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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검은 전사들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94>

 


 

   자코페티 감독의 다큐 ‘몬도카네’에는(1962), “화려한 제복, 그러나 연전연패의 군대”라는 자학적인 멘트가 나온다.  찬란했던 로마제국의 후예들이 어쩌다가?
 게르만 침입으로 무너진 이래, 이탈리아는 국가 정체성을 상실한 채(메테르니히) 오랜 세월 ‘외세 지배와 분열의 역사’를 거쳐, 뒤늦게야 통일을 이룩한다(1870).
 식민지 따먹기 경쟁에 지각한 무솔리니는, 독가스까지 동원한 현대무기로 맨주먹의 에티오피아를 무자비하게 점령하고(전사만 275,000; 1936), 솔로몬과 시바 여왕 사이에 태어난 3천년 혈통을 자랑하는 셀라시에 황제는 망명한다.  이탈리아 역사상 유일한 승전(?)이다.  아무도 돕지 않았던 뼈아픈 기억을 간직한 황제는, 김일성 남침으로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돕자는 UN의 파병요청에 응하여, 6천의 병력을 보낸다(1951).  이들은 5백여 전투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고, 123명의 전사자 가운데 한명도 포로로 항복하지 않아, ‘검은 전사들’의 용명을 날린다.  그러나 귀국한 영웅들을 맞은 것은 7년의 가뭄이었다.  재앙 뒤에 항상 악마처럼 따라붙는 공산당의 쿠데타로 $3,000의 중진국은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하고(1974),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은 배신자로 몰려 핍박 받는다.  1980년대 초 기아(飢餓)가 극에 달하자, 이들을 돕자는 첫 캠페인이 “We are the World” 음반제작이요, 7월에는 영화 보헤미안 레프소디의 메인이벤트인 “Live Aid 1985”가 열렸다.  결국 에티오피아는 공산당 정권을 전복시키고 드디어 민주화를 달성한다(1991).

 

   1966년 10월 30일 필자는 남영동 가도에 서있었다.  운동화를 신은 에티오피아의 아베베가 인천·서울 마라톤대회의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그는 1960년 로마 올림픽 마라톤에서 2시간 15분 16초로 금메달을 딴 ‘맨발의 기관차’로, 1964년 도쿄에서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영웅이었다.  그 별명은 1952년 헬싱키에서 5천·1만·마라톤 세 종목을 휩쓴 체코슬로바키아의 ‘인간 기관차’ 자토페크에서 유래한 것이다.  아베베가 비 공인기록 한국대회에 참가한 배경은, 두 나라 사이의 남다른 우정이었다고 믿는다.  피로 얼룩진 전쟁과 라이따이한의 아픔에 불구하고 우리에게 손을 내미는 베트남의 선의는, 박항서의 리더십으로 그 빛을 더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 본 영화 ‘솔로몬왕의 보물’에서(1950) 짐꾼으로 동행한 움보파(?)의 7척 장신과 반듯한 자세는, 난생 처음 보는 ‘검은 귀족’의 우아함 그 자체였다.
 너무나 오랜 세월 굶주리다보니 솔로몬의 진골임을 주장하던 검은 미남의 나라 에리트리아가 독립하고,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외교적인 관점에서라도 코리아가 에티오피아의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솔로몬 왕의 3천년 설화와 단군의 5천년 신화는, 두 나라가 공유하는 자긍심의 원천이 아닌가?

 

   대통령 전용기가 체코를 경유한 배경이, 미국이 제제 중인 북한방문 조항에 걸려, 매번 예외를 요청하기가 남사스럽다는 청와대의 결정에 의한 것이라고 들었다.
 트럼프가 서명한 대통령령은 미국의 ‘주권’사항이므로 대한민국의 자존심과는 상관없으니까, 공연한 억측과 소문을 뒤집어 쓸 필요가 없이, 요청하면 그만이다.
 세계적으로 무역 전쟁이 일촉즉발의 살얼음판을 걷고, 국내 경제현실이 시한폭탄처럼 째깍대고 있다.  득이 없는 외교적 자극이나 모험보다는, 단 하나의 우군(友軍)이라도 확보하려는 외교적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때다.  검은 전사의 에티오피아와 역동적인 베트남은 미국·일본과 함께, 우리의 노력여하에 따라 항상 우리 편에 서줄 우군(友軍)이 아닌가?  영화 ‘국가부도’에서 보는 IMF 환란도, YS의 ‘버르장머리’ 발언(망언!) 이후, 일본의 지원(Swap) 거부가 결정타였다.

 

 

 

 

: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전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