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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니 뽑았는데 혀 마비".. 손해배상은 얼마?

네이버, '슬기로운 소비생활' 코너에 설명의무 위반 사례 게시

네이버가 지난 주 슬기로운 소비생활 코너에 치과 사례를 게시했다. 종합병원 치과에서 사랑니를 뽑았는데, 혀가 마비돼 대학병원을 찾아 두차례나 하악절개 및 배농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감각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 결국 환자는 후유장애진단서를 발급받아 해당 병원에 손해배상을 요구하게 됐는데, 환자의 입장과는 다르게 병원측은 '발치 후 발생한 설신경 손상은 시술자의 잘못 때문이라기보다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라면서 '감각이상이 올 정도로 신경이 다치거나 잘려진 사실이 없으므로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회복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 한국소비자원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았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분쟁조정위원회는 병원측이 환자에게 위자료 3백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환자에게 자신의 치아 특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환자가 발치 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등을 고려해 시술 여부를 판단할 수 없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즉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것. '병원측이 제출한 수술동의서는 부동문자로 인쇄된,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형식적인 고지일 뿐이므로 이러한 동의서를 환자가 작성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위원회의 판단이었다. 아래에 전문을 소개한다.  네이버 법률N미디어 인턴 서주연 씨가 작성했고, 한국소비자원이 감수했다.

 


“이 하나 뽑았을 뿐인데 장해라니요.”

 

이아포(가명)씨는 지난 달 운동을 하다 무릎을 심하게 다쳤습니다.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모 종합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로 했는데요.
무릎을 고치려 병원에 입원했는데 이번에는 치아가 말썽입니다. 갑작스레 사랑니가 살을 뚫고 나오면서 극심한 통증이 발생했는데요. 이에 그는 같은 병원 치과 협진으로 사랑니를 뽑았습니다.
그런데 발치 후 며칠이 지나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혀 감각이 둔화되기까지 했는데요.
의료진과의 면담 끝에 좌측 하악 절개 및 배농술을 받기로 했습니다. 수술 후 증상이 다소 호전되긴 했으나 통증은 여전했습니다. 하지만 생업도 있고 해서 일단 퇴원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퇴원 후 몇 달이 지나도 차도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혀가 마비되고 입이 벌어지지 않는 건데요.
이에 그는 다시 한번 다른 대학병원에서 좌측 하악 절개 및 배농술을 받았는데요. 수술을 두 번이나 해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감각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씨는 병원측으로부터 후유장해진단서를 발급 받게 되는데요.
“이 하나 뽑았을 뿐인데 장해라니요.”
이씨는 의료진의 부주의한 수술로 인해 혀의 감각이 둔해진 바 병원측에 손해배상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병원측은 “이씨의 증상과 관련하여 의료진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는데요. 발치 후 발생한 설신경 손상은 시술자의 잘못 때문이라기보다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라는 겁니다. 병원측은 “감각이상이 올 정도로 신경이 다쳤다거나 잘려진 사실은 없었기에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이 사건에서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이하 위원회)는 병원측이 이씨에게 위자료 3백만원을 지급해야한다고 결정했습니다.
위원회는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환자에게 자신의 치아의 특수성을 충분히 설명함으로써 환자가 발치 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등을 고려하여 시술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는데요. 위원회는 “병원측이 제출한 수술동의서는 부동문자로 인쇄된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형식적인 고지일 뿐이라서 이러한 동의서를 이씨가 작성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위원회의 판단입니다.
다만 병원측에게 시술 상 과실은 없다고 봤는데요. 이씨의 사랑니는 수직으로 아래턱 깊이 위치하고 있고 신경과 맞닿아 CT촬영을 통하더라도 신경손상을 예방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한, 마취시 주사침에 의해 신경이 손상됐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이 또한 시술자의 과실이라기보다는 불가항력적인 부분이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위원회는 설명의무 위반 사실을 고려하되 의료행위의 특성 상 예상외의 결과를 피할 수 없는 점을 참작하여 배상액을 3백만원으로 산정했습니다.


(위 사례는 한국소비자원 분쟁 조정 결정사례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