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있을 때마다 필자는 직선제 불가론을 펴왔다. 그러나 세대교체는 역사의 흐름이고 미래는 젊은이의 세상이니 설득은 이제 그만 두겠다. 다만 관련된 주장 중에(특히 치개협)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분만은 지적해둔다. 첫째, ‘시기상조론’이다. 제60대 의총에서도 나왔지만 잘못된 표현이다. 고대 그리스 작은 도시국가에서나 가능했던 직접민주주의가 성숙하여 대의정치로 완성된 것은 필연적인 역사의 흐름이다. 따라서 직선제는 시기상조가 아니라‘역사의 후퇴 또는 퇴영’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정치계에서도‘제왕적 대통령’이 끊임없이 논의되고, 후보들은 너나없이 당선되면 대통령 권한을 대폭 줄이겠다고 약속하며, 많은 학자가 이제 수준이 높아졌으니 내각책임제로 가자고 주장한다. CEO에 대한 상설 견제체제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상징적이거나 외무·국방만 책임지는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뽑고, 실질적 수반인 수상은, 선거를 통하여 능력이 검증된 국회의원이 뽑는다.둘째, 의협·한의협·약사회도 직선제하고 있다는 주장은, 그리하여 더 잘 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강경일변도의 투쟁성 과시로 행정부와 마찰을 일으켜 불이익을 자초하고, 분열을 조장하여 당선무효소송 등 고소·고발은 물론
김연아씨는 대한민국 국위선양에 일등공신이요, 가장 사랑을 받는 국민요정이다.황상민 교수는 그녀의 교생실습이 ‘쇼’라며 당당하게 꾸짖더니,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자 이내 엎드려 싹싹 비는 추태를 보였다.체육전공 대표선수는 A매치대회 입상이 학점만큼 값지고, 세계챔피언이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경험담은 어떤 강의보다 훌륭한 교육임을 모를 리 없는 심리학 교수로서, 참으로 졸렬한 행동이었다.한동안 자중하나 했더니 이번에는 박근혜 대선 후보의 여성성을 물고 늘어진다.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생식기의 문제가 아니다. 결혼을 했느냐, 애를 낳았느냐.여성으로서 역할을 한 거는(아니다)...”라니. 기가 막힌다.미혼남녀, 독신주의자나 많은 종교인의 삶이 남도 여도 아닌 덜 떨어진 인생이라는 말인가?극단적으로 여성비하를 일삼는 남성은 심리학적으로 자신의 성(性) 정체성에 극도의 열등감을 가진 경우가 많다.지나치게 왜소하거나 용모가 비루하여 마치 내시처럼 자신의 남성성이 현격하게 떨어진다고 믿는 나머지, 과장된 마초(macho) 흉내로 이를 보상받으려 한다.홀로 걷는 밤길이 무서워 큰 소리를 질러대는 어린아이를 연상하면 이해하기 쉽다.생식기 같은 막말도 많고 생식기 같은 인생도 많
예과 때 청량리 하숙집은 한 방을 둘이 쓰는 하숙비가 18,000원 씩이었는데(통상 15,000원) 불평은 없었다. 집이 정갈하고 맛깔스런 개성 음식에, 밥은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일등급 경기미요, 아침마다 계란에 하루걸러 소고기 볶음이 나온다.장성한 아들을 짝 지워 내보내고 나니 두 딸만 남아서 적적함을 달래려고 하숙을 친다고 했지만, 명문대생만 고르는걸 보면 은근히 사위욕심도 있었나보다. 알고 보니 김씨는 욕심을 부릴 만한 알부자였다. 개성에서 단신으로 월남하여 양복점으로 돈을 벌어 종로에만 지점 네 개에 공장까지 갖고 있었다. GQ나 이용화 양복만은 못해도 가봉을 (fitting) 두 번씩 하는 일류 맞춤복(tailormade)점이었다. 투철한 장인정신으로 열심히 일만 하면 양복점만으로도 부자가 될 수 있었던 아날로그 시절의 신화다. 개화기 신사복계는 공산혁명에 쫓겨 온 백계러시아 망몀객들 손에 있었다 한다.그래서 맞춤양복에서는 귀족 내지 부자의 냄새가 난다. 가래떡을 굴려서 보풀과 먼지를 털기도 했단다. 라샤점(羅沙)에 가서 영국제 밀수입품 서지(serge) 기지(生地:옷감)를 두 마 세 치 끊어다 주면, 고급 안감을 대어 최고급양복을 지어준다.재단
요즘 TV는 드라마와 오락물 쇼가 대세다. 쇼 내용은 출연자들이 얼마나 망가지느냐 하는 변태시합이요, 개그도 무의미한 자기학대나 나중에 왜 웃었는지 기억도 못하는 인스턴트가 주류다. 그래서 비 호감 용모와 저급한 상소리, 반말과 무례가 뜬다. 인내력·집중력을 키우지 못하는 교육, 깊이 없는 즉석 감정발산의 일상화 같은 병리현상의 원인에 대한 진단은 다른 기회로 미루고, 가수 싸이의 최신 히트 곡“We're the One."을 보자. “숨이 턱에 찰 때 내 손을 잡게.” 반말로 호소하는 랩은 직설적인 대화체요, 무대에서는 춤과 바디 랭귀지가 곁들여져 관객과의 교감은 스킨십에 필적한다. “넘어질 순 있어도 쓰러질 수는 없어.”에서 두개의 동사 모두 영어로는“fall down"이다. 넘어지다 자체는 자동사 쪽이지만 외부원인에 의한(돌 뿌리에 걸려) 경우가 많고, 쓰러지다는 타동사에 가깝지만(총탄에 맞아) 여기서는 의지(will)가 꺾인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수는 있지만 --수는 없어”에서 앞의‘수’는‘경우’와 같은 객관이, 뒤의‘수’는 가능 조동사의 의미, 주관이 실려 있는 것이다. 결코 스스로 무너지지는 않겠다는“의지의 강조”다. 싸이는 살찐 몸매에 비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