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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신간] 신아연 장편소설 '사임당의 비밀편지'

시드니와 서울.. 그리고 500년 전 강릉


치과계에도 많은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신아연 작가의 첫 소설이다.

이미 몇 권의 칼럼집을 냈고, 여전히 여러 매체를 통해 쫄깃쫄깃 농축된 글발을 자랑하고는 있지만 소설집을 냈다는 전갈엔 그다지 믿음이 가질 않았다. 왜냐하면 과거에도 글솜씨를 믿고 소설에 도전했다가 괜히 독자들만 실망시킨 작가들이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임당의 비밀편지'를 읽고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요는 작가가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가이지, 쟝르나 형식이 문제는 아니라는 점에서다. 그런 의미에서 책 말미에 장자의 말씀을 인용해 붙인 '작가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헤엄에도 잠수에도 능한 그는 이미 소설이라는 노도 익숙하게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책 소개

신혼 초부터 시작된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25년간의 결혼 생활을 황량히 끝내고 황혼 이혼을 결심한 인선. 그녀는 변호사인 아들을 통해 이혼 확정 통보를 받은 날 밤에 찾아온 신사임당으로 인해 ‘온라인 빙의’의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그러나 500년간 묵은 체증을 하룻밤 편지에 쏟아내는 사임당의 허물없는 대화와 속내를 통해 인선의 상처받은 내면도 새롭게 치유되고, 마침내 사임당은 가슴속 깊숙이 감춰 뒀던 불륜과 미완성 산수화의 비밀을 털어놓게 되는데…….

문화관광체육부과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한 ‘2016년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된 『내 안에 개 있다』의 저자 신아연은 첫 소설인 『사임당의 비밀편지』를 쓴 후 “화가가 자화상을 그리듯 작가가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자전적이며 고백적인 소설은 몇 권의 소설을 내고 난 다음에 쓴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럼에도 나는 자전적 내용을 첫 소설로 내게 되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신 작가의 시대적·개인적 아픔에 안타까움 어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독자라면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줄 것이다.

이 소설은 16세기를 살다간 사임당과 21세기를 살고 있는 인선의 비밀스러운 내면을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드러내고 있다. 두 사람의 깊고 뜨거운 속내와 열정적 호흡이 씨줄과 날줄로 교차하며 둘의 인생을 통하여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에 새로운 밑그림을 그려 냈다. 변화하는 현재에 고정된 과거를 투영시켜 열린 미래를 보여 주는 이 글을 통해 조선시대의 박제화된 신(申)사임당이 21세기의 신세대 신(新)사임당으로 재탄생했다.

<지은이: 신아연 / 책과나무 刊 / 2016. 12. 19일 발행 / 변형판 217쪽 / 값 13,000원>
 
독자 후기

학교를 졸업한 뒤로 소설이라곤 일 년에 한 권이나 될까 말까 하는 정도로 읽었다. 몇 해 전 선물로 받은 인기있다는 작가의 소설은 몇 줄 읽다가 집어 던지기도 했다. 그러던 내가 책을 펼치고는 단시간에 다 읽었다.

그동안 어떤 책을 읽든 글쓴이가 배열한 순서로만 읽어 왔다. 이번엔 어찌 된 일인지 맨 뒤에 나오는 작가의 말을 먼저 읽었다. 커닝을 한 셈이다. 그런데 그 커닝이 내 머리를 울렸다. 신아연 작가는 처음 쓰는 소설이라 잘 쓸 수 있을지 두려움과 걱정이 있었으나, 써 보니 잘 되더라는 말을 했다. 이 말은 내게도 와 닿는다. 주저주저하던 일들을 해 치우라는 뜻으로 다가왔다. 한편으론 이 공감이 책을 더 편하게 읽게 한 동기가 되었다.

읽기 시작하니 대화체에 나타나는 짧은 호흡이 좋았다. 사임당의 비밀을 듣는 일도 흥미로웠다. “작가는 이렇게 자신의 말을 하는구나.” 하면서도 그 ‘이렇게’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솔직하고 담백하게 서술해 주는 이야기이니 계속 읽게 만드는 것이라고밖에 말할 수가 없다. 어젯밤에 만난 후배에게 한 권을 선물했다.  <timetosapyo>


작가 소개

신아연(Shin, Ayoun)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한 후 호주로 이민 가 21년을 살다 2013년에 한국으로 되돌아왔다. 호주동아일보와 호주한국일보에서 기자로 일했고, 한국에 다시 온 후론 자유칼럼그룹을 비롯해서 중앙일보, 여성중앙, 자생한방병원 등에 글을 썼거나 쓰고 있다.
저서로는 '내 안에 개있다''글 쓰는 여자, 밥 짓는 여자'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  '마르지 않는 붓(공저)' '자식으로 산다는 것(공저)'등이 있다.
이메일: shinayoun@daum.net