉각 이를 환영했다. 덧붙여 '의료인 폭행사건의 경우 신속한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할 것'을 경찰에 촉구했다. 
하지만 이게 전부일까? 성명서에 나열한 치과의사들이 무자비한 폭력에 노출돼 있는 동안 치협과 지부들이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아무것도 없었을까? 그렇지는 않으리라 본다. 경찰과 국회에 앞서 자위 차원에서 치협이 해야 했거나, 해야 할 일이 적지 않으리라 믿는다. 그걸 찾아내고 실행하는 일 역시 집행부의 능력에 달린 문제이다.  

 

의료법 '의료인 폭행' 관련 조항
  제12조(의료기술 등에 대한 보호) ①의료인이 하는 의료ㆍ조산ㆍ간호 등 의료기술의 시행(이하 의료행위)에 대하여는 이 법이나 다른 법령에 따로 규정된 경우 외에는 누구든지 간섭하지 못한다.
②누구든지 의료기관의 의료용 시설ㆍ기재ㆍ약품, 그 밖의 기물 등을 파괴ㆍ손상하거나 의료기관을 점거하여 진료를 방해하여서는 아니 되며, 이를 교사하거나 방조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 누구든지 의료행위가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의료행위를 행하는 의료인, 간호조무사 및 의료기사 또는 의료행위를 받는 사람을 폭행ㆍ협박하여서는 아니 된다.  <신설 2016. 5. 29.>
  제87조의2(벌칙) ① 제12조제3항을 위반한 죄를 범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중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며,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신설 2019. 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