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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실버 통신 10 : 69 금(禁)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257>

   

   코로나 19로 전 국민이 ‘방콕’ 모드에 들어가면서 TV 시청시간이 늘어났다.
 그러나 경제는 멈춰 서고 제작이 어려워져, 한류의 선봉장격인 드라마의 새 작품 공급은 동면상태다. 국민의 체감과는 동떨어진 뉴스 보도로, 공중파 1, 2위 방송이 시청자들에게 외면당한 측면도 있다. 그 틈에 흘러간 드라마와 스포츠 재방송으로 짭짤한 재미를 본 종편방송이, 직접 드라마제작에 뛰어든다. 종편답게 막장 여부를 가리지 않으니, 괴기나 환상의 장르가 뜨고 아라비아 숫자 ‘15’가 고정불변의 시그널로 자리를 잡았다. 밑에는 잔글씨로 “15세 미만 청소년이 시청하기 부적절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주제·언어·모방위험) 보호자 시청지도가 필요합니다.”란다. 
 영화 ‘19 禁’의 안방 버전이다. 한국영상물등급위원회(Korea Media Rating Board: Rating System)는, P에서 NC-17R까지 5등급인 미국식을 원용, 전체·12·15세 이상 관람 가에서 청불:(청소년관람불가: 19禁)까지 네 가지다. 미국은 평범한 사람들이 심사하여 조언(Advise)에 그치는 데에 반하여, 우리는 권위자(?)들이 평가하고 규제(Enforce) 성격이 강하다. 여가부(女家部) 산하 청보위(靑保委)에서 과징금까지 부과한다. 목적은 윤리성 및 공공성 확립과 청소년 보호라며, 선정성(외설) 잔혹성 폭력과 폭언 등 유해성 정도를 심사한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인터넷 영상에 비추어 ‘눈 가리고 아웅’이지만, 최소한의 기준이라는 목적에는 십분 동의한다. 
           
   군인이 별 달 듯 이마에 인생 계급장이 늘면, 남녀 간 병과(兵科?)를 해제한다는 우스개가 있다. 노부부가 앉아 있는 벤치 옆을 미니스커트가 지나간다. 영감님 고개가 돌아가니 할멈이, “시동 꺼진 지가 언젠데 눈알을 굴리고 있어?” 영감 왈, “아니, 밥 안 먹는다고 메뉴판도 못 보냐?” 썩어도 준치요 늙어도 사내라더니...
 여성은 나이가 들어도 달달한 로맨스영화를 선호한다. 그 순간은 화면이 아닌 나만의 마술거울로서, 화면 속에 내가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인의 실버타운 사이언스 빌리지(사빌)는 주 2회 영화를 상영하는데, 관객이 줄자 팀장이 좋은 영화 추천을 부탁한다. 금지된 장난·카사블랑카 등 고전에 리썰 웨폰·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같이 신나는 액션물을 반반씩 섞었더니 웬걸, 변함없이 원더풀 라이프·인턴 등 뜨물에 무엇 담근 듯 뜨뜻미지근한 영화 일색이이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러브스토리나 닭살 돋는 멜로물은, 연애 시절 서비스 차원에서 끌려 다녔을 뿐, 시쳇말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사나이가 어디 시간 죽일 일이 없어서 그걸 보고 앉았나?
 비록 오가는 세월에 무장해제를 당했을망정 마음만은 여전히 28 청춘인 것을...
 춤이 꼴깍 넘어가고 오금 저리는 액션 영화는 왜 안 보여주는가? 답은 간단하다. 
 사빌의 입주민은 모두가 뇌혈관·심혈관계 돌발사고의 고위험 군(郡)이다. 좋은 게 좋은 거지, 흥분시키고 맥박 올렸다가 공연히 덤터기 쓸 일 있나? 미성년자에 19금이 있듯, 졸(卒) 성년에게는 69금, 즉 ‘69세 이상 관람 불가(?)’가 있다는 얘기다.

 

   12, 3세에는 남녀의 일차 성적 징후가 나타나며 성인지(認知)가 시작된다. 극단적으로 드라마틱한 남녀관계에 여과 없이 노출되면 이성관(異姓觀)이 왜곡될 수 있다.
 18, 19세면 성인으로서 2차 성징이 나타난다. 성인의 체격과 체력에 걸맞은 사회성 도덕성 책임감 등 정서적 정신적 스프트웨어를 갖추는 것이 고교 교육의 목표요, 그제야 비로소 성인 대접을 받는다. 이처럼 생애 전환기를 기준으로 하여 영상물 관람의 등급을 매기는 것이다. 물론 인위적으로 설정한 등급에는 실제 나이와 생체나이의 격차처럼 예외가 있고, 고등교육을 받은 어른들도 콩과 보리를 분간 못하듯(菽麥), 허구의 영화와 실체적 진실을 혼동(Fiction Vs. Fact)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영화 ‘판도라’를 보고 원자력발전소는 반드시 없애야 할 ‘인류의 적’이지만, 북한 핵실험은 걱정할 것 없다는 주장 따위다. 불량 DNA ·교육부실·사회적 미성숙·이념오염 등 판단착오의 원인이야 다양할 터인데, 겉모습은 멀쩡하니 입장금지도 불가능하다.  은퇴나 실버타운 입주연령을 따지다가 생각이 그만 옆길로 샜다.
 속상하는 얘기는 그만하고, 나는 그저 오싹하고 짜릿한 69금 영화를 계속 보고 싶을 뿐이다. 그나저나 코로나 19의 19는 ‘금(禁)’을 넘어 ‘계엄(戒嚴)’이라던가.
 19 게임...  한바탕 ‘게임’처럼 훌쩍 끝났으면 좋겠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전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